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라면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
스타트업과 회사 사이에서 듣게 되는 많은 hr고민들에 대한 생각 정리 글.
[왜 다들 hr을 고민할까?]
대표들이 실무 출신일 경우, 일정 규모 이상 사람 다루는 일은 낯설다. 하지만 조직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조직이 커지면서 self-motivated 되지 않은 직원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면 점점 갈수록 실무(hard skill)보다는 리더십(soft skill)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기획/마케팅/개발 등의 이슈는 아이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단계에 따라 겪는 hr문제는 꽤 비슷하다. 그래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누기 좋다. 또, 많은 ceo들이 쓴 책들이 사실은 hr에 대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들 hr을 고민하고, 이야기한다.
[비전]
*광신도 집단
:확실히 vision driven 회사의 강력함이 있다. vision align 되면 강력한 내적 동기/채용의 미끼가 된다. 하지만 오히려 vision align 안 되는 사람 데려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다 좋은데... 난 그 비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라며 거절하기도) vision align 안된 사람이 vision driven 조직을 보면 광신도 집단 같아 보일 수 있다.
*만들어진 비전
:사업이 성공 궤도에 오른 뒤 비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뉴턴도 사실 사과를 맞고 중력을 떠올리지 않았고, 넷플릭스도 연체된 dvd에서 빡쳐서 나온 것이 아니듯이, 더 쉬운 스토리텔링을 위해 비전이 후행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중에 만들어졌다고 해서 비전이 거짓인 건 아니다. 비전이 변화하기도 한다. (토스: 금융을 혁신한다 -> 금융을 시작으로 모든 것을 혁신한다)
*growth driven
:사실은 vision이 모호한데, vision이라고 걸어놓으면 직원들은 뻥이라는 걸 다 안다. 마음 깊이 vision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면, 차선책으로 그냥 growth driven이 낫다. 우리 이렇게 잘 나간다! 우리 돈 잘 번다! 고 왜 말을 못 해! 애초에 사업이라는 정의는 돈 버는 것이 본질이지 않나? 억지 비전은 만들지 말자.
[목표]
-kpi -> okr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옮겨왔다. okr은 여러 목표 간 위계를 정하기 좋다. 그리고 측정 가능성에 대한 강조를 더 하는 느낌이 있다. 자기 관리를 위해서 혼자 쓴다던지, 엄청 작은 조직일 때부터 써봐도 좋은 듯하다.
-kr(key result)을 정하기 전에 o(object)에 대한 고민이 깊게 선행되어야 하는데, 올바른 목표는 왜(why?)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목표를 합의함에 있어서는 같은 곳을 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른 곳을 보고 있으면 삐그덕 거린다. 팀만 있고 아이템 없이 시작한 창업이 무너지기 쉬운 이유도 동일하다. 같은 곳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목표를 설정하는데 유리하고,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면 삽질을 겁나 많이 해야 한다. 그래도 오래가는 팀이라면 칠전팔기로 아이템을 결국 찾아내기도 한다.
*지표
:목표는 측정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성과 달성 지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매출이나 mau 같은 거 최종 목표로 잡지 말고, 특정 고객이 특정 액션을 하는 것 같은 목표(고객이 3일 안에 장바구니에 물건 2개 이상 담기라던지)로 잡자는 북극성 지표라는 게 있다. 반대로 좋아 보이지만 무시해야 할 지표로 허수 지표란 것도 있다.(마케팅에서 cpc 낮췄는데, 도움 안 되는 고객만 늘었다던지 할 때가 대표적)
*비전-목표 align
:st unitas는 전 직원들이 매일 회사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써야 한다고 한다. 보통 비전은 멀리 있고, 현실은 코앞에 있다 보니 비전은 걸어만 놓는 경우도 많은데, 비전과 목표를 align 시키려는 의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비전은 멀지만, 이런 의도적 액션을 통해 조금이나마 비전과 목표를 합치시킬 수도 있을 듯하다.
[의사결정]
*의지력 근육
-혹자는 의지력을 근육이라고 표현한다. 근육처럼 자주 쓰면 강화는 되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이 쓰면 닳아서 회복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의사결정해야 하는 일에 끌려다니게 되면, 의사결정의 속도/퀄리티 떨어진다
*의지력 근육을 아끼려면?
-아낄 수 있을 때 아끼려면, 위임을 하자 (기준선 미만의 중요도를 갖는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위임)
-의사결정의 힘을 집중하기 위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시간 비워두자. 루틴한 일들(ex. 이메일 체크, 메신저 응답)에 집중력을 뺴앗기지 말자.
*ice 프레임워크
importance, confidence, easiness를 기준으로 안건을 평가하여 우선순위 결정하는 방법이다. 진짜 중요한가? 정말 잘될 거라는 자신이 있나? 빨리 검증할 수 있나? 세 가지 기준으로 계량화하여 우선순위를 정한다. 해봤는데 좋았다.
