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t Apr 23. 2017

지극히 주관적인 스타트업 회고록

서울프라이스와 함께한 2017년 - 5편, 다시 봄

#좋은서비스

수익화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스타트업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좋은 가치를 제공한다면 좋은 서비스는 될 수 있다. 개발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내 서비스를 써주는 것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 서울프라이스는 마케팅을 중단한 뒤로도 사용자가 꾸준히 늘어 월 방문자가 3만이 넘었다. 


#허리띠졸라매기

장사의 신 교세라 기업의 CEO 이나모리 가즈오는 비용을 창의적으로 줄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서울프라이스는 초 저비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무실을 정리하고 고정비용을 줄였다. 그 결과 현재 서버 비용 월 2만원과 도메인 유지 비용 연 만원, 데이터 갱신 비용만 감당하면 서비스 자체가 망가지진 않게 되었다. 이는 컨텐츠 사업과 차별화되는 점으로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지 않아도 서비스가 유지된다는 점이 좋다.


#위임불가능한일

이러한 과정에서 나의 주된 관심사는 위임이다. 갱신은 지역 관리자에게, 마케팅은 프리랜서 마케터에게, 영업은 영업 전문 인력에게 위임하며 급여 지급, 수익 쉐어 등 비용의 지불과 이해관계의 일치를 고려했다. 그럼에도 위임불가능한 역할과 책임은 있다. 그것은 어떤 사람과 함께할까, 어떤 역할을 부여할까 등의 인력적인 요소가 한 부분이며, 어떤 그림을 그리는 지, 시간과 돈 사이에 상충관계 중 어떤 것에 집중할 지, 어느 부분에 집중할지 등 계획과 실행을 담당하는 곳에서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지속하다보면 어느 새 많이 성장해있거나 좋은 제휴 기회가 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선은 위임할 수 없는 두 가지 역할인 사람과 의사결정에 집중하고 있다.


#다시

2017년 3월,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동아리 후배인 한양대 이석우 군이 한양프라이스를 만들고 싶다고 찾아왔고 정말 감사하게도 지역관리 이상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또한 스누프라이스의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수익 확보가 절실했는데 같은 반 동기인 영업왕 김민욱 군이 영업파트에서 다시 박차를 가해주고 있다. 미친 마케터 이원준 군의 수제자 고윤지 양도 혼자서 탄탄하게 페이지를 키워내고 있고, 나도 프로그래밍을 더 공부하고 경영과학을 배우면서 바로바로 적용해보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전략과 실행을 겸비한 연합 학술동아리 씨스테이지에서 새로운 모네타이제이션 가설을 테스트해주기로 했다. 모두에게 서울프라이스가 너무 심각하지 않으면서 각자 자유롭게 생각을 실험해볼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가 되면 좋겠다. 지금도 서울프라이스는 현재 진행형이다.


#창업생태계

앞으로 무슨 새로운 도전을 하게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창업이 너무 좋다. 창업에 관한 글을 쓰는게 좋고, 창업 팀을 만나는게 좋고, 다양한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스타트업도 많다는데 어쩌면 그런 일을 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잘될때나 힘들때나 큰 힘이 되어주신 최인규 대표님의 제안으로 올 봄 관악 최초 VC인 스프링캠프에서 일하게 되었다. 다른 일도 많은데 욕심인가도 싶었지만, 서울대를 실리콘밸리로 만들자는 비전에 가슴이 뛰었다. 내가 지향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 연구일지 투자일지 지원일지 창업일지는 모르겠다. 우선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야하겠다.


#에필로그

서울프라이스는 나 개인에게도 많은 뜻밖의 선물을 주었는데 그 중 하나는 직업병이다. 어딜가나 안가본 곳을 가려하고, 푸디캠으로 음식 사진을 찍는다. 나는 원래 맛집은 커녕 먹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어디가 맛있는지 어떤 상황에 어딜 가야 할지에 대해 꽤나 잘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선물은 사람이다. 사업을 하며 새로이 알게된 소중한 인연도 많지만 그 중 역시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 서울프라이시안들이다. 서울프라이스를 거쳐간 사람들을 합해보면 35명이나 된다. 같이 일해본 사이는 친한 사이와는 뭔가 다른 맛이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모두 다 같이 한번 모여보고 싶다. 세상 좁다는 얘기를 버릇처럼 하는데 언젠가 우리 모두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이 회고록은 여기서 끝이 난다. 하지만 언젠가 준비가 되었을 때 6편, 7편, 나중에는 100편까지 쓰게될지도 모를 일이다. 항상 성장하면서 작은 배움도 공유하는 copyleft형 인간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의 끝이자 시작을 있게 해준 가장 큰 선물, 고윤지 양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작가의 이전글 지극히 주관적인 스타트업 회고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