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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Aug 29. 2022

연출입시 희곡분석 가이드 3편_상징과 동시대성 찾기

연출공부 설계도

반갑습니다. 예술경영,공연연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통받고 있는 수험생을 위한

친절한예도쌤 칼럼입니다.

2022년 08월 29일 고통과 해결점

희곡과 친해지길 바래

희곡분석 가이드 3편

“가장 재미있게 읽은 희곡이 뭐예요?”

연출전공 면접에서 100%에 가까운 확률로 나오는 질문입니다.

또 학교별로 희곡을 출제하고 희곡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평가합니다.

그만큼 희곡이 연출전공 입시에서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많은 학생이 희곡이 낯설고 친하지 않다보니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희곡이 교과 과정에서도 많이 다뤄지지 않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그래서 <희곡과 친해지길 바래> 희곡분석 가이드를 3편에 걸쳐 가져보려 합니다.

*희곡분석 가이드 3편 : 상징과 동시대적 해석 찾기

*지정희곡 출제 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연출기획전공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연출전공

서울예술대학교 연극전공

*당일 희곡관련 문제 출제 대학교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연극연출전공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연극연출전공

중부대학교 연극영화과 연출기획전공

희곡에 숨은 상징 찾기

희곡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작가가 숨겨놓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기분입니다. 작품의 주제나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숨겨놓은 여러 상징들을 찾아가는 재미는 희곡을 읽는 재미에서 나아가 '이렇게 숨겨둔 상징을 연출적으로 활용하여 관객들도 공연을 보면서 그 숨은 재미를 찾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듭니다. 또 어떤 상징들은 작품 전체의 주제를 암시하기 위해 드러나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헨릭 입센의 「유령」과 안톤 체홉의 「갈매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목으로 제시해 둔 이 상징들은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1) 헨릭 입센 「유령」

알빙부인 : 전 유령한테 씌었나 봐요. 아까 레지네와 오스왈드 소리를 들었을 때, 내 눈에 유령이 보였다니까요. 우리는 모두 유령이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만이 아니라 이미 죽어 없어진 생각들, 죽어 없어진 마음 같은 것들이 우리한테 붙어 다닌단 말이에요. 진짜 살아있진 않아도 우리 속에 뿌리 박혀 있어서 결국은 지워 버릴 수 없는 거예요. 저는 신문만 집어도 신문 한 줄 한 줄 사이에 유령이 들락날락 하는 게 보이는 걸요. 유령이 살고 있는 거지요.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유령들이 온 나라를 꽉 채우고 있는 거예요. 우리들은 우리 모두는 그래서 불행하게도 햇빛을 원하는 거예요.

2) 헨릭 입센 「유령」

알빙 부인의 대사처럼 유령은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만이 아니라 이미 죽어 없어진 생각들, 죽어 없어진 마음들'로 선대 사람들이 남긴 관습, 풍습, 인습 등 과거의 (부정적인)산물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유령의 상징은 입센이 이 작품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상징하기에 매우 적합해 보입니다.

알빙 부인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품이 좋고 훌륭한 사람으로 인식되어있는 남편 알빙 대위의 평판을 지키기 위해서 그의 유산으로 고아원 설립을 하지만 그 고아원은 불에 타버리고 아버지의 성병을 이어받은 아들 오스왈드로부터 자신을 안락사시켜 달라는 고통스러운 부탁을 받습니다. 이렇게 알빙 대위로 상징되는 자들이 남겨둔 것들로 인해 고통받는 알빙 부인을 드러내면서 입센은 '과거의 잘못된 사회적 관습과 풍습은 현재의 사람들을 괴롭게 만든다'는 주제를 전달합니다.

입센의 또 다른 작품인 「인형의 집」또한 '가부장적 사회'라는 유령으로부터 벗어나는 주인공 노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안톤 체홉 「갈매기」

안톤 체홉의 「갈매기」는 체홉의 다른 4대 장막 작품들인 바냐 아저씨, 벚꽃동산, 세 자매와는 다르게 작품의 제목에 상징이 담겨있는 듯 보입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교수님의 "작품 제목인 갈매기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해요?"라는 질문에 대비할 수 있어야하겠죠.

실제로 갈매기라는 작품 안에서는 갈매기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뜨레플레프가 만든 연극 속 대사, 뜨레플레프가 쏘아죽인 갈매기, 그것을 보며 글의 소재를 생각하고 박제를 하는 뜨리고린, 뜨리고린과의 모스크바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니나의 대사 속에도 등장하는데요, 그렇다면 작가는 왜 작품의 제목을 '갈매기'로 지었을까요? 여러 해석과 추측이 있겠으나 작품의 제목이 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결국 작품의 배경이 되는 '호숫가 마을'의 모든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안톤 체홉 작품의 특성상 특정한 주인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에게 사연이 부여됩니다. 갈매기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 사랑과 꿈이라는 측면에서 이상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 좌절되고 실패되는 인물들입니다. 즉 모스크바로 떠나고 싶지만 이 호숫가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갈매기들인 것이죠. 그러나 갈매기 이기를 거부하는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니나입니다. "나는 갈매기, 아니 여배우 ..." 갈매기 이기를 거부하고 여배우가 되기를 계속해서 희망하며 나아가는 니나의 모습은 다른 인물들과는 대조됩니다.

헨릭 입센 <유령>, 안톤 체홉 <갈매기> 연극의 한 장면

동시대성

우리는 여전히 공연계에서 <햄릿>, <안티고네>, <타르튀프>등 지금보다 2500년 전에서 400년전의 이야기들과 가깝게는 <세일즈맨의 죽음>, <유리동물원>처럼 20세기 미국작품까지 다양한 시대의 작품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이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남기는 메세지는 무엇일까요?

최근 1인극으로 공연되었던 <일리아드>의 경우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의 동명의 서사시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호메로스스가 일리아스를 쓴 시기는 기원전 8세기 경으로 지금부터 약 3000년 전에 쓰여진 작품인데요, 이 작품이 현재의 관객들도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의 배경이 되는 '트로이 전쟁'을 생각했을 때 '파리스'라는 한 개인의 선택이 10년간 지속되는 전쟁을 야기하고 이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다는 점, 그리고 그 안에서 명분없는 전쟁에 회의를 느끼는 아킬레우스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 간의 화해 등 인간 군상의 여러 모습들이 담겨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희곡은 단순한 모방을 넘어 '인간 행동과 행위의 모방'을 통해서 의미를 전달한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세상은급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인간 고유의 보편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작품의 동시대성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보편성을 유심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는 오만한 태도로 인해(신들의 예언이 있었으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비극을 경험하는 인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통해 오만이 아닌 겸손의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아버지를 죽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한 삼촌에게 복수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간혹 우유부단하다고 평가하긴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 놓인 보편적인 인간의 고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일즈맨이자 가장인 윌리의 모습을 통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품화 되어가는 인간의 모습과 학력주의와 오만에 빠져 스스로 비극을 자초하는 인물을 보며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시대에서 어떠한 삶의 태도를 취해야 할지 돌아보게 합니다.

이처럼 작품에서 동시대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무대화를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고전의 희곡을 공연하겠다고 다짐했다면 작품이 전하는 동시대성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공연계에서는 '젠더 프리 캐스팅'을 통해서 고전 희곡의 인물들의 성별을 바꾸어 연출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고전 희곡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