[커뮤니케이션]
*설득
-좋은 의사결정했더라도 설득을 못하면 소용이 없다.
-설득 잘하려면 근거가 있거나(데이터에 근거하면 ~할 거다), 믿음이 있거나(잘하는 놈이긴 하지..), 친하거나(너라면 일단 고) 해야 된다.
*신뢰 점수
-설득을 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신뢰 점수를 쌓아야 한다. 사실 사람을 보고 의사결정을 따르는 건 좋은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합의에 있어서 사람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리스크가 따르는 의사결정일수록 설득을 이끌어내려면 신뢰점수가 높아야 한다.
*솔직함
-긍정 피드백에서의 솔직함은 쉽다(너 진짜 잘해). 부정적 피드백을 해야 할 때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브릿지워터의 극단적 솔직함, 넷플릭스의 솔직함, 진짜 가능한가? 너 일 개 못해하고 얘기하는 게 좋은가?
이 질문에 대해 (솔직한 문화로 유명한) 외국계 회사 다니시는 분이 솔직함과 나이스함은 독립적으로 봐야 한다고 얘기해주셨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기반이 된 솔직함이 되어야 하고, 여기서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하다. 매니저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원 중심에 있는 사람, 팀원들을 도와주기 위한 서비스직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공유
-정보 권력은 위계를 만들기 때문에 수평 조직은 정보가 완전히 투명히 공개되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정보를 열어 놓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어차피 안 보게 되기 때문. 알아서 안 보는 걸 탓할 수는 없다. (노션에 다 있잖아? 구글 드라이브에 다 있잖아? 너가 안 본 게 문제지라고 한다던지..) 그래서 정보들을 떠먹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ex. KPI report, 타운홀 미팅, 정기회의) 근데 정말로 모든 정보가 모두에게 공유가 되어야 하나? 과도한 공유로 노이즈가 끼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정보뿐 아니라 고민이나 불만도 공유가 될수록 좋다. 이를 위해 hr에서의 직무만족도를 y축으로 두고 okr과 그로쓰해킹을 도입하고 1:1 티미팅이나 마음의 소리(?), 설문 등 장치를 마련해도 좋을 것이다.
[채용]
*미끼와 필터
:좋은 사람을 데려오려면 올 만한 유인, 즉 미끼가 필요하다. 이게 연봉이든 복지든, 좋은 사람들이든 온갖 패키지로 포장되어 hr 브랜딩으로 이어진다. 근데 미끼만 있으면 안 되고, 해가 되는 사람을 거르기 위한 필터 장치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이 필터가 어려운데, 이를 위해 기업들은 삼진아웃 제도를 두기도 하고, 수습 기간을 빡세게 둔다거나, 엄격한 채용 절차나 시니어 인턴 등 제도로 서로의 간을 보는 유예 기간을 두기도 한다.
*hr 브랜딩
복지나 기업 문화 등도 어필이 되겠지만, 역시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hr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둣 하다. 넷플릭스가 말하는 최고의 인재 라던지, 클래스 101이 말하는 착똑야라던지.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브랜딩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좋은 hr 브랜딩을 위해서 잡플래닛 평점이나 블라인드 리뷰 등을 관리하기도 하는데, 이를 위해 면접부터 갑질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평가 후에 빠른/좋은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wow point는 대표가 직접 지원자에게 정성을 쏟았을 때가 있겠고, 대표적인 pain point는 채용 일정이 지켜지지 않고 막연하게 기다려야 할 때가 있겠다.
*마찰적 실업 상태
:한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내부 이슈로 인해 대거 이탈(엑소더스)할 때가 있다. 이때 좋은 인재들을 줍줍하기가 좋다. 다수의 뛰어난 사람들은 어딘가에 소속되어있고, 발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옮기려 하지 않는다. 근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나와야 하는 순간이 생길 때를 놓치지 않고, 낚아채가는 회사들이 있다. 항상 주시하고 있다가 마음이 흔들릴 것 같을 때 전담 마크해서 데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일찍 일어나는 리더들이 인재를 잡아먹는다.
*어떤 사람?
s급이니 a급이니 하는 말들이 있다. 잘 다듬어진 보석, 잠재력이 뛰어난 원석 같은 표현도 쓰인다. ‘규칙 없음’ 책에서 리드 헤이스팅스는 일당백 하는 개쩌는 슈퍼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데, 현실적으로 데려올 수 있나?
:데려오기 정말 힘들다. 정말 가까운 지인이거나(룸메가 워즈니악이라던지...), 내가 꾸는 꿈에 미쳐있던 사람이거나, 술 먹고 잠시 발만 담갔다가 코가 꿰일 수는 있겠지만. 보통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함께 성장해나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얼마나 멀리 함께 갈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성장할 사람인지를 많이 보게 된다.
