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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O May 30. 2023

5. 어쩌면 이 시기가 그리울까요.

'암 메모기'


 ‘마음 놓고 놀아재껴도 되는 시기’라고 명명한 순간들이 있다.

수능 시험이 막 끝난 - 물론 결과와는 상관없이 - 후부터 슬슬 결과에 마음이 저려오기 시작하는 2~3일 후까지의 시간.

군대에서 전역하기 직전, 마지막 휴가를 나와서 보내는 열흘의 시간. 다니던 회사를 평온한 이후로 퇴사 한 뒤의 며칠.

그렇게 걱정 한 줌 없이 까르르 웃으며 시간을 보내던 시기가 있었고. 때문에 그 시기가 때때로 그리워지는데. 요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나중에 이 시기를 그리워하게 될까?’

아무도 나에게 열심을 말하지 않는 시기.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 임무가 되어버린 시기.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도 이해를 받고 격려를 받는 시기. 그렇네. 나는 분명 이 시기를 그리워하겠네.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기쁘게 여기기로 했다. 실은 걱정을 뒤로 밀어놓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아주 오랜만에 물 위에 둥둥 떠서 흐르고 있다.

나의 소중한 친구가 고등학교 때 자신의 메신저에 써놓았던 말이 있다.(아무튼 허세는)

‘죽은 물고기만이 강을 따라 떠내려간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친구야. 때로는 작은 불행을 이겨낼 힘을 얻기 위해 둥둥 떠내려가는 순간도 분명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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