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t Dec 27. 2019

VC가 투자하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이유

요즘은 초기 투자에 있어서 나와 우리 회사와 인연이 깊은 스프링캠프가 다 해 먹는다는 소리도 들은 것 같은데... 너무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는 원래 다 해 먹는 쪽이 승자니까. 스노우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정말 많이 하는데, 사내외 벤처와 투자 양 쪽 얘기를 들으면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설득
투자는 흔히 발굴, 심사, 운영이라고 하는데 좋은 팀일수록 그 3가지 외에도 설득의 과정이 있는 것 같다. 정말 좋은 팀을 찾았는데 IR을 하도록 권유하고, 투자심사 자리까지 앉히는 그 과정이 아쉬울 게 없는 팀일수록 쉽지 않다. 반대로 아쉬움이 있는 팀은 투자자를 투심까지의 자리를 만들어주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해
창업가 입장에서 투자자가 적은 아니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인 법. 하지만 많은 초기 창업가들이 투자자에 대해 잘 모른다. 너무 좋게 생각하거나, 너무 안 좋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대부분 VC 관점에서 본 경험이 없어서 역지사지가 안 되는 것 같다.

열정
VC는 10개 투자해서 다 망해도 하나 대박 나면 다 건지는 구조인데, 투자를 받겠다고 하면서 안전하게 몇 백, 몇 천만 원 벌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어필하는 팀들도 있다. 반대로 손정의나 잡스의 이야기에서 이상한 뽕을 맞았는지, 창업가는 누구보다 많이 만났을 VC에게 근거 없이 과장된 무리수를 펼치는 곳도 있다.

냉정
쓸데없는 뜨거운 말들보다는 현실적인 시장 파이와 잘할 수 있는 전략과 팀을 차갑게 보여주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표 형은 Big market, suitable team, winning logic 3가지만 있으면 투자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새로이 시작하는 아이템의 시장 규모는 작게 시작하는 초기에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좋은 팀과 전략도 점점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럼 나의 사업에 대한 진지함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포기하지 않을 근거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스타트업이 포기를 선언하는 순간 자금 회수 가능성은 0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투자자 관점에서 자금 회수율을 높이는 지름길은 창업 팀의 존버이기에 오래 할 팀 인지, 즉 이 사업에 얼마나 진지한 지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끈덕지게 해 나간다는 것,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인생 거는 것이다. 그래서 배수의 진을 치고 하거나, 커다란 기회비용에도 불구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거나, 해당 분야에 대한 오랜 전문성이나 야망을 보기 마련이다. 그런 팀은 단기에 포기할 확률이 더 낮을 것이다.

생존력 증명
스타트업은 월급을 주는 순간부터 정말 생존만 해도 반이다. 극초기일수록 생존할만한 DNA를 갖춘 팀인지가 정말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물론 생존율이 높은 것과 성공률이 높은 것은 또 다른 얘기이기 때문에, 적당히 손익분기만 맞추게 되는 좀비기업이 되지 않게 경계는 해야 할 것이다.)

물음표 지우기
이 외에도 내가 심사역이라면 이 사업에 어떤 점이 가장 불안하고 걱정될까 라는 생각을 팀에서 한 번 거치기만 해도 투자자를 만나는 지난한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IR을 잘하는 팀은 이것을 흔히 appendix에 예상 질문으로 넣는 방법을 통해, IR과정에서 생기는 question mark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한다.


작가의 이전글 주 52시간이 만든 사업 기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