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만들어진 위험』북 리뷰
나는 가톨릭을 모태신앙으로 가지고 태어났다. 세례명은 자그마치 대천사 중 하나인 '미카엘'. 15세 무렵, 신의 존재가 의심된 나는 주말 성당 출퇴근을 거부했다. 나의 거부 논리는 신이 있다면, 아무런 이유 없이 고통받는 이들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신이 정말 있다면, 직무유기 아닌가. 그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 『신, 만들어진 위험』은 어떤 '신'도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이야기이며, 존재의 유해함을 지적한다. 이 책은 인류가 더이상 신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대표작인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생물학자다. 그는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생물학자로 불린다. 2006년 출간한 『만들어진 신』을 통해서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 논증을 통해 증명하면서, 종교의 잘못된 논리가 세계사에 남긴 수많은 폐단을 지적했다. 오늘 소개하는 신간 『신, 만들어진 위험』은 더욱 강해진 확신과 강한 어조로 신을 '만들어진 위험'이라고 정의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는 단연 '기독교'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23억 명이 믿고 있는 이 종교는 한국에서도 45%로 단연 1위다(2018년 문체부 조사기준). 영향력이 강한 만큼, 이 책에서는 성경을 타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나뉘는데, '구약'은 종교계에서도 허구성을 인정한다. 특히 <창세기>는 고대 신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 그 유명한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스토리는 이투리 숲의 피그미족 창조신화와 매우 유사하다. 선악과의 '사과'가 아니라 '타후'라는 열매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벨기에 인류학자 '장피에르 할레'가 번역한 피그미족 창조 신화가 '창세기'의 스토리 원형인 것이다. 이런 류의 신화는 모든 문명에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곰과 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단군신화가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해 곰을 숭배하고 있진 않다. 성경의 문제는 신화를 마치 역사인 것처럼 전달해, 누군가의 강한 신념으로 자리잡는데 있다.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실에 발끈해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종교를 믿는 것이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시비인가?'. 종교는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끼쳐왔다. 권력자들은 종교를 이용해 대중을 지배했다. 신을 모독하면 죽임을 당했고, 종교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켜 부귀영화를 누렸다. 실제로 성경에는 자신들의 유일신을 믿지 않는 민족은 전멸시키라고 명령한다. <구약> 전체에 시도 때도 없이 그러한 구절들이 열거되어 있다.
당장에 가서 아말렉을 치고 그 재산을 모조리 없애라. 남자와 여자, 아이와 젖먹이, 소 떼와 양 떼, 낙타와 나귀 할 것 없이 모조리 죽여야 한다. <사무엘상> 15장 2절
아이들 가운데에서도 사내 녀석들은 당장 죽여라. 남자와 동침한 적이 있는 여자도 다 죽여라. 다만 남자와 동침한 적이 없는 처녀들은 너희를 위하여 살려두어라. <민수기> 31장 17~18절
위의 구절들이 히틀러의 나치와 일제가 벌인 인종 청소, 아동 학대와 무엇이 다른가. 이것을 '바이블'로 삼아 인간에게 '원죄'를 뒤집어 씌어 학살을 명령하는 것이 2021년도에 우리가 믿어야 할 신념일까. 물론, 성경의 모든 내용이 악(惡)으로만 도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도둑질이나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좋은(?) 내용도 있다. 하지만 성경의 뿌리 자체가 선(善) 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운명만 보아도 그렇다. 예수는 죄 많은 이들을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하고, 부활해 승천한다. 예수의 아버지는 분명 하느님이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구원'을 위해 도구로 사용한다. 이 비정한 아버지의 성격은 아들인 예수도 그대로 닮았다. <루가의 복음서> 19장 27절에서 예수는 자신이 그들의 왕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을 "여기 끌어내다가 내 앞에서 죽여라"라고 말한다. 교황청의 십자군 전쟁이 그토록 잔인할 수 있는 동기는 '성경'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성경이 어떻게 만들어졌을 것이라 생각되는가. 예수의 12제자가 그의 말을 온전히 옮겨 적어 놓았다고 생각하는가? 미디어 기술이 발달된 현대시대에도 하루 만에 사실이 왜곡되곤 한다. 2천 년 전 이야기가 온전히 글로 적혀 전해졌다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온전한 사실에 근거한 역사가 기록되기 위해서는, 권력에 영향받지 않고 사실 그대로를 옮겨 적을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성경의 내용도 문제지만 그 내용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권력자에 의해 '당연히' 왜곡되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도덕 개념과 현대의 윤리적 가치관을 비교할 수 없다. 성경을 통해 전달하는 윤리적 기준은 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수천년전 과거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기준일 뿐이다.
종교를 믿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신이 필요하다는 전제다. 과연 그럴까?
2013년 7월, 미국 연방교도소에 수감된 기결수들을 대상으로 소속 종교를 조사한 결과다. 수감자의 28퍼센트가 개신교 그리스도인이고, 24퍼센트가 가톨릭 그리스도인이며, 5퍼센트가 이슬람교도였다. 무신론자는 0.07퍼센트였다.
인간에게 있어 '악'은 인간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것이라 믿는다. 종교는 인간의 자유, 생명, 행복, 평등, 존엄성 등 많은 것을 제한해왔다.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종교계는 사이비 종교를 두고 좋은 종교, 나쁜 종교를 구분한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종교 그 자체에 질문을 던지며, 과학을 믿고 용기 내어 신을 단념하라고 권유한다. 종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지은이 | 리처드 도킨스
옮긴이 | 김명주
페이지 | 364쪽
리딩타임 | 3.5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