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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O Apr 08. 2023

2. 카페에서의 하루.  

'카페에 앉아서'

 뜬금없지만, 나의 ‘무사함’의 기준은 상당히 낮다. 카페에서 절명한 사람이 없고, 내가 내 손으로 마감을 완료했다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난 것이라 여긴다. 물론 하루를 평가하는 까다로운 기준도 있다. ‘만족감’은 좀처럼 가득 채울 수 없는 큰 기준이다. 하루가 아무리 무사했다 하더라도 만족감이 바닥이면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이것은 열심히나 열정과는 큰 관련이 없어서 더 어렵다. 만족은 주어지는 상황에서 나온다. 내가 대처한 방식에서 나온다. 


카페에 간판도 달지 않고 오픈을 했던 지난날. 한 손님이 아이를 업고 카페로 들어왔다. 딱 봐도 ‘덥고 너무 힘들고 제발 앉고 싶어!!’라고 말하고 있는 얼굴로, 디카페인 커피가 있는지 물어오셨다. 우리 카페에는 디카페인 커피가 없었고. 손님은 조금 고민하시더니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카페를 나갔다. 나는 손님이 나가자마자 후회했다. 얼음물이라도 한 잔 드시고 가시라고 잡았어야 했다. 받아들이거나 거절하거나. 그것은 나의 몫이 아니다. 나는 제안을 했어야 했고, 제공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을 놓쳤고. 나는 지금도 그 순간의 후회에 대해 쓰고 있다. 


장사를 잘하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동시에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대단한 매출이 나오지도 않는 카페에 앉아서 냉철한 사업가 흉내를 내는 것은 낯부끄럽다. 하나부터 열 까지.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카페를 만들었다. 이왕이면 느긋하고 인심 좋게. 느리더라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쌓아 올리고 싶다. 동시에, 무사한 하루 속에서 만족을 채워가고 싶다. 손님에게 메뉴 설명을 기가 막히게 한 뒤에 오는 만족. 쿠폰에 도장을 가지런히 찍고 난 뒤에 혼자 으쓱하며 손에 쥐는 작은 만족. 커피를 맛있게 내린 뒤, 내가 마셔도 너무 맛있어 잔잔히 몸으로 퍼져드는 만족. 등등등. 


무사히 카페를 마감했다. 오늘은 좀처럼 만족할 일은 없었다. 매상은 에스프레소 한 샷만큼 나왔고 실수는 뜯어진 드립백에서 쏟아진 원두가루만큼이나 자잘하고 난감했다. 

이제 한 시간 남은 하루. 나는 시도하기로 한다. 이 낙서를 마무리하고 원두를 로스팅하기로. 

부디, 만족을 채울 마지막 시도가 성공적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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