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콘텐츠 작품에 있어 소재는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몇몇 장르는 ‘당장에 소재가 끌리지 않더라도 끝까지 다 봤을 때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라는 측면을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소재가 전부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공연 시장을 소비하는 관객층은 조금 다르다. OTT 문화가 발전한 영화나 드라마 시장은 내가 스스로 언제 보고, 어디서 볼지(집이든, 카페든, 또는 학교에서든) 결정할 수 있고 작품을 보는 중 스스로 중단하거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뮤지컬 관객들을 그렇지 않다. 우린 최소 1-2주 전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갈 수 있는 시간을 파악해서 스케줄을 정리해야 하며, 극장 위 치과 극장까지 가기 위한 교통수단과 소요시간을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내서 대학로에 방문한 후 공연 시작 시간에 맞춰 먹던 저녁도 시간 내서 마쳐야 하며, 공연 중간 화장실을 가고 싶은 마음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도 꾹 참으며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 그렇기에 뮤지컬은 이 모든 번거로움을 이겨내고 관객을 이끌 수 있을 만큼 유혹해야 한다. 그래서 더욱 소재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뮤지컬은 많은 사람들에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환상의 세상으로 안내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뮤지컬을 생각하면 춤과 노래를 떠올리듯, 우리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무언가를 선사하는 것은 뮤지컬의 핵심이자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어떤 소재로 뮤지컬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너무 평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때문에 오늘은 뮤지컬의 몇 가지 특징적인 소재를 소개하자 한다. 소재를 정함에 있어서 이런 것도 뮤지컬이 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1. 옛날 옛날 아주 옛날_배경의 판타지성
뮤지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소재는 바로 과거의 이야기다. 옛날이야기를 소재로 가져가는 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판타지성을 가지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실존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체험해 보지 못한 어떠한 세상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한때 대한민국 뮤지컬 팬을 강타했던 소재 중 하나는 바로 경성시대 이야기다. 아나키스트라 불리는 독립투사들이 일본군과 싸워나갔고, 일제 강점기 시절을 배경으로 하기에 한국적 문화와 일본풍의 문화가 묘하게 섞인 다는 점은 민족이 겪었던 실질적인 아픔과 당시의 문화의 특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뮤지컬 <팬레터>. <경성특사>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당시의 경성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그 시대의 분위기를 풍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 <왕세자 실종사건>,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레드북> 등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 난 다시 부활했다_실존 인물의 판타지성
앞서 언급했던 부분은 시대와 배경을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판타지성을 부여했다면, 이번에 말할 작품들은 이미 오래전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을 무대 위에 부활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판타지성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누가 죄인인가’란 인상적인 가사로 유명한 뮤지컬 <영웅>.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2023년 4월 기준)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은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작품이다. 특히나 최근 영화로 제작되어 한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된 것이다. <영웅>이 이토록 흥행할 수 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은 ‘안중근 의사’라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로 뽑히는 사람을 뽑게 된다. 만약 <영웅>의 주인공이 안중근 의사가 아니라 단지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호기심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영웅>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의 삶을 그린 뮤지컬 <모차르트!>. 다이애나 여왕의 삶을 그린 뮤지컬 <다이애나>. 세계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그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등 실존했던 인물들의 모습을 다시 그려내는 것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책이나 교과서나에서나 보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는 경험을 느끼게 해주는 판타지성을 선사한다.
3. 명작을 직접 다시 써본다_원작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성
뮤지컬 작품 중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본격적으로 뮤지컬 창작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전, 뮤지컬은 관객들이 쉽게 접근하고 알 수 있는 원작 기반의 작품들을 뮤지컬화 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여러 가지 이점들이 존재하게 되는데 첫 번째로 뮤지컬 관객들은 낯선 이야기보다 익숙한 이야기를 더 선호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뮤지컬은 이야기와 곁든 음악을 들으러 간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에 어려움과 집중력이 모이는 것보다 잘 알 고 있는 이야기에서 넘버가 붙어 뮤지컬화된 것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큰 것이다.
두 번째는 작품의 상업적 측면이다. 뮤지컬은 예술적 측면보다 상업적 측면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이미 검증되어 있는 작품이 관객의 흥미를 끄는 것에 더욱 효과적이라 본다. 또한 관객들이 원작 기반으로 한 작품 관람함으로써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새로운 방식으로 무대에 펼쳐지는 체험의 기능이 존재하게 된다. 이는 뮤지컬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원작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 작품은 샐 수 없을 만큼 많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데스노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레미제라블> 등 많은 작품이 관객들로 하여금 좋은 소재와 판타지성을 제공하고 있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C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