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좋은 연출이란 무엇일까?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6화





✅ 연극 <부동산 오브 슈퍼맨>

✅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 뮤지컬 <하데스타운>


연출은 결국 선택의 예술이다. 무엇을 보여줄지, 왜 그것을 보여주는지, 어떻게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좋은 연출가는 무대를 꾸미기 전에 먼저 ‘왜 이 이야기를 지금, 여기서, 이 방식으로 말하려 하는가’를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이야기의 플롯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그 이야기를 오늘의 사회와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하는 것이 좋은 연출의 첫걸음이다.



연출가는 ‘왜’와 ‘어떻게’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다.


최근 극단 신세계의 유튜브 채널에서 관람한 연극<부동산 오브 슈퍼맨2024>(작•연출 김수정) 2024년 당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였던 ‘전세사기’를 다루고 있는 모큐멘터리 연극이다. 연극은 “슈퍼맨도 당하는 전세사기”라는 전제를 가지고 진행된다. 슈퍼맨뿐만 아니라 배트맨, 원더우먼 등 우리가 잘 알법한 히어로들을 등장시켜 모큐멘터리와 렉처의 특성상 설명적일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간다. 특히 흥미로웠던 연출은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 후 2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주요 인물이 관객들을 자리로 안내하는데, 곧이어 2막이 시작되고 관객은 이렇게 말한다. “그럼 지금부터 전섹사기 피해자모임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관객들은 일순간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된다. 객석 중간에 배우들이 배치되어 객석에서 마이크를 들고 발언한다. 슈퍼맨도 당하는 것처럼 관객 누구든 전세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연출이었다.


위와 같은 연출은 극장과 연극의 특성과 성질을 이해하고 개념적으로 잘 접근한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통상적으로 소품과 오브제 그리고 배우의 행위를 통해서 연출을 한다.



20191029503854.jpg
HADESTOWN_3_15_24_EVAN_ZIMMERMAN_0257-1.jpg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와 뮤지컬 <하데스타운>



오래전 관람한 작품이지만 <알리바이 연대기>(작•연출 김재엽)가 생각난다. 그 작품은 아버지 세대에서 아들 세대 그리고 그 자녀의 세대까지 이어지는 3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바뀌지 않는 현실과 “진정 국민을 위한 대통령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연출은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자전거를 활용한다.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하수 윙에서 상수 윙으로 퇴장하면 아들이 그 뒤를 따른다. 이런 장면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마지막에 세발자전거가 등장해 오르골처럼 회전하도록 연출한 것이다. 두 연출 모두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를 ‘어떻게’연출할 것인지 깊게 고민하여 관객의 마음 깊이 장면을 남긴 효과적인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성공 비결도 바로 지금 공연되어야 하는 이유와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지 연출이 세심히 고민한 결과가 관객에게 전달된다. 고대 그리스 신화인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였다. 하데스타운은 지하 세계이자 산업화된 도시로 묘사되며, 하데스는 권위적인 산업 자본가로,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며 생산성을 강요한다. 에우리디케는 가난과 배고픔 때문에 자발적으로 하데스타운에 들어가는 인물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강요받는 개인을 상징한다. 그리하여 하데스타운은 불평등한 노동 시스템과 권력 구조를 풍자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회전무대를 통해 계속해서 걷거나 노동하는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단순히 이야기와 음악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노동 현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설자와 라이브 밴드의 노출 등 브레히트의 서사극적 연출을 시도한 점도 좋았다.


좋은 연출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대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그리고 이론적인 공부뿐 아니라 많은 공연을 보면서 다양한 표현 방법을 모색하고 그 기능과 효과를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좋은 연출로 가닿을 수 있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Master. DUHWA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에서 워크숍 토론을 보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