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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브랜딩'을 통한 브랜드 가치의 자기화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25화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24화. 4줄 요약



✦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내부화하는 '내부브랜딩'

✦ 브랜드를 구성하는 내부직원들과 시스템에 브랜드의 컨셉을 심을 수 있다면 브랜드만의 색깔이 명확해진다

✦ 일반경영 사례. 유머와 직원우선주의로 성장한 가장 일하고 싶은 항공사, 사우스웨스트 항공 (Southwest Airline)

✦ 예술경영 사례. 하나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까지 창작진 모두가 체화하는 작업, 크리에이티브 바키 (Creative VaQi)





❍ 1p '내부브랜딩'이 뭐죠?


'내부브랜딩'이 뭐죠?


Internal-Branding-vs-External-Branding.jpeg 내부브랜딩 (internal Branding) vs 외부브랜딩 (External branding) (출처: Marketing91)



지난 칼럼에서는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는 것의 중요성과 그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한 브랜드와 회사의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진다면

브랜드와 회사의 일을 적극적으로 도맡아 하며 목표의 달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는 직원이 말 그대로 회사의 주인이 아님을 인지하고,

직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한다.


그를 위해서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직원들을 브랜드 경영의 주체로 대우하거나

브랜드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개인의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지원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직원들이 브랜드에 대해 '주인의식'을 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더욱 놀라운 현상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직원들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내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부브랜딩'의 관점에서 직원들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심는 것은 매우 중요한 브랜딩의 과정 중 하나다.


브랜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내부브랜딩(Internal Branding)외부브랜딩(External Branding)이 그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내부브랜딩은 브랜드의 가치를 브랜드를 구성하는 모든 내부요소,

직원들의 가치관, 사내문화 등에 심어내는 것이다. 브랜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브랜드가 일하는 방법, 추구하는 최종목표를 일하는 모두가 공유한다면

외부의 고객들을 상대하는 외부브랜딩을 진행할 때 실수가 적게,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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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브랜드가 사업의 범위를 넓히고 성장을 추구할 때

내부브랜딩을 잘 다져놓은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 간에는 큰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여러번 예시로 들었던 '배달의민족'은 내부브랜딩을 잘 다져놓은 사례로 국내에서 손꼽힌다.

'배달의민족' 특유의 B급문화는 경영진이나 디자이너 몇몇이 확립한 브랜드의 가치가 아니라

전 직원이 공유하며 내재화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많은 '배달의민족'의 디자이너들은

회사 내부에 잘 자리잡은 '배달의민족'만의 B급정서를 담아낸 작업물을 보다 수월히,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2p 브랜드의 심지에서부터 심는 브랜드의 컨셉


브랜드의 심지에서부터 심는 브랜드의 컨셉


b8p7wtjg21b61.jpg 스타벅스의 스탠다드 레시피. 모든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은 이를 숙지한다



내부브랜딩의 대표적인 사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품질관리를 위한 노력이다.

범세계적인 카페 브랜드 '스타벅스'는 어려운 레시피 시험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스타벅스에는 아르바이트의 개념이 없이 모두가 정직원으로 채용된다.

4대보험 등 정직원으로서의 이점도 많이 얻을 수 있지만

직원들에게 그만큼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의 균일한 품질을 위한 노력을 촉구한다.


스타벅스에 입사한 직원들은 한달 이내에 모든 스타벅스 음료의 레시피 시험을 보게 된다.

일반적인 샷음료와 티, 에이드, 논카페인 음료까지 예외없이 모든 음료가 시험대상이며

여기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음료를 제조할 수 없다.


처음 입사한 직원들은 고생할 수 있지만, 이 시험을 통과한 이들만이 음료를 제조한다는 사실을 안

스타벅스의 고객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까?

바로 스타벅스의 음료는 실력을 인정받은 바리스타들이 동일한 레시피를 따라 만들기 때문에

어디서나 동일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뛰어난 외부브랜딩으로도 유명한 브랜드다.

'체리블라썸'과 같이 톡톡 튀는 시즌별 디자인이나 각 유명 도시의 랜드마크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으로

제작한 텀블러, 컵 등의 굿즈는 스타벅스를 대표하는 인기상품이다.

