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5일 골드만삭스는 GreenSky를 22억4천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GreenSky는 주택 개조 및 의료 수술 등을 돕는 소비자 대출 플랫폼이다.골드만삭스는 GreenSky인수를 통해 Marcus와 함께 소비자금융을 강화할 계획이다. Marcus를 통해 소비자 예금과 투자 분야를 확장했다면, GreenSky를 통해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계획인 듯 하다. 골드만삭스의 인수자료에 따르면 약 400만 이상의 고객, 10,000명 이상의 판매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그린스카이를 인수함으로써 단번에 새로운 고객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 슬라이드
GreenSky, 뭐하는 데야?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의료 수술을 할 때에는 보통 큰 액수의 돈이 필요하다. 당장 지불할 현금이 없다면 카드로 지불해야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카드 무이자 할부가 미국은 없으므로 일시불로 하면 부담스럽고, 리볼빙으로 높은 이자를 감수해야한다. 또한 카드의 한도를 다 잡아먹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그래서 GreenSky는 이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담보대출을 중개해준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이 발생하니까 좋고, 집 리모델링업자 입장에서는 돈을 확실히 받을 수 있으니까 좋고, 소비자는 카드 한도를 잡지 않고도 따로 대출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어 좋다. 3자의 윈-윈-윈을 중개해주는 업체가 바로 GreenSky다.
참고로 개인당 최대 대출한도는 6만5천불이며, 대출 가능기간은 최대 2년이다. 은행은 대출을 실행하고 매년 남은 잔액의 1%를 GreenSky에 지불하고, 소비자는 평균적으로 대출금액의 6%를 GreenSky에 지불한다고 한다.
GreenSky 비즈니스모델
BNPL 유행에 합세
고객이 신용카드보다 낮은 이자율로 몇주 또는 몇 달에 걸쳐 구매할 수 있도록 대출을 제공하는 이 회사의 기본 모델이 POS(Point-of-Sale)파이낸싱(판매시점 자금조달)이고, BNPL도 POS파이낸싱의 일부다. 골드만삭스는Apple의 BNPL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었으니 한결 수월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quare가 Afterpay를 290억 달러에 인수하고, Paypal이 일본의 Paydy를 27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모두가 BNPL, 무담보대출에 달려들고 있다. BNPL 회사는 대부분 온라인 구매에 자금을 지원하는 반면, GreenSky는 오프라인 판매자 및 주택 리모델링 계약자를 통해 대출을 행사한다는데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골드만삭스도 본격적으로 BNPL서비스에 뛰어든 것으롸 봐야겠다.
월스트릿저널에 의하면 JPMorgan은 맛집에 대한 리뷰와 추천을 공유하는 레스토랑 검색 플랫폼 Infatuation을 인수한다. 참고로 이 회사는 Zagat을 가지고 있는데, 미슐랭처럼 맛집을 정리해서 추천한다. 미슐랭이 전문 심사관들이 점수를 매기는 한편, Zagat은 일반인들이 설문을 하는 형태라 더 실용적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JP모건 대변인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은행이 체이스카드 소지자에게 "특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CNN비즈니스에 이야기했으며, 이러한 특혜는 Infatuation의 콘텐츠 또는 경험에 대한 특별 액세스 권한을 제공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금융회사가 이제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미디어회사까지 인수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2019년 American Express가 레스토랑 예약앱인 Resy를 인수하여 AmEx 회원전용 다양한 기능을 출시한 바 있다. Resy를 통해 레스토랑을 예약 후 식사하면 멤버십 리워드를 적립할 수 있고, Resy의 인기있는 식사 프로그램에 AmEx회원은 72시간 일찍 엑세스 권한을 주거나, 새로운 식사 이벤트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식으로 말이다. (현대카드도 프리미엄회원을 위한 고메위크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예약하느라 진땀흘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가치"있는 투자
골드만삭스는 그린스카이 인수를 통해 BNPL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영위할 것이며, JP모건은 레스토랑 리뷰/검색 플랫폼 인수를 통해 맛집 콘텐츠를 소유하게 되었으며 멋진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금융회사가 단순히 결제가 편리하고 리워드를 많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콘텐츠 또는 경험을 제공해야하는 시대에골드만삭스나 JP모건의 인수사례는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현 세대의 고매한 취향에 맞춰 고객의 니즈를 읽고 대응한 것이라 생각된다.
국내에서는
올해 국내에서는 금융회사들이 플랫폼 강화를 시사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플랫폼 강화를 위해 생활금융 영역까지 탐내고 있으며, 비금융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배달앱을 통해 그룹사의 시너지를 내겠다고 준비중이다. 신한퓨쳐스 7기의 플랫폼인 '미식의시대'가 '제로배달'의 제휴사인데, 배달앱 운영을 맡고 제로배달 가맹주가 지불한 수수료를 다시 가맹주의 제휴 증권사 계좌로 보내주고 가맹점 후기를 남긴 사용자의 증권사 계좌로 리워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복잡하게 들리는데, 은행계좌가 아닌 증권사계좌로 연결하겠다는거다.)
수수료절감과 리워드확보를 위해 고객은 신한은행 배달앱을 이용하게될까? 은행이 가맹점 데이터를 대출심사에 활용할 수 있을만큼 비금융 데이터가 많이 쌓일까? 신한은행 연계 예적금, 전용혜택을 가진 신한카드 등 이 모든것은 새로운 경험이나 콘텐츠일까? 그게 아니라면 누구를 위한 걸까.
미국과 다른 법적 환경
국내는 아무래도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주식의 '5%+사실상 지배' 또는 '20% 초과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역시 금융지주가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은행법과 보험업법에서도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15%까지만 출자할 수 있다. 미국 투자은행의 활발한 M&A를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에서 핀테크육성지원법을 마련하고 있지만, 규제완화가 자칫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해석될까바 그동안 신중한 행보를 보였기에 향후 시장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러한 법적 환경에서 비금융회사에 대한 투자 또는 인수가 불가하니, 신한은행처럼 제휴를 하거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게 금융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해서 이종산업과의 합종연횡이 잘 될지, 생활금융까지 확대해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로운 경험 또는 콘텐츠
금융회사가 플랫폼이 되기위해서는 금융회사의 분주한 움직임만큼이나 법적 환경의 변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이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일이 우선일 것 같다. JP모건이 레스토랑 리뷰/검색 플랫폼을 인수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상한 듯 보이지만 결국 신용카드를 락인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이해가 되는 것처럼, 어쩌면 금융과 동떨어지지않으면서 제공할 수 있는 이종산업 서비스는 제한적이지만 막상 찰떡궁합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에게 충분히 "가치"를 선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플랫폼이란 양면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금융은 라이센스를 바탕으로 공급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기 때문에 애초에 금융이 플랫폼이 되는 것은 틀린 상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중심으로 콘텐츠만 괜찮다면 플랫폼이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시대이며, BNPL서비스처럼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면 금융브랜드가 상관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즉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나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지다. 그 힘만 있다면 금융회사도 충분히 그 틀린 상상을 가능하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