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메모기'
펍에서 술을 마시다 새로운 사람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나란히 앉아서, 펍 사장님까지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의 병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나는 나의 병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조용히 듣던 옆자리의 사람이,
‘저는 췌장암에 걸렸었어요. 지금은 완치되었고. 암에 걸리고 나니까, 지금 이대로 사는 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를 그만뒀고.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들으며, ‘정말 멋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자신에게 쏟아낸 비극을 이겨내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모두가 바라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기본적으로 나는 그것을 해낸 사람들을 존경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갑상선은, 그렇게 새로운 삶을 열어젖히기엔 조금 애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