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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 Oct 05. 2019

기획자로서 부끄러웠던 말

유저랑 썸을 타는 기획자 로맨스물

근래 들은 말 중에 기획자로서 가장 부끄러웠던 말이 있다.


유저에게 가치를 주고, 내가 만든 가치에 그/그녀가 감동하고, 그 감동에 내가 감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이었다. 최근에 유저가 감동하는 것을 느낀 적이 있나? 그럴 때 나는 같이 감동했을까? 책상에 써놓고 늘 상기하고 싶을 정도로 반성이 되는 말이었다. 어떤 사람, 어떤 기획자가 되어야할까에 대한 다짐을 적어보았다.


*유저에게 가치를 주는 것이 제일 먼저인 사람 = 이외의 것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 


골목식당에 나오는 자영업 사장님들을 보면 사정이 어렵다고, 바쁘다고, 나중에 할 계획이었다고 핑계대는 것이 자주 보인다. 그런 사장님들에게 백종원은 고객이 제일 먼저라고 쓴 소리를 한다. 백종원을 보면 고객이 어떤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항상 가장 먼저 고민한 흔적의 관록이 느껴진다. 


IT업계에도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진다. 이렇게 해야 더 돈을 많이 땡길 수 있다, 투자자가 원하는 그림이다, 시장 타이밍이 원한다, 큰 그림으로 가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한다, 우리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이다, 돈이 많이 든다, 손이 많이 간다 등의 이유와 타협하며 유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주지 않고 있는 곳들이 많은 것 같다.


유저가 정말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 때 시장은 반응하고, 유저가 정말 원하는 기능을 만들 때 유저는 감동한다. 그리고 입소문을 내고, 서비스의 충성 유저가 된다. 그리고 팀이 그토록 원하던 CPI는 낮아지고, retention은 높아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IT서비스가 타협을 하느라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동받아야 할 수 있는 행동(앱 리뷰를 적고, 친구에게 소문을 내는 등)들을 너무 빈번하게 강요한다. 


IT업계에 백종원이 나타나서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이딴 거 좀 하지마세요! 라고 말해주면 유저들의 모바일 라이프가 보다 풍요로워 질 것 같다. 지금은 타다를 만들고 있는 비트윈 창업 팀 VCNC는 사명에 Value Creation을 두었다는 점에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딴 거 하지 말라는 소리 듣지 않게 유저에게 가치를 주자는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유저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 = 로맨틱한 사람


-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사람


숟가락 하나를 놔도 그 사람이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고려하고 집기 좋은 방향으로 놓는 사람이 있다. 연애에 있어서는 툭 지나가듯 한 말도 기억해두었다가 챙겨주는 로맨틱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디테일을 포착하는 섬세함과 배려심이 습관화된 사람이다. 사소한 것은 사소하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내가 만든 것에 너무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어 사소한 불편함은 지나친다. 100만 명이 쓰는 서비스에 불필요한 한 뎁쓰는 100만 뎁쓰이므로 사소한 불편함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기능이 숨어있는 것을, 버튼이 지나치게 작은 것을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예상치 못했던 서프라이즈를 주는 사람


:감동을 받은 경험을 돌이켜보면 단순하게도 나는 기대하는 것 이상을 받을 때 감동했다. 시키지도 않은 고급 안주가 서비스로 나왔다거나, 서비스의 고객 응대가 친절했을 때, 깜짝 선물을 받거나, 택배가 하루만에 도착했을 때 나는 감동을 받는다. 항상 새로운 것, 항상 기대했던 것 이상을 줄 수는 없겠지만, 기대한 것 이상의 +a를 받았을 때의 감동은 여운이 길다. 어떻게 해야 유저를 감동시킬지 궁리하는 기획자가 되어야겠다.


*유저의 감동이 곧 나의 감동인 사람 = 유저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


IT업계에는 유저 인사이트라는 말이 있다. 유저 인터뷰도 있다. 유저 테스트도 있다. 마치 유저를 친구가 아닌 분석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이러한 시각에서 생기는 보편적인 문제로 IT회사에서는 종종 유저가 너무 어렵다고, 혹은 까다롭다고, 심지어는 모순적이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하기까지 하는 경향이 있다. 유저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기획자를 너무 많이 보게 된다.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님은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하면 좋은 점으로, 내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라는 점을 꼽았다. 정말이지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멋진 일인 것 같다. 만약 내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나와 가장 친한 친구라면, 내가 잘 보이고 싶은 이성이라면, 혹은 내가 가장 사랑해서 제일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서비스를 만들 때에 그/그녀가 실망하지 않도록,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지 않을까. 유저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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