-회사가 성장하고 나서는 진짜 대단한 사람을 데려오기도 한다. 이럴 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걸 잘 조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가 새로운 사람만 우대해주면 기존 멤버들이 이탈하기 십상인데, 씁쓸하지만 어떤 경우, 내보낼 사람들은 나가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내버려 두기도 하는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리더의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사람을 데려오든, 성장을 시키든, 리더라면 자신은 s급인데 같이 일하는 사람이 s급이 아니라는 불평은 절대 삼가야 할 것이다.
*주니어/시니어
대부분 회사에서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시니어를 원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주니어는 키워서 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실제로 키워서 써야 하는 것 같긴 하다. 기본기가 탄탄한, 빨리 배우는 사람은 금방 실무 투입 가능하다. (근데 다들 별로 그렇게 생각 잘 안 하는 듯…) 개인적으로는 잠재력 있는 주니어들은 저평가되어있는 것 같다.
주니어/시니어 장단이 있는 것 같다. 만약 능력/짬바와 열정/로열티가 트레이드오프 관계라면 3-5년 차가 가성비 황금기이지 않나 생각한다.
[모티베이션]
*당근형 모티베이션
뽕을 맞춘다고 표현하는데, 초기에 좋은 일들(런칭, 투자, 목표 달성, 수상, 언론 보도 등)을 모티베이션 떨어질 때 주기적으로 조달한다. 팀원 개개인에게 잘한 일이 있을 때 공개적으로 칭찬을 한다던지, 인센티브, 스톡옵션 등도 이에 해당되겠다. 대기업에서는 승진도 자주 쓰는데, 수평 조직에서는 승진이라는 제도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IT 업계는 금전적 보상 위주의 이직과 스카웃, 카운터 오퍼가 상대적으로 많다.
*채찍형 모티베이션
현대 조직에서 실제로 채찍질하기란 쉽지 않다. 갑자기 채찍질하면 읭? 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어필하며 채찍을 휘두르는 위기 경영을 시전한다. 군대에선 전시(전쟁)/평시(전쟁 아님) 상황으로 나누는데, '지금은 전시다'라고 직원들에게 얘기하는 것이다. 명확한 경쟁자가 있으면 이런 면에선 도움이 된다.
그러나 누가 봐도 아닌데 쓰거나, 자주 쓰면 양치기 소년처럼 된다. 납기를 촉박하게 두어 마감을 맞추기 위한 타임어택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몇 번만 해도 사람들이 지친다. 이걸 알고도 일부러 계속 쓰면 악랄한 것이고, 모르고 쓰면 pm의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다.
[보상]
*공정성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노동자들 임금 격차가 적은 편인데, 국민 정서 상 공정성에 민감한 영향이 있다. 하지만 unfair한 보상이 좋은 인재를 잡기엔 필요하다. fair하게 준다면 잘하는 사람이 와서 열심히 일할 외재적 동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직원들이 de-motivation 되는 것이 더 크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보상은 누가 결정하나? 만약 대표라면, 그것이 사내 정치를 유발하지 않게 제동을 걸 장치는 있나?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금전적 vs 비금전적
금전적 보상은 일시적인 효과를 내기 좋으나, 장기적으로 동기를 떨어뜨리는 등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한다. 단, 프로젝트성의 일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기업문화]
*배민 따라하기, 토스 따라하기
어쭙잖게 따라 했다가는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조직에 와서 문화를 만들려고 해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있는 곳에 이미 문화가 존재한다. 인류학과의 연구 방식은 무언가를 변화시키려고 한다기보다, 관찰하고, 지켜본다고 한다. 문화, 그리고 조직문화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조직문화는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통은 대표와 창립멤버의 성향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문화는 채용, 평가, 보상, 모티베이션과 따로 놀지 않고 다 상호 연관이 되어있고, 보통 이런 초기 hr은 대표가 담당하므로, 자연스럽게 문화의 key는 대표가 쥐고 있다.
*나는 어떤 조직 문화 성향일까? 테스트
차가운 문화/ 따뜻한 문화. 가족형/위계형/혁신형/시장형 등 조직문화를 나눠볼 수 있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직원과 회사의 조직문화 성향이 비슷할수록 좋은 것 같다. 우리 회사는 공과 사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회사인데, 나는 회식은 삼쏘고, 주말엔 팀원들과 등산을 가고 싶을 수도 있는 것이다. mbti 테스트처럼 fit interview 단계에서 어떤 문화 성향의 사람인지 조직 성향 테스트 같은 것이라도 해서 파악을 해놓으면 서로 시간 낭비하는 일을 줄일 수 있겠다.
그래서 넷플릭스/토스 같은 스포츠맨십의 문화만을 지향하는 게 항상 옳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구성원들마다 성향이 다를 수 있다. 또한 업계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금융 같은 업은 엄격해야 할 것이고, 군대 같은 곳은 수직적인 게 필요하며, 일당백의 여지가 적고 평균 이직률이 높은 제조업이나 f&b는 가족주의적인 게 적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