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사실주의 극작가 헨릭 입센
1898년 5월 26일, 노르웨이 여성 권리 연맹의 한 행사.
1879년 <인형의 집>을 발표해 유럽의 여성해방운동에
불일 지핀 헨릭 입센이 연설을 준비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기대에 가득 차서 입센의 연설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입을 떼자 장내가 술렁였다.
헨릭 입센은 흔히 현대극의 아버지로 불린다.
당대의 사회가 마주한 문제를 유려한 필체로 작품에 담아,
현대사회극과 사실주의극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네스코는 그의 대표작 <인형의 집>의 초고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고,
‘사회규범과 사회적 상황에 세계적으로 이만큼 영향을 끼친 연극은 거의 없었다’ 고 평가한다.
<인형의 집>은 노라가 자신을 속박하는
가부장제의 논리를 거부하고 집을 떠나면서 끝을 맺는다.
남성우월적인 논리가 통용되던 시기에 <인형의 집>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선진적인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런데 여성의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는 연설을 하다니? 이어진 말에서 우리는 입센의 예술가로서의 소명을 엿볼 수 있다.
“(여성권리운동을 잘 모르지만)
내게는 인류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입센에게 여성인권의 위축은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였다.
<인형의 집>을 통해 수많은 비난을 마주하자 노라가
집을 나가지 않았다면 일어났을 비극을 <유령>을 통해 묘사했다. 또한 <민중의 적>을 통해 시민들이 비판의식을 잃어버리고, 군중심리에 휩쓸리면 벌어질 비극을 담았다.
인류의 문제를 다룬다!
입센이 현대사회극을 집필할 당시 가장 염두에 두던 것은
사회에 억압받는 모든 개인의 해방이었고, 특정 이해집단 뿐
아니라 전 인류가 이 문제를 고민하길 바랐던 것이다.
사회갈등이 여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는 현재.
이해관계에 따라 집단이 나뉘고, 다름을 용인하지 않고
배척하는 모습은 한시바삐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사회문제가 ‘나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라는
입센의 신념에서, 묵은 갈등을 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