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TO May 30. 2023

4. 역시나 애매해요.

'암 메모기'


 수술 날짜가 잡혔다 5월 16일. 앞으로 한 달이 조금 덜 남았다. 

암 치고는 수술을 너무 늦게 받는 것 아니야?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나에게 되물어온다. 그렇다니까? 말했잖아 내 암은 애매하다고.

수술 날짜를 받아 들기 전, 나는 내심 카페를 닫고 한동안 쉬며 체력을 보충하겠다는 야심이 있었는데. 그 기간이 한 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 나는 여전히 명랑한 암 환자지만 몸은 힘들다. 일을 크게 벌이고 달리기에도, 매상의 집착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에 평화를 주기에도 한 달이라는 시간은 참으로 애매하다. 얄궂다. 병이 애매하니 과정도 애매하다.

한 마디를 덧붙이자면. 카페를 ‘느린 파도’라고 명명한 이유는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운영해 보자는 의미였다. 그 때문일까. 지금 내 사정도 참으로 천천히,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그러게 빠른 파도라고 하지 그랬어. 카페 매상이 빨리빨리 오르게’ 예전 나에게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3. 아주 이상한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