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TO Apr 18. 2023

2. 조금은 애매해요.

'암 메모기'

 펍에서 술을 마시다 새로운 사람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나란히 앉아서, 펍 사장님까지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의 병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나는 나의 병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조용히 듣던 옆자리의 사람이,

‘저는 췌장암에 걸렸었어요. 지금은 완치되었고. 암에 걸리고 나니까, 지금 이대로 사는 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를 그만뒀고.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들으며, ‘정말 멋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자신에게 쏟아낸 비극을 이겨내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모두가 바라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기본적으로 나는 그것을 해낸 사람들을 존경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갑상선은, 그렇게 새로운 삶을 열어젖히기엔 조금 애매해요’

작가의 이전글 5. 기다리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