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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의 기술 '고착개념화' : 누네띠네와 닌텐도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5화

예술경영자의 기술 고착개념화 5줄 요약


✦ 낯설지만 우리에게 친근한 '고착개념화'

✦ 일반경영 사례. "사랑해주셔서 감사하지만, 게임기는 게임기라고 불러주세요!" : 닌텐도 (Nintendo)

✦ 예술경영 사례. 영화 <인셉션>에서의 '인셉션'은 사실 브랜딩의 최종적인 목표다

✦ 예술경영 사례. 모든 뮤지컬은 브로드웨이로 통한다 : 브로드웨이 리그 (The Broadway league)



SE-33b4783b-5af8-4995-82e1-253f8c629bb1.jpg 나는 무엇일까요?

❍ 1p 낯설지만 우리에게 친근한 '고착개념화'


한 입을 먹으면 계속해서 손이 가는 과자. '인간사료'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과자.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의 식감과 달콤한 잼이 얹어진 이 과자의 이름은 무엇일까?


아마 한국에서 자라고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누네띠네'라고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누네띠네'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작은 박스부터 2kg짜리 대형박스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대답은 틀렸다. 이 과자의 원래 이름은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이다. 퍼프 페이스트리 위에 머랭을 바르고 살구잼으로 선을 그려 구워낸 이탈리아의 전통과자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복잡한 이름의 과자를 '누네띠네'라고 쉽게 부르게 되었을까?


1992년 8월, SPC삼립은 국내에서 생소한 이 과자를 들여와 '누네띠네'라는 상표를 붙여 상품화했다.

'맛있는 건 눈에 띕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홍보하여 큰 인기를 끌었고,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꾸준히 팔리는 상품이 됐다.


자연스럽게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가 아닌 '누네띠네'라는 명칭이 한국인들의 인식에 굳게 자리를 잡았다.

많은 이들은 '스폴리아타네 글라사테'를 먹고 싶을 때는 고민하지 않고 '누네띠네'를 소비한다.


이처럼 더 이상 특정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상품을 떠올리고 구매를 결정하는 상태가 된 것을 '고착개념화'라고 부른다.


커피를 떠올리면 '스타벅스', '커피빈' 등의 브랜드를, 잡화점을 떠올리면 '다이소'를 생각하는 것처럼 한 카테고리의 지배적인 브랜드가 되어 소비자들의 자연스러운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힘을 갖춘 브랜드가 되기 위해 많은 기업과 마케터들은 열심히 브랜딩을 시도하는 것이다.




2p 일반경영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브랜딩에서의 '고착개념화'


닌텐도_보통명사화_막기.jpeg '닌텐도라는 것은 없습니다!'





"사랑해주셔서 감사하지만, 게임기는 게임기라고 불러주세요!" : 닌텐도(Nintendo)

닌텐도(Nintendo)는 일본을 넘어 세계의 비디오 게임 시장을 선도해온 브랜드다.

2023년 현재는 '닌텐도 스위치'라는 기종을 통해 비디오 게임 시장의 강자로 여전히 군림하고 있다.

지금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등의 기기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한 때 닌텐도는 비디오 게임 시장을 완벽하게 독점하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1980년대 미국, 당시 비디오 게임 시장을 선도하던 '아타리' 사를 위시한 여러 게임사가 큰 손해를 안고 무너지자 이미 '동키콩' 등의 양질의 비디오 게임으로 성공을 거둔 닌텐도에겐 큰 기회가 열렸다.

닌텐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1985년 NES라는 차세대 게임기를 출시한다.


당시 닌텐도는 아타리 사의 큰 실패로 비디오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

NES를 게임기가 아닌 '가정용 컴퓨터'나 '가정용 장난감'으로 홍보하고, 주변기기의 명칭을 새로 고안해서 홍보했으며 소매상에게 게임기 값을 후불하게 하여 재고를 제공하는 등 브랜딩과 마케팅에서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 노력에 힘입어 NES는 북미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북미 사람들이 즐기던 대다수의 비디오 게임기는 닌텐도의 NES였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든 비디오 게임을 '닌텐도'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비디오 게임 = 닌텐도'라는 브랜딩의 목표, 즉 '고착개념화'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1990년 닌텐도는 위와 같은 광고를 만들어 배포한다.



