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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치버 Nov 07. 2022

내 꿈은 어디에 下

어린이를 위한 동화

“학교 다녀왔습니다!”

“로운이 왔어? 오늘따라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네. 요즘 기운이 없어 보여서 엄마가 걱정했는데. 학교에서 좋은 일 있었어?”

“담임선생님이 장래희망 적어오라고 했는데, 우리 반에서 나만 못 적었거든. 그래서 엄청 막막했는데, 선생님하고 장래희망 얘기 나누면서 희망이 보였어!”

“그래? 엄마랑 얘기할 때 변호사 하기로 했잖아?”

“사실 변호사는 내가 정말 되고 싶은 직업은 아닌 것 같아…. 엄마한테 내가 뭐를 좋아하는지 얘기 못했는데, 나는 분리수거할 때가 제일 좋거든. 엄마가 안 시켜도 내가 분리수거 잘하잖아. 분리수거를 평생 하면서 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분리수거를 평생?”

“응, 환경미화원이 되면 분리수거를 매일매일 하잖아.”

“로운아, 사실 엄마는 로운이 태어나기 전까지 회사 다니다가 그 이후에는 다시 회사를 다니고 싶어도 못 가고 있거든. 엄마가 전문직이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거야. 그래서 엄마는 사실 로운이가 전문직이 되길 원했어.”

“전문직?”

“응, 저번에 만났던 희정이 이모 기억나지?”

“엄마랑 같이 갔던 병원에서 만났던 이모?”

“응 희정이 이모처럼 의사 선생님들은 오래 일할 수 있거든. 변호사도 그렇고.”

“아… 그래서 엄마가 변호사 해보는 거 어떠냐고 했던 거야?”

“응, 그렇지. 엄마도 다시 일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힘들거든. 로운이는 그러지 않았으면 해서.”

엄마랑 얘기를 할수록 다시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냥 분리수거를 평생 하고 싶을 뿐인데.

“하지만 의사나 변호사는… 잘 모르겠어, 엄마”

“변호사, 의사 말고도 회계사도 있고, 수의사도 있고 얼마나 많은데 전문직종으로 생각해보는 게 어때?”

“분리수거하는 건 별로야?”

엄마는 마음을 굳게 먹은 듯이 내 손을 꼭 잡고 얘기했다.

“그럼 로운이가 실제로 환경미화원이 일하는 걸 보는 건 어때?”

“응, 너무 좋아 엄마”

“환경미화원은 엄청 일찍 일어나야 되거든. 그러면 내일 새벽 4시엔 일어나야 돼, 할 수 있겠어?”

평소 늦잠꾸러기인 나지만, 내 꿈을 찾는다면 전혀 문제없다.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나가보기로 했다.


엄마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눈이 번쩍 떠졌다. 3시 반밖에 안 됐는데 하나도 졸리지 않다.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샤워를 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 엄마가 깨서 나왔다.

“벌… 써 일어났어? 아… 아빠도 같이 가주실 거야, 아직 너무 어두워서 조금만 기다려.”

“응,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졌어!”

엄마가 저렇게 놀라고 당황한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바깥이 아직 어두컴컴해서 무섭기도 하지만, 내 꿈을 찾을 수 있다면 이런 어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마 이쪽에서 일하고 계실 텐데….”

우리 가족 모두 도로 양쪽을 고개를 돌려 살펴도 어두워서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내 귀에 선명하게 빗자루 소리가 들렸다.

‘슥, 슥, 슥’

“엄마, 아빠! 저 쪽이에요!”

빗자루 소리를 향해 다가가자 초록색 빛 옷을 입은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도로 끝에서 쓰레기를 정리하고 계셨다. 아저씨의 빗자루는 마치 마법봉처럼 길고 멋졌다. 빗자루를 휘두를 때마다 먼지로 뒤덮였던 도로가 번쩍번쩍 빛이 났다. 초록색 날개를 단 천사가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오늘 너무 추운데, 고생 많이 하시네 힘드시겠다. 로운아 직접 보니까 어때? 쉽지 않아 보이지?”

내가 항상 다니던 골목길, 학교로 가는 길, 모두 초록빛 천사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깨끗하게 만들어주셨던 거구나.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은 정말 멋진 것 같아.

“엄청 힘들어 보이지, 로운아? 로운아? 엄마 말 안 들려? 로운아!”

“로운 엄마, 왜 애한테 소리를 쳐.”

내가 환경미화원 아저씨한테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엄마와 아빠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자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서서히 우리 가족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세요?”

“아, 아닙니다. 저희 아이가 환경미화원분들 일하시는 걸 보고 싶다고 해서 왔는데….”

“저희가 일하는걸요? 길바닥에 빗자루 쓰는 것이 전부예요. 싸우지들 마시고, 어두운데 어서 댁으로 돌아가세요.”

평소에 낯선 어른한테 눈 마주치는 것도 무서워했던 내가 무슨 용기가 났는지 큰소리로 외쳤다.

“아저씨! 저도 아저씨처럼 멋진 환경미화원이 되고 싶어요!”

“나처럼?”

“네, 저 분리수거도 잘하고, 좋아하고요. 이렇게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깨끗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아저씨는 잠시 먼 곳을 응시하더니,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눈을 맞추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꼬마 친구는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은 거구나. 나도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이지만, 이 작은 동네만 깨끗하게 만들 수 있지. 아저씨가 보기에 우리 친구는 더 큰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 것 같은데.”

“더 큰 세상… 그게 뭐예요?”

“눈에 보이는 세상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도 있단다.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 줄 수도 있고, 저 큰 하늘을 깨끗하게 만들 수도 있지. 어쩌면 우주 전체를 깨끗하게 할 수도 있겠는걸?”

마음, 하늘, 우주… 한 단어 한 단어가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마음의 쿵쾅거림을 만들었다. 온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네, 아저씨 말처럼 온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이 될게요.”


내가 장래희망에 적어야 될 것이 무엇인지 이제 확실해졌다.

‘온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

나는 드디어 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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