사색하고싶은 예술공간 : 조양방직

예술경영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공간이야기


공간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야 그리고 통찰력을 선물해줍니다.


그래서 예술경영자에게 그리고 예술경영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습관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저는 단연코 '새로운 공간탐구'라는 점을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다녀온 사색하고 싶은 예술공간 조양방직을 잠시나마 함께 떠나볼까요?


겨울 여행은 별 수 없는 공허함을 동반합니다. 지금, 여기, 이 사람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빈칸이 느껴지기 마련이죠. 오늘의 불완전을, 우리는 과거에서 찾곤 합니다.



과거로의 회귀도, 추억을 땔감 삼아 앞으로 달려가는 오늘도 아닙니다. 과거 위에 오늘을 덧입히는 순간, 당신은 상상해보셨나요?



낯설지 않은 시골 동네, 자갈밭을 주차장삼아 자리한 건물 틈 사이로 들어가면 잿빛의 공간과, 살아숨쉬는 사람의 북적거림이 한번에 다가옵니다. 맥락없이 자리한 낡은 자전거, 큼지막한 거울은 그 자리 자체로 괜한 울림을 가져다주죠. 내가 지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 공간이, 반 세기 전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소중한 일터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문득, 모든 상황이 이질적으로 다가옵니다.



공간의 힘입니다. 태어나 자라고, 설레며 다녀가고, 매일 같이 마주하는 그 장소, 그 공기는 시간을 먹고 울림을 키워냅니다. 과거의 공간을 지키고, 그 시간을 남겨두는 것은 곧 공간의 쓰임새를 주고 받는 흐름을 만들어내기 마련이죠.



조양방직



강화도에 위치한 조양방직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최초의 현대식 공장 건물을 이용해 지어진 갤러리이자 카페입니다. 1933년 문을 연 뒤, 58년에 폐업하고 꼬박 6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방치되어있던 이 곳은 2020년 현재, 하루에 3-4천 여명이 다녀갈 만큼 사람의 온기가 가득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뼈대와 외관은 그대로, 내부는 각종 골동품과 공장 물건들로 가득하죠.



재봉틀이 곧 티테이블이 되고, 화장대보다 큰 저울이 벽 한 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가 자리하고, 방직 산업의 부흥기를 몸소 증명하는 듯한 금고의 위용 또한 주목할 만한 볼거리죠. 흑백 영화 속 찰리 채플린이나 오드리 햅번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창고형 카페가 트렌드라고 합니다. 레트로 또한 오랜 시간 부흥해왔죠. 하지만 조양방직의 색은 공간 그 자체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져온 시간 속에 끊겼던 숨결이 나의 발걸음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는 것, 그것이 곧 재탄생된 공간의 매력이지 않을까요?



예술이라는 것은 곧 공간의 시작입니다. 관객이 자리한 곳을 극장으로 만드는 모든 시도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자리하죠. 공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상상하는 과정 안에서 그 의미를 찾아가는 시도는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가져다 줍니다.



침대 위의 영화관이 된 넷플릭스, 달리는 차 안의 공연장이 되어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나, 찾아가는 게임이 된 포켓몬고를 떠올려보세요. 과거의 기억을 딛고 새로운 문화를 그려내는 성수동은 어떤가요?



집 앞 골목도 좋고, 번화가 한복판도 좋습니다. 때로는 담는 내용에 앞서 당신의 소중한 예술을 담아낼 '공간'을 그려보세요. 타인의 발걸음 위에 당신이 내딛은 온 몸의 무게가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글/제작 예술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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