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자의 눈으로 본 영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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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는 예술시장의 구조가 함축되어있습니다. 작품을 생산하는 화가 베르메르, 생산된 작품을 구매하는 후원자이자 소비자인 귀족 라이벤, 둘 사이를 중개하며 조율하는 베르메르의 장모 마리아. 이 세명은 예술시장의 중요 역할인 생산자와 소비자, 중개자를 대표합니다. 이들의 역할을 분석하며 예술시장의 원리와 구조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오늘은 예술경영의 입장에서 영화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예술가와 시민을 이어주는 중개인

베르메르의 장모는 베르메르 집안의 실질적인 살림과 경제를 관리합니다. 사위인 베르메르가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그림의 콘셉트와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예술가를 어엿한 직업으로 인정하며 이를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이는 예술경영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중개자로서의 예술경영’과 닮았습니다. 물론 베르메르의 그림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정하기보다,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모습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녀를 좋은 예술경영자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베르메르에게 작업실을 내어주고, 그림을 판매하고 일감을 물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오늘날의 영리 예술경영을 떠오르게 합니다. 우리가 예술경영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를 만한, 예술경영의 대표적인 임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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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매니지먼트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의 모델인 하녀 그리트는 예술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중개자도, 작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도, 구매하는 소비자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리트 역시 극을 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예술경영자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화가인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그리트는 그림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녀만의 섬세한 감각으로 베르메르의 예술세계와 그가 그린 그림의 가치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리트의 미술적 감각은 베르메르의 그림에는 관심이 없는 부인 카타리나와 그림을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장모의 모습과는 확연히 대비됩니다. 이러한 그리트의 면모에 빠진 베르메르는 그리트를 자신의 뮤즈로 삼습니다. 그리트는 베르메르의 뮤즈로서 그의 예술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가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물감을 제조하고, 화실을 관리하고, 그의 그림에 조언을 던지기도 합니다. 이런 그리트의 모습은 예술가를 관리하고 보조하는 ‘매니지먼트로서의 예술경영자’의 역할과 닮아 있습니다.



예술경영자가 감당해야 할 여러 역할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예술가를 돌보고 뒷받침하는 매니지먼트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매니지먼트는 정신적, 환경적 매니지먼트 모두를 의미합니다. 예술경영자는 예술가가 예술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적인 관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예술가가 활동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흔히 말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영화 속에서 그리트가 작업실을 청소하고, 물감을 만들고, 그림의 구도에 조언을 던진 것처럼 예술경영자도 예술가들이 외적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완벽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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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뮤즈

더 나아가 예술경영자는 예술가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숨겨진 가치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예술가를 위한 일일 뿐만 아니라 예술경영자 본인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예술경영자는 예술가와 일종의 파트너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트의 모든 행동은 베르메르의 예술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예술가와 동등한 위치에서 그들의 생각과 예술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좋은 예술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정신세계와 예술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우주가 만나 하나로 합쳐지는 것만큼 힘든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두 개의 우주는 서로의 파동에 공명하고, 응답하며 끊임없는 별들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역사 속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뮤즈를 찾고, 예술 공동체를 만들고, 후원자를 찾아다니기에 바빴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래야 예술적 영감의 폭발에 사로잡혀 작품세계에 더욱 몰입하고, 예술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예술경영자는 예술가들의 뮤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술경영인은 예술가의 파트너로서 존재한다는 점과 예술가들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끊임없이 제시한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영화를 보고 예술경영자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예술경영자는 사회에 유익을 주는 예술이 탄생할 수 있도록 예술가와 소통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술가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예술경영자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제작/글: 예술도서관TA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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