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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O Mar 17. 2021

낡은 것을 찾다가.


 

 동묘시장에 다녀왔다. 예전부터 골동품과 구제로 유명했던 곳. 지금은 압도적으로 옷이 많았다.

'쓸만한, 입을만한 옷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매력이 사람들을 이끈다. 실상 가서 보물을 만나기란 쉽진 않지만.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보물을 찾아낸다.

그곳에도 야심 있는 사람들이 진출해 매장을 차리고, 옷을 정갈하게 쌓아놓고, 스타일을 구분해놓았다. 그래서 이제는 거의 새 것이나 다름없는 옷 들이 대부분이지만. 분명 만들어진지 5년, 10년은 되어 보이는데도 반짝거리는 옷들이 있다. 나는 그런 것 들을 만나면 조금은 감격스럽다.

나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다, 이제는 낡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나이라 생각은 하면서도, 조금 더 바둥거리리 위해 서둘러 반성한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 운동을 해야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해두면 좋을 공부를 하고, 열심히 좋은 자리를 찾아내서 다시 카페를 열심히 한다.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늘 읽던 책, 보던 영화, 하던 일. 오래된 취향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까? 너무 꼰꼰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태어난 그대로 서서히 낡아간, 그럼에도 빛나는 것들을 사랑한다. 사람을, 사물에도 그렇다. 비결이 무어냐 물어보고 싶고, 때때로 답을 듣기도 하지만. 그것은 결국 틈 없이 촘촘하게 재봉질된 옷을 눈으로, 손으로 더듬으며 '역시'라고 속으로 감탄하는 일. 그때 깨닫는 확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얼기설기 짜 놓은 부분부터, 서서히 낡아가는 것은 아닌지. 더미에서 옷을 헤집으며 생각한다. 너무 틈이 많아서 그렇게 바스러지는구나.

동묘에서는 아주 마음에 드는 가방을 샀다. 아주 낡아 보였지만, 만져지는 모든 것은 단단했다. 아주 좋은 여행 가방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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