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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브랜드를 대표할 '얼굴'은?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19화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19화. 4줄 요약




✦ 브랜딩의 가장 큰 목표는 '브랜드 확장'

✦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브랜드만의 '간판상품'을 근간으로 브랜드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 일반경영 사례. 시그니처 디자인을 활용한 다채로운 콜라보레이션, 반스 (VANS)

✦ 예술경영 사례. 담담히 고전의 가치를 전달하며 현대와 소통하는 거인, 극단 산울림 (Theater Company Sanwoollim)




❍ 1p 핵심가치도,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브랜딩의 가장 큰 목표는 '브랜드 확장'이다


지난 칼럼을 통해 우리는 브랜딩에 있어서의 핵심기술과 본질을 함께 공부했다.


브랜드는 본래 추구하던 '초심', 즉 핵심가치/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매 시대의 변화에 맞게끔 슬기롭게 적응하는 방법을 익혀나가야 한다.

그를 위해서 브랜드의 가치와 컨셉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는 여러 브랜딩 도구들을 활용하며

좋은 사례를 모방하여 자신만의 것으로 '자기화'하기도 한다.


이는 매우 본질적인 이야기이고, 모든 브랜드가 꼭 명심해야할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이 본질적인 요소를 토대로

실제 브랜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더 구체적으로 논해야 한다.

그리고 이 방법을 논하기 위해서는 브랜딩의 가장 큰 목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브랜딩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브랜드는 획기적인 브랜딩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야구팀.png 2023 KBO에 참가하는 10개구단



한국의 프로야구리그인 KBO리그를 보자. KBO에 참가하는 팀들은 현재 암묵적으로 야구단의 이름에 연고지역명을 붙이는 대신 구단을 소유한 기업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물론 KBO는 팀의 연고지 정착이 매우 잘 된 축에 속하는 리그이다)


에이스 선수의 경우 다년계약에 몇십억의 연봉을 받는만큼 야구단의 운영에는 굉장히 큰 돈이 들어간다.

따라서 야구단을 소유한 기업은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왜 이렇게 큰 돈이 들어가는 야구단을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야구는 굉장한 인기스포츠 중 하나다. 인기팀의 경우 연당 평균 관중이 1만명을 넘어갈 정도다.

규모가 크고, 다루는 사업의 범위가 넓은 대기업들이라면 인기스포츠 구단을 소유하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이름을 더욱 많이 노출시키고 싶어할 것이다.

구단을 사랑하는 팬들은 같은 제품이라면 평소에 응원하는 익숙한 팀을 연상시키는 브랜드를 선호할테니 말이다.


이처럼 브랜드는 점점 소비자들의 삶에 가깝고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물품을 판매하든 사람들이 익숙하게 해당 브랜드의 서비스와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점점 소비자들의 삶에 다가가고 기업을 노출시키면서 브랜드를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나 스포츠구단 마케팅만으로는

기업과 브랜드의 이름을 친숙하게 느껴지게 할 순 있어도

브랜드 자체의 확장에는 분명한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애초에 구단을 운영할만큼의 능력이 되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브랜드를 키우고 확장해나가고자 할 때,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2p '간판상품'이란??



우리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간판상품'을 뿌리로


새욲.jpeg
쏘나타.jpeg
갤럭시.jpeg
왼쪽부터 '농심'의 새우깡,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삼성전자'의 갤럭시S21



답은 브랜드의 핵심가치와 컨셉을 잘 담아내면서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강하게 자리할 수 있는

브랜드만의 '간판상품'을 잘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명한 브랜드는 모두 각자만의 간판상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간판상품은 브랜드가 확장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요소다.

농심의 '새우깡',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 등

성공한 브랜드는 브랜드와 바로 연관되는 대표적인 상품을 꼭 가지고 있다.


농심의 '새우깡'은 국내 스낵 판매량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과자이다.

1971년 첫 출시 이후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농심의 스낵류를 이끄는 상품으로

이후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출시하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한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1985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중형 세단으로

국내 승용차 브랜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준중형의 아반뗴, 준대형의 그랜저와 함께 현대자동차의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차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아이폰과 현대 스마트폰계를 양분하고 있는 스마트폰 라인이다.

특히 갤럭시S시리즈는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의 플래그쉽 라인 중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성능과 디자인, 인지도를 자랑한다.


이처럼 모든 브랜드는 브랜드를 대표할만한 확실한 상품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나서 성장해간다.

