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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 May 18. 2017

작은 경영

3편. 전략

#포터5forces

장사가 그렇듯 진입장벽 자체는 높지 않다. 소비자/공급자 협상력도 다 비슷하며, 장터 음식으로서 대체재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당시 프로젝트가 매우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자영업이 어려운 이유는 다들 너무나 빨리 따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발주자의 이점은 확실히 존재한다. 우리는 테이크아웃 스테이크에 있어서 first-mover였고 경쟁을 피하고 거의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다. 대학 축제에서 장사라는 레드오션 속 블루오션이었다.


#차별화

잘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 스테이크는 장터에서 볼 수 없었던 음식이기에 제품 자체의 차별화가 가장 컸고, 실제로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또한 우리는 시즈닝부터 굽고 써는 모든 과정을 앞에 배치해 조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었고, 숯으로 굽는 느낌이 더 잘 살도록 검은 티를 맞춰 입었다. 


#외부분석

고대 상권은 물가가 워낙 싸서 전반적인 음식에 대한 가격지불의사가 낮았다. 그래서 가격을 높일 수가 없었고, 수익성이 그리 좋지 못했던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많은 학생 수와 에픽하이 등 짱짱한 가수 라인업은 축제가 매우 흥하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커머스에서는 사이트에 유입되는 모수를 잘 모으면, 유입, 가입, 장바구니를 거쳐 구매 결정으로 최종 전환 된다. 장사에서 사이트 유입에 해당되는 것이 목이다. 우리는 축제라는 특수 상황에 힘입어 좋은 목을 차지했고, 가만히만 있어도 한 시간에 수 천명은 지나다니는 곳이라는 절대적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프라이스

차별화 전략은 크게 프리미엄화와 저가 전략으로 나뉘는데 우리는 위의 이유들로 프리미엄화 하면서도 싸게 팔았다. 경쟁자가 명확하게 있을 때 가격 설정은 쉬운 편이지만 전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 가격 설정은 매우매우 어려우면서도 중요하다. 비용은 한번 최소화 해놓으면 일정한 반면, 같은 판매량을 가정했을 때 가격은 높일 수록 고스란히 수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결국 매출을 극대화하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서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라는 이름의 가격 민감도가 이슈가 된다. 한 번이라도 뭔가를 팔아보면 정말 고심해서 가격을 정하게 된다. 6900원이면 싸보일까 농락하는 느낌이 들까, 거스름돈 거슬러주기 귀찮지 않을까, 4.9라고 적으면 더 싸보일까, 두 가격을 함께 보여주면 그 가격대에 anchoring되어서 부담이 줄어들까. 박리다매할까, 고급화할까.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가격들도 뭐 하나 쉬이 정해진 것이 없다.


#KPI-key performance index

재미와 돈 중 우리는 재미가 우선이었다. 그래서 운영도 칼같지 않게 했다. 수익이 KPI였다면 가장 효과적이지 않았겠지만 경험과 추억이 KPI 였던 우리에게 다소 느슨한 운영 전략이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음 다시 생각해보니 사실 전략이 없었다. 장사와 사업의 차이는 전략이 있냐 없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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