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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PD Oct 29. 2020

당근마켓 활용기

오래된 노트북 쫓아내기

집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물건들이 노후되고 중복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집에 노트북이 두 개 있다. 레노버 노트북은 결혼하고 이듬해에 샀으니 2012년에 산 물건 같다. 너무 느려서 올해 초에 hdd를 ssd로 바꾸고 윈도 10으로 정품 업데이트해주었다. 들어간 돈만 대략 5만 원쯤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삼성 노트북이 생겼다. 이 놈도 새 놈은 아니지만 먼젓놈 보다 빠릿빠릿하기에 이 녀석을 주로 쓰기 시작했다. 애먼 돈 5만 원을 들여 개비한 레노버 노트북은 그냥 자리만 차지하며 창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게 전부였다. 


그냥 갖고 있으면서 쓴다면 그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겠지만 쓰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연식만 늘어가면 나중에 처분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당근마켓에 한 번 올려보았다. 시세를 보니 10만 원 이상으로도 올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 생각에 10만 원이면 조금만 더 보태서 20만 원짜리 중소기업 노트북을 사고 싶어 질 것 같았다. 팔리지 않고 끌어올리기만 하고 있는 비슷한 녀석들을 보자니 시원하게 가격을 내려서 올리기로 했다.

빠르지 않지만 모든 기능이 다 되고 인터넷 서핑, 720P 영화 감상, 한글 작업 원활. 단돈 5만 원. 역시나 올리자마자 3명에게서 거래 제안이 왔다. 질문이 적고 가장 적극적인 사람에게 팔기로 했다. 질문만 많고 몇 분 단위로  채팅을 하며 미적거리는 거래는 정신을 갉아먹는다. 물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알아본 사람은 질문이 적다. 노트북의 스펙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제대로 답변해줄 수 있을 정도로 지식도 없고.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장 사러 오겠다는 사람에게 노트북을 넘기기로 했다.

원래 오후 늦게 거래하기로 하였으나 시간을 당겨 점심시간에 사러 오겠다고 한다. 나는 땡큐다. 어차피 팔기로 했으면 빨리 현금화하는 게 이득이다. 5만 원이 이자가 얼마나 되겠냐마는... 구매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왔고 이런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는 전문 꾼 같았다. 한 번 켜보더니 별말 없이 이체를 해주었다. 거래를 마치고 구매자 아이디를 클릭해서 역대 거래 기록을 보았다. 잡다한 물건들을 사고팔았다. 그렇다. 전문업자였다. 급매물로 나온 저렴한 물건을 사서 제값을 받고 파는 되팔이인 것 같았다.


별로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내가 있는 곳으로 직접 와주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래를 진행했고 깔끔하게 이체해주었다. 아마도 그 사람은 몇만 원을 더 붙여서 노트북이 필요한 사람에게 며칠 후에 팔게 될 것이다. 제값을 받기 위해 나 대신 시간을 더 들일 것이고 창고 같은데 보관하며 공간을 차지할 것이다. 내가 쓰지 않은 시간과 공간을 이 업자가 대신 써주는 것이다. 그리고 일일이 응대하는 귀찮음까지.


집에서 쓸데없이 공간만 차지하고 쓰지 않은 물건을 팔아보려고 한다. 가끔 나눔도 하면서. 특히 아이 물건은 아이가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찾지 않는 것들이 많아진다. 짧게는 한두 번, 길게는 몇 개월만 필요한 유아 물품이 많다. 언젠간 다시 쓰겠지 언젠간 아무개네 아기한테 물려주는 게 낫겠지 언젠간 둘째가 생길 수도 있겠지...


언젠간...이라는 말로 버리지 못하고 고이고이 쟁여두었다. 비싼 전셋집에 임대료 한 푼 안 내고 그들이(?) 함께 살고 있다. 어서 떨쳐 없애야겠다. 가볍게 살림살이를 줄이면 집도 깔끔해질 것이고 기분도 홀가분해질 것이다. 꼭 필요한 게 아니면 팔자.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사지 말자. 객식구들을 다 쫓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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