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공연예술
사전적 의미로 오브제란 미술용어로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작품에 쓴 일상생활 용품이나 자연물 또는 예술과 무관한 물건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하여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이르는 말. 상징, 몽환, 괴기적 효과를 얻기 위해 돌, 나뭇조각, 차바퀴, 머리털 따위를 쓴다.(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즉 어떤 예술작품을 구현해 내기 위한 물체를 뜻한다.
지금부터 써내려 가는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연출을 공부하는데 있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연출입시를 준비하면서 읽었던 책에서 ‘무대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다.’라는 문구를 본 기억이 있다. 이것은 내가 공연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작용되어왔다. 이것은 의미 없는 것은 무대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한가지 예로 거실 테이블 위에 꽃병이 놓여있다고 치자. 이 꽃병은 공연 중 언젠가 한번은 작품에 개입해야 한다. 직접적으로는 주인공이 실수로 떨어트린다던가 꽃을 돌보는 것이 취미라던가, 연인에게 선물 받은 꽃이라던가 하물며 벽난로의 불이라도 꽃병을 던져 꺼야하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꽃의 꽃말이 ‘영원한 사랑’과 같이 주제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직접적으로 꽃을 만지지 않더라도 등장인물간의 대사 속에서 그 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된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계속해서 연기를 해야 하고 연출가는 그 연기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것들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그것은 배우와 함께 작품과 인물을 분석해 낸 결과물인 오브제일 수도 있고, 연출가가 생각하는 작품의 컨셉상으로 필요한 오브제일 수도 있다.
유리동물원에서 ‘유리동물원’은 다양한 기능을 하는데 유리의 ‘깨질듯한 위태로움’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언제 깨질지 모르는 환상과 그 환상속에 사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잘 표현해준다.
연출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연출가와 배우는 그 오브제의 성질과 속성을 파악하고 끝없이 의미를 탐구해야 한다. 예시로 작품에 ‘물’이라는 오브제가 계속해서 사용된다면 작가가 물에 담은 의도를 찾아내기도 해야 하며, 물에 대한 여러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물’이라고 하면 차가운, 흐르는, 증발하는, 물에 잠기는, 불을 끄는, 기름과 섞이지 않는 등 여러 가지의 의미를 속성을 가진다. 이러한 성질들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쓰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작품 내내 존재했던 ‘물’이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모두 증발하고 사라진 것은 작품이 주는 ‘허무주의’(니힐리즘)’적 주제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일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출가가 효과적으로 오브제를 활용하기 위한 훈련 두 가지를 소개하겠다.
첫째는 내가 아는 것을 정리하라
둘째는 기존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라
첫째, 내가 아는 것을 장리하라는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성질을 차근차근 기록하라는 것이다. 무드등이 주는 빛의 분위기, 키보드 자판 두드리는 소리, 행거에 걸려있는 옷걸이의 생김새, 햇빛 가려주는 커튼의 기능, 싱크대에 거꾸로 매달려 말려지고 있는 컵 등 모든 것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해라. 이러한 것들을 정리 하다 보면 새로운 영감들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
둘째 기존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라는 기존의 것들의 본래 용도가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가령 우산은 손잡이는 무언가 걸 수 있는 고리가 되기도 하며 영화 <킹스맨>에서는 방패의 기능을 갖춘 무기가 되기도 한다. 흰색 철제 옷걸이로 물고기를 만들 수도 있다. 신발은 발에만 신어야 하는가?, 뾰족한 연필은 살인의 도구가 되는가? 커다란 지우개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을 지울 수 있는가? 등 조금은 엉뚱하지만 일리 있는 생각들로 기존의 오브제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면 나의 연출에 있어서 더 넓게 는 어떠한 창작활동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에 이름을 알리는 연출가들은 각자가 가지는 스타일이 굉장히 확고하다. 관객들이 어떤 작품을 좋아할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예술의 방향과 그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정립하는 것이 어쩌면 조금 더 빨리 ‘성공한’ 연출가의 길로 가는 방법일 수도 있다.
글/제작 예술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