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펜데믹 이후 한국 뮤지컬 산업은 판매액이 무려 4,250억 원을 돌파하며 전체 공연 시장의 76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일궈냈다. 그럼에도 창작뮤지컬에 대한 외면과 더불어 라이센스 뮤지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비판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뮤지컬 시장의 상위 10개 작품 중 창작 뮤지컬은 겨우 두 작품에 그치고 있으나,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뮤지컬은 K-뮤지컬이라는 이름 하에 해외시장에 대한 진출까지 끊임없이 도모하고 있는 사실은 자못 흥미롭다. 눈여겨 볼 점은 뮤지컬 시장에서 보이는 작금의 상황이 2000년대 후반 한국 영화시장이 겪었던 상황와 매우 흡사하다는 데에 있다. 2000년도 영화산업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영화 <실미도>로 한국 영화사상 최초 천만 관객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산업은 질적 향상보다는 양적 생산에 집중하면서 모처럼 동원된 관객 유치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스탭의 처우와 임금체불 문제로 인해 산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었다는 점도 영화산업의 더딘 성장에 크게 일조했다. 다행히 이후 영화산업은 다양한 제도적 장치의 정비와 작품의 질적 향상에 집중하면서 관객을 발길을 돌리는 데에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뮤지컬 시장에도 동일한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데 제작사의 안정적 수익을 위해 창작 뮤지컬을 외면하고 라이센스 제작에만 열을 올리고, 창작진과 스태프, 앙상블 배우들에 대한 처우 및 임금체불 문제까지 발생한다는 사실은 영화산업의 실수를 답습하는 듯 보인다. 본 논문은 영화산업이 겪었던 문제를 반추하여 뮤지컬 산업의 현재와 전망을 살펴보고 동일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촉구하는데에 의의가 있음을 밝힌다.
1. 한국 뮤지컬 시장의 현재
최근 KOPIS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국 뮤지컬 시장 규모는 사상 최초로 4,250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체 공연 시장 규모인 5,590억 원의 약 76%를 차지하는 수치다. 더욱이 2023년엔 전체 공연 시장 규모가 9,000억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져 뮤지컬 시장 규모가 5,000억 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허나 뮤지컬 시장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하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뮤지컬 시장의 성장의 대부분이 라이센스 뮤지컬에 기반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월간 「공연전산망 1호(예술경영지원센터 발행)」에 따르면 창작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은 20%대에 그쳤다. 국가 지원사업을 통한 창작 뮤지컬 인큐베이팅(Incubating) 사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나 정작 라이센스 뮤지컬에 밀려 공연화가 진행되는 작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는 여전히 뮤지컬 장르가 대중에게 덜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 관객들의 소비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인식에 강하게 영향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창작뮤지컬의 비약적 발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국내 창작뮤지컬은 펜데믹 이후 무려 30%대로 증가했으며, 향후 시장 규모에 따라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연구자는 오늘날 한국 뮤지컬 시장이 겪고 있는 문제점이 2000년대 한국 영화시장의 발전과정과 그에 따른 시행착오와 무척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이로부터 오늘날 뮤지컬 산업의 현재와 전망을 살펴보고자 했다. 비록 공연과 영상이라는 매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유의미한 연구가 되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에 따라 2장에서는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과정을 살피고 3장에서는 2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뮤지컬 시장의 현재를 진단할 것이다. 이로써 4장 결론은 뮤지컬 시장을 향한 제언으로 대체하여 마무리할 것이다.
2. 2000년대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과정
우선 2000년대 이후로의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과정을 살펴보겠다. 2000년도는 한국 영화사 전체에 있어도 몹시 이례적인 시대였는데, 그 중에서도 1999년은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로 꼽힌다. 주성철은 한국영화 산업을 뒤바꾼 영화 세 편으로 <쉬리(강제규필름, 1999)」,<인정사정 볼 것 없다(태원엔터테인먼트, 1999)>, <주유소 습격사건(좋은영화, 1999)>을 선정했다. 한국 영화산업은 이 세 작품 이후 <실미도(시네마서비스, 2003)>,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필름, 2003)>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례가 없는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기존 10% 미만이었던 한국영화 점유율이 2001년 50%를 넘어, 2004년에는 59.3%에 달하며 60%대에 육박한다. 동시에 1999년까지 49편에 불과했던 한국영화 제작 편수는 2003년에 80편을 넘어서게 되면서 연 100편 시대를 앞두었다.
그러나 2008년 영화진흥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개봉한 한국 영화 108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전체의 13.9%인 15편뿐인 것으로 집계돼 7편 중 1편 정도만 투자금 대비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2008년 한국 영화 관객은 2007년도 보다 25%나 감소한 8천여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해외 수출에서도 천3백만 달러 선에서 그쳐 지난 2005년 7천5백만 달러에 6분의 1선으로 주저앉아 극심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었는데, 가장 큰 요인은 영화 수입원의 대부분이 극장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소위 ‘기형적인 수익구조’에 있었던 것으로 연구 결과가 있었다. 또한 스태프의 처우에 관련해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영화진흥위원회의 조사 및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인 신문고에 따르면 영화 스태프의 영화 1편당 평균 임금은 852만원이며, 영화스태프의 임금체불은 2008년 32건이었으나 2009년 12월까지 41건으로 전년대비 9건이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즉 노동여건 악화로 스태프들의 생활고는 더욱 가중되고 영화 현장에서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처 : 이창희, 김형주 <2000년대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 과정을 통해 바라본 한국 창작 뮤지컬 산업의 미래와 제언>.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2023,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C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