또한 각 시즌별로 필요한 아이템을 일정 가격 이상의 음료를 주문하면 제공하는 마케팅이나

모든 메뉴를 고객의 취향대로 커스텀해 제작할 수 있는 것도 스타벅스만의 특출난 장점이다.




체리블라썸.png 출시하자마자 열풍을 일으켰던 스타벅스의 '체리블라썸' 디자인



하지만 이렇게 외부고객을 대상으로 한 외부브랜딩은 모두

철저히 다져진 내부브랜딩, 즉 지점별 음료의 통일성을 기반으로 해야만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매장별로 다 맛이 달라서 어떤 지점에서 맛있는 음료를 먹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커피 프랜차이즈가 예쁜 굿즈를 낸다고 한들, 그 브랜드에 신뢰를 가지는 고객은 없을 것이다.


더해 스타벅스는 커피 프랜차이즈가 추구해야 하는 '모든 지점의 통일성'을 전 직원에게 체화시켰다.

기본적으로 모든 바리스타들이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맛에 맞는 레시피를 숙지해야만 음료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 내의 규칙부터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직원들의 안내멘트 등 카페 내에서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소들까지 통일하여

고객이 어느 지점을 방문하든 동일한 맛, 동일한 분위기를 제공한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스타벅스는 전 직원과 매장에 스타벅스의 컨셉과 가치를 심는 내부브랜딩을 철저히 했고

고객들은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만의 색깔과 특성을 기억하여 애정과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내부브랜딩은 브랜드가 확장하고 더 성장하기 전에 꼭 완료해야하는 필수적인 브랜딩이다.

오늘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브랜드 내부에서부터 확립시켜 더 큰 브랜드로 성장한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사례를 통해 내부브랜딩의 중요성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3p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내부브랜딩' : 사우스웨스트 항공 (Southwest Airline)


유머와 직원우선주의로 성장한 가장 일하고 싶은 항공사, 사우스웨스트 항공 (Southwest Air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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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영어로 'Flight Attendant'를 검색하면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이 기내방송을 하는 수많은 영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몇몇 영상들이 있다.

승무원들이 기내방송 중 시도때도 없이 농담을 하며 승객들을 웃기거나, 춤을 추거나

아니면 위의 스크린샷처럼 랩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등 개성 넘치는 기내방송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흔히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비행기 내부에서는

잘 훈련된 승무원들이 예의와 격식을 갖춰 기내방송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늘 소개할 '사우스웨스트 항공' (SouthWest Airline)의 승무원들은 위와 같이

개성적이고 유머러스한 기내방송을 하고, 승객 뿐 아니라 직원들 간에도 유머를 주고 받으며

훌륭한 가족적인 사내문화를 꾸리는 것으로 유명한 항공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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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미국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사이다.

국외가 아닌 미국 국내 도시들을 연결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미국 국내 항공사이지만

막상 가격을 따져보면 더 저렴한 다른 항공사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국내선을 이용할 때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많이 찾는다.

바로 '사우스웨스트 항공'만의 무료 위탁수화물 서비스 때문이다.

'We love your bags'라는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승객의

위탁수화물을 가방 두 개까지 무료로 운송해주며, 짐이 많은 승객들은 당연하게도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애용한다.


또한 국내선 승객들을 주 고객층으로 하기 때문에 국제공항보다 규모가 작은 지역공항에

더 많이 취항하는데, 이는 국내선 이용자들이 더 다양한 목적지로 편하게 갈 수 있게

선택지를 늘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약변경수수료도 없으며 땅콩과 물을 무료로 제공하고,

버스식 자리배정 시스템을 통해 선착순으로 비행기 내 좌석을 배정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만의 특별한 서비스들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미국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사로 잘 자리잡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항공사만이 가지고 있는 '유머'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샷_2023-05-24_오전_1.01.33.png 유머러스한 비행기 안내멘트를 하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직원



위에서도 언급했던대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승무원들은 자신의 온갖 끼를 방출하며 자유롭게 기내방송을 진행한다.

비행기 내에서 흡연을 하면 안된다는 공지는 단순한 '금연' 표식이 아니라

"흡연은 비행기 날개 위의 스카이라운지를 이용해주세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유머러스한 글귀가 적혀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에서 즐거운 기내방송을 진행하기로 유명했던 1970년대의 한 스튜어디스는

미국의 가장 유명한 낮 시간대 토크쇼 '앨렌쇼'에 초청되어 진행자 앨렌의 찬사를 얻기도 할 정도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즐거움은 브랜드 자체의 특성과 색깔로 많은 고객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어떻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모든 고객들에게 즐거운 항공사로 인식될 수 있었을까?

