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 중 호러 세계관 생성됨

ADHD의 뇌가 만든 무성의 호러판타지

by 엔트로피

*귀신 이미지 주의*


일요일이다.
너무 심심하다.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다.

지루함이 나의 ADHD 뇌를 통째로 점령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양치를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귀신 이야기가 시작됐다.

오늘도 나의 뇌는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상상 속에 나는

알람 소리에 10분쯤 몸을 뒤척이다 겨우 일어났다.
불도 안 켠 채 화장실로 간다.
칫솔에 치약을 짜고, 물을 틀고, 입에 칫솔을 넣는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거울을 바라보던 순간,



깨진 거울 틈 너머에, 악귀가 서 있었다.
찢어진 정장, 충혈된 눈,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그 옆엔 검은 정장의 저승사자.
한 손엔 사망자 명단, 다른 손엔 낡은 서류봉투. 무표정.

하지만 나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는 귀신을 볼 수 없는 사람이다.
영적인 능력도 없고, 예민한 직감도 없다.
그냥, 너무 지루하고 피곤한 상태.

항상 그랬듯이, 출근 준비 중일뿐이다.

그래서 거울 속에 누가 있든
나는 눈을 맞추지 못한다.
그저 자신의 잇몸만 바라보며 칫솔질을 할 뿐이다.


귀신은 분노를 토해낸다.
“아무도 나를 몰랐어! 나, 일만 하다 죽었어!
억울해. 이대로는 못 가!!”

저승사자는 낮게 말한다.
“여기는 이승이다.
이 공간의 누구도 네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의 싸움은 격렬했지만, 소리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치약 거품을 흘리며 묵묵히 이를 닦는다.

입 안에서 양치질하는 소리만 반복된다.
고개는 살짝 숙이고, 눈빛은 텅 비어 있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그저 이를 닦고 있을 뿐이다.

거울 속에선
저승의 존재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말이 아닌 규칙과 원한이 충돌하고,
사정없는 감정들이 뒤엉킨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닿지 않는다.
나는 내 하루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유일한 문제는

“오늘 지하철이 연착될까 봐 걱정”


같은 공간, 전혀 다른 세계.
동시에 존재하지만, 서로 닿을 수 없는 두 개의 이야기.

하나는 잇몸을 닦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죽음을 두고 싸우고 있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됐냐고?
나도 모른다. 양치가 끝났으니까.

지루하면,
나의 뇌는 진짜로 고통을 느낀다.

그 고통을 피하려면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 뇌는 자동으로 상상을 한다.

누군가는 집중해서 양치를 하고,
나는 호러물을 만든다.

이건 도피가 아니다.
지루하지 않게 내 할 일을 해내기 위한,
나만의 생존 방식이다.

나에게 상상이란,
“잠깐만. 내가 지루하지 않게 해 줄게.”
라는 뇌의 속삭임이다.

도파민 한 방울짜리 호러물.
재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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