닌텐도라는 것은 없습니다.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닌텐도® 게임 소프트웨어, 닌텐도 파워™ 잡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닌텐도는 없습니다. 잘 들으세요. 닌텐도는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이며, 미국 닌텐도 주식회사가 판매하고 라이선스를 부여한 양질의 제품을 구별하기 위한 등록상표입니다. 따라서 당사의 상표를 사용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 주시기 바라며, 일반적인 비디오 게임 자체를 설명하는 데에 사용하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아, 마리오도 감사한다네요.

1990년 미국 닌텐도 주식회사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브랜드의 고유명사인 상표가 보통명사화 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큰 손해이다. 따라서 닌텐도는 이러한 광고를 통해 '닌텐도'라는 상표의 경제적 가치를 지켜냈다.


닌텐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양질의 상품을 출시하여 이미 모든 북미 사람들의 인식에

'게임기는 곧 닌텐도다'라는 공식을 심는 '고착개념화'를 이뤄냈고, 상표권을 지키면서 브랜드 인지도에서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보장받았다.

훌륭한 기업경영과 마케팅을 통해 성공적인 '고착개념화'와 브랜딩을 이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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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p 예술경영 사례. 영화<인셉션>에서의 '인셉션'은 사실 브랜딩의 최종적인 목표다


인셉션.jpeg <인셉션> 포스터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의 영화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또 다른 영화, <인셉션>의 포스터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인셉션(Inception)은 작품의 서사 중심에 있는 중요한 개념으로 소개된다.


한 사람의 꿈에 침입해 무의식에 특정 개념이나 생각을 주입한 뒤 대상이 잠에서 깬 뒤에도 그 개념이나 생각이 스스로의 것이라고 믿게 하는 고도의 사고조작을 의미한다. 타겟의 꿈에서 정보를 빼내는 일을 하는 주인공 '코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한 기업의 후계자의 꿈 속에 들어가 '물려받은 기업을 분할하겠다'라는 생각을 심는 '인셉션' 의뢰를 달성하기 위한 작전을 실행한다. 영화에서 코프는 인셉션을 달성하기 위해 뛰어난 기술과 재능을 지닌 팀원들을 모으고, 치밀하게 작전을 구성한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는 인셉션은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은 위험한 작업이다.

코프의 팀 역시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수많은 역경을 헤쳐야만 했다.


영화에서조차 어렵다고 말한 이 '인셉션'은 사실 브랜딩을 하고 있는 모든 기업과 마케터들이 목표로 하는 '고착개념화'와 같다.


물론 코프처럼 불법으로 타인의 생각에 침투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긴 한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브랜드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 구매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과정과 유사한 것을 볼수 있다.





❍ 4p 예술경영 사례. 모든 뮤지컬은 브로드웨이로 통한다 : 브로드웨이 리그 (The Broadway lea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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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뮤지컬은 브로드웨이로 통한다 : 브로드웨이 리그 (The Broadway league)

'브로드웨이 리그'는 미국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및 공연장 협회이다.


뉴욕시의 14개 노조와 노동 협정을 체결하는 주체로서 전국적인 뮤지컬 로비 활동을 주도한다.

또한 뮤지컬계의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토니 어워즈'의 개최를 주도하며 우수한 작품과 예술가를 발굴하는 데 목적을 두는 단체이다. 또한 관객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브로드웨이 극장 산업을 홍보하며. 박스오피스 총수입 및 공연인구 관련 정기 연구 및 산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에는 CJ ENM이 국내 최초로 정회원 자격을 얻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로드웨이 리그는 원래는 암표상에 맞서 극장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시간이 흘러 현재는 '브로드웨이'라는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하나의 브랜드로서 작용하고 있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정도로 화려한 스펙타클, 거대한 서사와 웅장하고도 압도적인 음악 등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상징하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관객들 역시 그 점을 기대하고 브로드웨이를 찾고, 외국에서 공연할 때도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이라는 홍보문구는 큰 힘을 가진다. 즉 '화려한 뮤지컬 =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는 고착개념화가 전 세계 뮤지컬 시장과 팬의 인식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브로드웨이 리그는 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하여 미국에서 투어를 도는 프로덕션을 확실히 구분하여 타 프로덕션과 차이를 두는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퀄리티와 관객경험을 지키기 위해, 이를 통해 '브로드웨이'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분명 개별적인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다른 극장에서 상연되는 모든 공연의 퀄리티를 지키고, 다양한 관객 경험을 통합하여 브랜드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의 작업일 수 있지만, 이미 고착개념화가 거의 이뤄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가치와 퀄리티를 지키려 노력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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