또한 이러한 '간판상품'을 기반으로 해서 더 다양한 영역의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해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브랜드 확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농심은 새우깡의 성공 이후 양파링, 포테토칩, 닭다리, 바나나킥 같은 수많은 과자를

현대자동차는 세단 뿐 아니라 SUV라인을 제조하여 해외까지 발을 넓히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플래그십 라인 뿐 아니라 저가 보급형 라인인 갤럭시 A시리즈,

'갤럭시탭' 등의 태블릿, '갤럭시워치'로 대표되는 스마트워치 시장에도 진출하며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 브랜딩의 가장 큰 목표는 '브랜드 확장'

· '브랜드 확장'이란 브랜드를 대표하는 '간판상품'을 만든 후 그를 기반으로 더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해나가는 것!





3p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만의 '간판상품' : 반스 (VANS)



시그니처 디자인을 활용한 다채로운 콜라보레이션, 반스 (VANS)



반스.png 스니커즈 브랜드 '반스'



캐주얼하고 젊은 이미지를 주는 스니커즈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있다.

바로 스케이트보드화를 시작으로 성장한 반스(VANS)이다.


1960년대 미국의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역사를 시작한 반스는

10대들을 타겟한 스케이트보드화인 '어센틱' 라인을 시작으로 성장했다.

('어센틱' 라인은 아직까지도 반스의 클래식 제품으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반스의 매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열두 명의 손님이 방문했다.

그리고 반스는 이 손님들에게 모두 자신이 원하는 색상으로

신발을 커스텀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다가 판매하는 신발들은 기존의 타 브랜드의 신발보다도 훨씬 튼튼하게 제작되었다.

견고한 캔버스를 사용하고, 나일론 신으로 마감을 했으며 무엇보다도

와플모양의 바닥솔을 두껍게, 또 접지력이 강력하게 제작하여

스케이트보더들에게 안성맞춤인 신발이었다.


신발의 색깔을 커스터마이징하여 소비자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으며,

강력한 접지력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훨씬 안정감 있게 즐길 수 있는 신발.

위와 같은 확실한 브랜드만의 이미지를 갖춘 반스는

당시 사회적 상황의 덕을 보며 큰 성장을 이뤄냈다.



qkst.jpeg 스케이트보드화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던 반스의 광고



1960년대에서 70년대 사이의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갖는 젊은이들이 많았고, 이 젊은이들은 스케이트보드, 그라피티 등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함과 동시에 사회에 반항적인 메시지를 전파했다.

반스는 젊은이들의 개성을 드러내줄 수 있으면서도 스케이트보드에 적합한 신발을 제작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이후 반스는 성장을 거듭했고 특유의 젊은 이미지를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 덕에

유용한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으로도 자리잡으며 세계적인 스트리트 신발 브랜드가 되었다.


반스는 스케이트보드화인 '어센틱'이라는 간판상품을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발매하고 있고,

여전히 스케이트보드 애호가들 사이에서 반스는 훌륭한 스케이트보드화로 꼽힌다.

이런 단단한 간판상품을 근간으로 반스는 수많은 상품으로 '브랜드를 확장'했고

지금은 특유의 여러 디자인을 개발하여 반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품들을 더욱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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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반스의 '깅엄체크', '체커보드', '올드스쿨' 디자인



반스는 검정, 회색, 하얀색의 사각형을 활용한 체크무늬인 '깅엄체크'를 활용한 디자인,

검정색과 하얀색의 사각형을 계속 매치하는 '체커보드' 디자인,

기존 어센틱의 깔끔한 디자인 옆에 하얀색 스트라이프 선을 그은 '올드스쿨' 디자인으로

누가 봐도 반스의 제품이다, 라고 생각할만한 '간판디자인'을 완성해 소비자와 시장에 인식시켰다.


특히 '올드스쿨' 디자인과 라인은 90년대에 등장하여 기존의 '어센틱' 라인과 차별화되는 디자인을 강조했다.

또한 원래부터의 강점이던 확실한 접지력을 유지하여 다시 한번 스케이트보더들 사이에서

반스의 위상을 공고히 해주는 라인으로 떠올랐다.


반스는 21세기에는 이미 확실하게 자리잡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하고 수많은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브랜드나 IP의 범위도 샤넬, 구찌 등의 명품브랜드부터

슈프림, 트래셔와 같은 스트릿브랜드, 스누피나 스폰지밥 등의 애니메이션 IP까지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를 정도로 넓다.