과연 모든 항공사의 직원이 고객들에게 유머를 제공하기 위해서 브랜드는 어떠한 노력을 했을까?

답은 바로 철저한 '내부브랜딩'이다.



3980_14264_377.jpeg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창립자 허브 캘러허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창립자 허브 캘러허는

"웃지 않는 리더를 위해 일하지 말라."

"직원을 잘 대우해야 직원은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고객이나 주주보다는 직원의 행복과 웃음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으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이끈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그는 본인의 직원우선주의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공항게이트에서 부하직원들과 격의없이 농담을 나누고

하루에 1,000건 이상 접수되는 불만 편지에 직접 손으로 답장을 하며

밤새 직원들과 술을 마시며 놀거나 레슬링, 팔씨름, 사냥 대회를 열기도 했다.


직원들을 괴롭히는 악성 고객들에게 직접 다른 항공사를 이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며

승객들의 수화물을 직접 나르고 실제 비행기에 탑승하여 직원들의 고충을 알아보는 등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실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직원들이 경영진과 같은 브랜드의 일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직원 채용과정에서 유머러스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보며 그에 맞춘 면접을 실시했다.

그렇게 채용된 직원들을 타 항공사와는 다르게 쉽게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내문화의 정립과 축적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즐겁고 유쾌하며 가족적인

브랜드 특성을 전 직원에게 내재화하는 '내부브랜딩' 과정이었던 것이다.


즐겁고 쾌활하게 일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잘리지 않는 안정적인 직장.

기장, 승무원, 경영진 할 것 없이 모두 승객들의 수화물을 나르고

비행기 청소나 승객안내 등을 하며 모두가 평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직장.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직원들은 본인들의 직장에 대해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찾는 승객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유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일하는 모든 직원들의 웃음과 행복을 우선시함으로써

직원들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추구하는 유머와 즐거움을 몸에 체화, 내재화할 수 있게 하는

훌륭한 '내부브랜딩' 과정을 창립자의 리더십 아래 이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행복해지고 브랜드에 자긍심을 품은 직원들은 승객들을 대하는 과정, 즉 '외부브랜딩'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맡으며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증진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는 '내부브랜딩'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 4p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내부브랜딩' : 크리에이티브 바키 (Creative VaQi)


하나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까지 창작진 모두가 체화하는 작업, 크리에이티브 바키 (Creative Va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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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창단된 극단 '크리에이티브 VaQi (바키)'는 집시들의 상징인 수레바퀴를 뜻하고,

"Veritas, art, Question, imagination"의 첫 자가 모인 조합이다.

수레바퀴처럼 자유롭게 세상 곳곳을 향해 굴러가고 구석구석 아름다움을 전해주고자 하는 취지로

언어 중심의 연극이 아닌 오브제와 몸, 미디어와 설치 미술 같은 다양한 예술 장르의 재료를 활용한 공연 예술 작품 만들기를 추구한다.


이경성 연출이 동료들과 함께 창단했으며 우리 사회의 동시대적 이슈를 연극언어로 포착하며

새로운 미학적 전략들을 고안하는 작업들을 지속해오고 있다.

극장공간과 텍스트 위주의 연극을 넘어 다양한 장르의 작가와 협업을 추구하고

폐건물, 광장, 거리, 횡단보도 등 일상의 공간에서 공연 만들기를 시도해 왔다.


'크리에이티브 VaQi'의 작업은 '공동창작' 방식을 오랜 기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실적인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연극작업은 작가가 작품을 미리 완성하고 연출과 배우들은 해당 작품을 해석하여 작가의 의도를 잘 끌어내는 것을 우선한다. 나름의 색다른 해석을 덧붙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잘 완성된 작품의 본래 의도를 오해없이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VaQi'는 동시대의 이슈를 포착하여 그것을 연극언어로 어떻게 풀어낼지를 고민하며

연극작업을 시작한다. 완성된 텍스트가 아닌 동시대의 화두에서 시작하며, 이경성 연출이 공연의 컨셉과

뼈대를 잡은 후 배우들이 함께 창작의 주체로서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작업을 진행한다.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고 이경성 연출은 말한 적이 있다.


