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뮤지컬 극작의 이해(1)_음악과 협업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발표에 의하면 2022년 공연 티켓 판매액은 5590억 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3897억 원)보다 약 43%가 증가했다. 특히 이중 가장 큰 견인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전체 공연 시장의 76%(약 4253억 원)를 차지한 뮤지컬이다. 한국 공연시장에서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건데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이지만 작년 티켓 판매액 중 상위 20개 작품 중 창작 뮤지컬은 단 4개에 그쳤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뮤지컬은 연극에 비해 제작비의 규모가 훨씬 더 크기에 제작사들은 창작 뮤지컬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신작을 올리는 리스크보다 라이선스비를 지불하고서라도 이미 검증이 완료된 작품을 올리는 것을 더욱 중점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기도 애매하다. 결국엔 이 또한 하나의 시장의 논리에 적용된다는 점에서다.



그렇다면 창작 뮤지컬이 생존하기 위해, 또한 한국 뮤지컬 시장이 더욱 큰 활력을 얻기 위해 나아가야 할 점은 라이선스만큼, 또는 라이선스보다 더 흥미로운 창작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아직 뮤지컬 극작법에 대한 제대로 된 이론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과, 뮤지컬 작법에 대해 제각각 의견이 다르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양한 작법이 존재한다는 점은 작품의 다양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일 수 있으나 우린 이미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 작품들과 역사가 오래된 연극(연극은 그리스 아네테에서 만들어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처음 작법이 등작했다)들은 이미 고정화된 작법서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뮤지컬 작법에 흥미를 가지게 될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의 진입장벽을 막게 된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몇 가지 뮤지컬 작법과 이에 따른 지식을 나누고자 한다. 이러한 뮤지컬 지식은 개인적인 지식이 될 수도 있으나 1세대부터 현재 활동 중인 뮤지컬 작가 선생님들의 말씀을 총망라하여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 음악의 중요성


뮤지컬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 나와서 무엇을 그리워할까? 장면? 배우? 뮤지컬 작품을 만족스럽게 보고 나온 관객이라면 당연하게도 음악, 즉 뮤지컬 ‘넘버’가 기억에 남아야 한다. 그리고 넘버를 기억에 남기는 건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셀링 포인트이기도 하다. 


뮤지컬 작가 조나단 라슨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영화 <틱,틱...붐!>


뮤지컬 작법을 공부한다고 해서 뮤지컬 음악의 중요성까지 무시해선 안된다. ‘뮤지컬’이라는 이름에서도 나와있듯 ‘뮤직’이 주가 되는 장르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본으로 모드 것을 완성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뮤지컬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모 작곡가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대본을 쓰면서 장면이 풀리지 않아 고심을 하고 있자 작곡가는 내게 다가와 “대본이 모든 걸 다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음악의 힘을 믿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많은 작가들은 뮤지컬 작업을 처음 진행할 때 겪게 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점은 큰 딜레마로 작용하는 데 예를 들어 본인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꾸려놨다고 해도 작곡가의 의도에 따라 곡이 다른 느낌으로 나오게 되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다. 이에 사전 예방하기 위해서 음악 작업이 진행되기 전 작곡가와 장면에 대해 많은 토론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고, 서로 많은 레퍼런스를 주고받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다수 음악을 새로 쓰든 음악에 맞춰 장면을 새로 쓰는 선택을 해야 한다.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꽤 많은 창작진들은 음악에 맞춰 장면을 다시 쓰곤 한다. 작가 입장에선 이게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음악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버리기 시작하면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끝없이 음악을 버리기만 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음악을 버리는 것은 최후의 보류로 두는 편이다. 


다른 사례로 보자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장면의 음악이 너무 잘 나왔을 시 우리는 관객들에게 이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장면을 중요하게 바꾸기도 한다. 이렇게 음악은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때문에 뮤지컬을 쓰고자 하는 작가들은 음악의 중요성을 인지함과 동시에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가령 음악에 대한 이해 없이 작품을 쓰게 된다면 음악적 요소를 활용하여 장면을 꾸려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작곡가를 믿지 못한 채 오직 작가 본인이 작품의 시작과 마침표를 찍으려 들 것이다. 이런 음악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굳이 뮤지컬이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 이는 연극이나 타 영상 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부분인 것이다.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뮤지컬은 음악을 주된 요소로 활용한 극이라는 점이다. 



2. 능동적 협업



최근엔 많이 사라진 이야기지만 한때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그만큼 뮤지컬 안에는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간단하게만 살펴봐도 극작, 음악, 연출, 무대, 안무 등이 포함되고 있으며 최근 HJ컬쳐의 한승원 대표가 했던 말처럼 영상이 제3의 배우처럼 활용되어가는 추세가 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뮤지컬이란 장르적 특성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앞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뮤지컬 작품이 만들어지면서 여러 협업이 과정을 거치게 된다. 흔히 타 장르의 작가의 경우 ‘자신의 허락 없이 어떠한 경우도 대사를 수정해선 안돼!’라고 엄포를 뒀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뮤지컬은 사실상 이러한 지점이 불가능한 장르이다. 적극적으로 능동적 협업을 이뤄져야만이 작품이 완성될 수 있는 장르이다. 그러기에 기본적으로 협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를 필요로 한다. 가령 극작에 있어서 작가는 두 파트의 창작진과 끊임없는 협업의 과정을 통해 대본을 수정한다. 


첫 번째는 작곡가이다. 작곡가와 작가는 둘도 없는 환상의 호흡을 유지해야 하며 좋은 극을 위해선 작가가 음악을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작곡가 또한 기본적으로 서사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게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는 연출이다. 작품을 무대화 시키기 위해선 연출은 앞서 말한 다양한 요소(무대, 안무, 영상, 음악 등등)의 장점을 총집합시켜 무대 위에 펼쳐놔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연출은 끊임없이 작가와 소통하며 “Show”에 적합한 장면과 흐름을 쫓게 된다. 흔히 극이 이미 완성되고 난 후 수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프로덕션 별로 대본을 들어가기 직전인 트리트먼트 단계에서부터 연출이 붙어 극의 장면을 함께 꾸려나가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이렇게 뮤지컬 작가의 능동적인 협업은 기존 작가 ‘골방’에 갇혀 글을 쓴다는 개념에서 탈피해 팀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자신 작품을 무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점에서 많은 고통이 따르긴 하지만 더 좋은 작품을 위해서 끝까지 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작가가 가지는 단점을 벗어나고 있다는 강점이 존재한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C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