반스는 이미 자신들이 구축하고 있는 공고한 '스트릿', '영함', '반항' 등의 이미지를

다른 브랜드에 알맞게 재해석하고 디자인하여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영리한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이미 확립된 반스만의 다양한 '간판상품'과 '간판디자인'을 근간으로 하여

반스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훌륭한 '브랜드 확장'의 예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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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반스와 스누피 콜라보, 반스와 샤넬 콜라보, 반스와 스폰지밥 콜라보 상품.






❍ 4p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만의 '간판상품' : 극단 산울림 (Theater Company Sanwoollim)



담담히 고전의 가치를 전달하며 현대와 소통하는 거인, 극단 산울림 (Theater Company Sanwoollim)



산울림.jpeg 극단 '산울림'의 로고



연극 극단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한국은 넒지 않은 시장, 지속적인 수익창출의 어려움, 기존 인원들의 이탈로

오랜 역사와 전통, 예술사조를 간직한 극단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극단 '산울림'은 1969년 창단한 이후 2023년인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극단 '산울림'을 논하면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한 설명을 빼놓을 수 없다.

산울림이란 극단 자체가 임영웅 연출이 한국 최초로 <고도를 기다리며>를 초연한 이후 창단하였고

현재까지도 산울림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로 남아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제외하고는 매년 정기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성과 과학에 대한 서구사회의 믿음이 깨졌을 때 발표된 공연으로, '부조리극'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세상이라는 불합리 앞에 선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해체된 언어, 비합리적인 행동, 반복되거나 아무런 의미 없는 이미지가 던져지는 등의 특징을 가지며

전쟁 이후의 사회와 사람들이 갖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과 불안을 담아낸 현대극의 고전으로 꼽힌다.



고도.jpeg 2018년 극단 '산울림'의 정기공연 <고도를 기다리며> 포스터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과 반연극에 대한 진지한 접근 대신, 원본의 텍스트를 잘 살리고 임영웅 연출만의 해석을 가미하여 보다 우스운 접근을 함으로써 성공을 거뒀다.

이후 1989년에는 국내극단 최초로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할 정도로 예술적으로 큰 의의를 갖는 공연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연극의 기존 '신극'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현대극의 시대를 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울림은 초기에 <고도를 기다리며>를 포함하여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이오네스코의 <코뿔소> 등 문제성이 강한 번역극을 상연했고, 창작극 역시 현대인의 불모한 정신세계를 주제로 한 <부정병동>, <건강진단> 등을 공연했다.


이후에는 <위기의 여자>, <웬일이세요 당신> 등의 '여성연극' 시리즈를 상연하며

일찍이부터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세계 연극과의 교류와 협력을 중시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영/미, 유럽은 물론 브라질, 칠레, 폴란드, 러시아 등의 대표적인 현대연극을

소개하며 국내 연극계에 다양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는 노력도 지속했다.


이후 1985년에는 전용극장인 산울림 소극장을 개관하며 산울림은 전용 소극장까지 갖춘 흔치 않은 극단으로 거듭난다.



임영웅.png '산울림'의 대표, 임영웅 연출



산울림은 현대에 들어서는 산울림만의 정기공연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상연하는 동시에

현대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 및 기획공연 시리즈, 축제를 주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산울림 고전극장', '산울림 편지 콘서트' 등이 있다.


'산울림 고전극장'은 2013년부터 지속해오는 기획프로그램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신진단체들과의 협력 프로그램이다. 매년 산울림이 제시하는 주제에 맞는

고전공연을 제안하는 신진단체들을 모집하여 소극장 산울림에서의 발표를 지원한다.

2015년 서울문화재단 우수예술축제로 선정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산울림 편지 콘서트'는 역시 2013년부터 시작된 기획프로그램으로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을 클래식 라이브 연주와 연극 공연을 통해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베토벤을 시작으로 슈만, 슈베르트,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등 서구권의 대표적인 음악가들을 소개했다.

피아노와 현악 4중주로 시작된 ‘편지 콘서트’는 가곡과 오페라, 관악의 참여로 음악 세계를 넓혀갔으며,

2019년에는 소극장 무대에서 발레를 시도해 호응을 얻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은 네이버TV로 생중계 되기도 했다.


이처럼 산울림은 오랜 역사와 극단만의 예술사조를 간직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현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극단을 상징하고 매년 정기공연으로 소개되는 '간판상품'을 근간으로 다양한 기획과 협업을 통해 '브랜드 확장'을 시도하는 예술경영에서의 브랜드 확장의 대표적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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