'크리에이티브 VaQi'는 공통의 주제를 찾은 후 서적이나 강연을 통한 학술적 리서치, 혹은

연극의 모두가 직접 현장에 방문해 그 공간을 경험하는 수행적 리서치를 실시한다.

이후 리서치의 결과인 일기나 영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창작진의 생각을 나누며 이야기 재료를 연결하여 극의 구조를 만든다고 한다.


'크리에이티브 VaQi'는 2009 춘천마임축제 도깨비어워드, 47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

2014, 2015 한국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을 수상하였으며

독일, 영국, 일본, 중국, 호주, 홍콩 등 세계의 다양한 축제와 극장에서 작품들이 소개될 정도로 많은 인정을 받았다. 또한 그들의 공동창작 방식은 연극계에 새로운 연극창작방식을 제시하며 영향을 끼쳤다.


이들의 작업방식은 또한 브랜딩의 관점에서 '내부브랜딩'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최신작 <섬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모든 창작진이 극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내재화하였을 때 어떤 효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스크린샷_2023-05-24_오후_9.21.36.png 23년 4월 13일부터 16일에 상연된 <섬이야기>



<섬 이야기>는 크리에이티브 VaQi가 제주 4.3 사건을 주제로 하여 공동창작한 작품이다.

2022년 초부터 창작진들이 제주도를 직접 방문하며 4.3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진행해 왔고 오랜 기간 공동창작 작업을 진행하며 주목한 것들과 마주한 질문들을 담아냈다.


지금은 제주국제공항이 된 정뜨르 비행장의 유해 발굴작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공연은 그간 리서치한 과정의 이야기들이 실제 무대 위의 인형 발굴작업과 함께 드러나고

리서치와 인터뷰를 직접 진행했던 배우들이 이야기를 푸는 동시에 인형을 발굴한다.


<섬 이야기>는 국가폭력으로 다수가 학살된 사회적 배경에서 나아가

사라진 한 사람마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제시한다.

극장을 통해 현재의 공간에서 관객과 만나며 오늘날 4.3 사건을 기억하고 말하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하는 작품이다.


이경성 연출은 "공연을 통해 죽은 자들의 침묵을 만날 수 있게 될 때

그들의 죽음은 하나의 의미로 환원되는 것이 아닌, 관객 한 명 한 명과의 '대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대화의 공간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죽음의 의미를 현재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섬 이야기> 재공연이 얼굴 없는 얼굴들을 다시 지금 여기 관객 한 명 한 명의 얼굴 앞으로 인양해내는

'묵상' 같은 공연이 되기를 소망합니다."라고 전했다. (출처 : <섬 이야기>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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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공연은 차분하면서 엄숙한 분위기 하에 진행됐다.

이따금 배우들의 위트가 섞여있었으나, 국가폭력으로 학살당한 이야기를 꺼내어 제시하는 작품의 컨셉 상

조심스럽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했던 것 같다.

작품은 멀쩡히 살아있던 4.3 사건의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거나, 유해 발굴작업에 이야기를 덧씌우며 관객들과 4.3 사건을 만나게 했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모든 배우는 직접 제주를 방문하여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모아, 그를 토대로 본인의 장면을 진행했다.

직접 거대한 비극과 마주하여 고민하고, 자신만의 이야기와 언어로 풀어내어, 관객들과 사건이 만날 수 있도록 매개가 되어주었다. 관객들은 진정성과 무게감이 실린 이야기를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들의 공동창작과 리서치, 인터뷰 작업 과정은 작품의 본뜻과 의도를 선연히 드러내주었다.


'죽음의 의미를 현재화하겠다'는 이경성 연출의 공연 컨셉, 즉 브랜드의 컨셉과 추구하는 가치

제주 4.3 사건을 직접 마주하고 치열히 고민한 창작진들, 즉 브랜드의 구성원들의 경험에 켜켜이 쌓이며

모든 창작진들이 공연의 컨셉을 이해하고 체화한 훌륭한 '내부브랜딩'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경험과 작업방식은 끝내 관객에게 더욱 진중히 다가갈 수 있었고,

이는 '내부브랜딩'을 훌륭히 끝마친 브랜드의 수월한 '외부브랜딩'의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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