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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 May 24. 2017

작은 경영

5편. 생산관리/경영과학

#생산이콜매출?

1차세계대전 당시 발전되기 시작한 경영과학은 '생산하면 무조건 팔린다'라는 말도안되는 가정을 전제로 탄생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때는 그랬기 때문이다. 우리 때가 딱 그랬다. 생산하는 족족 팔려나갔다. 줄이 끊이지 않았기 떄문이다. 그릴 하나로 생산하던 걸, 그릴 두 개로 생산하니 매출이 두 배로 늘 정도였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생산은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면에선 운이 아주 좋았다.


#경영과학

스테이크와 샹그리아를 함께 팔았었는데 각각의 마진율이 달랐고, 최대 생산량이 달랐다. 그리고 세트 상품의 판매 등도 고려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묶어팔기 정도에 그쳤었다. 이 때 선형계획이나 민감도 분석 같은 걸 알았으면 최적조합 찾기나 새로운 상품의 한계 가격 설정 등 훨씬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또한 대기행렬을 배웠었다면 줄이라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접근하지 않고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밸류체인

스테이크 하나를 파는데도 많은 과정이 있다. 소고기를 떼오고, 해동하고, 시즈닝하고, 구워서, 썰고, 담아서, 팔아야 한다. 소주를 사서 그대로 팔거나, 이미 반조리된 닭꼬치 등을 구워서 파는 것과 달리 스테이크는 꽤 많은 일련의 작업이 필요했고, 한 곳에 병목이 생기면 그 다음 모든 단계가 지연되었다. 프로젝트 관리에 PERT/CPM이라는 관리 방법론을 배우고 있는데, 이걸 알았으면 선후관계를 잘 파악해서 병목이 생기는 주 경로를 최적화했을 텐데 아쉽다.


#비싸게사서싸게팔기

비용 최소화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아주 깐깐하지 않았다. 더 싸게 살 수 있어도 때로는 시간을 아끼려고, 때로는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기 위해 기꺼이 더 비싼 재료를 조달해왔고, 이는 수익성의 악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도 비용 최소화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우리 스테이크는 좋은 고기를 써서 존맛이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더 적은 비용으로도 더 나은 재료를 살 수 있다. 1회성 장사가 아닌 장기성 프로젝트 또는 실제 자영업이 되었다면 비용을 관리하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수 천 인분의 스테이크를 팔았으니 비용 100원 절감 당 수 십만원의 순수익이 발생했을 것이다.


#재고관리

이 프로젝트 중 가장 망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재고관리이다. 스테이크 판매에 대한 감이 부족했던 우리는 감자칩이 모자라서 편의점에서 정말 비싸게 감자칩을 사오기도 했고, 충분히 팔 수 있을 거란 착각으로 무리하게 고기를 주문해서 보관할 냉동고를 찾느라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클라이맥스로 축제 끝날 때까지 팔지 못한 고기는 마무리 파티라는 아름다운 명목으로 고스란히 우리의 배 속으로 버려질 수 밖에 없었다. 정승완 군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때 하도 먹어서 나중엔 고무타이어를 씹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프로젝트에서 망해서 다행이었다.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의 경우는 재고관리가 가장 큰 리스크라는 걸 배웠고, 생산관리의 흐름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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