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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Sep 28. 2021

모두가 로빈후드가 될 필요는 없지만

개인투자자 급증에 따른 변화

로빈후드의 급성장

올해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면서 무료 트레이딩 앱 로빈후드의 성장세가 대단하다. 7월 나스닥에 상장까지 한 로빈후드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20년 2분기 1,020만명에서 '21년 2분기 2,130만명으로 작년 대비109% 증가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가 '20년 2분기 500만달러에서 '21년 2분기 2억 3300만달러로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며, 주식보다 암호화폐 거래가 눈에 띈다.


크립토 월렛 출시

로빈후드는 2분기 수익의 51%는 디지털 자산에서, 그 중 62%는 도지코인 거래가 차지했다. 사용자의 거의 60%가 디지털 자산을 매매하였고, 신규고객이 주식이 아닌 암호화폐를 첫 거래하기 위해 로빈후드를 이용한 것을 보면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도 만만치않다. 로빈후드는 크립토 월렛 출시를 발표하며 고객 니즈에 대응하고 있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거래가 가능하기는 했지만, 다른 앱으로 암호화폐를 주고받을 수 없었는데 크립토 월렛을 통해 이제 Coinbase나 Gemini처럼 다른 전자지갑으로의 이동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베타테스트를 원하면 대기자명단에 등록하고, 베타테스트의 경험이나 피드백은 블로그나 트위터로 공유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고객 등장

로빈후드가 이렇게 급성장한 배경에는 고객친화적인 UI디자인, 무료 거래 수수료, 주식 이벤트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처음으로 주식 거래를 접하는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킨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이제 전통 금융회사들이 로빈후드의 성장을 보며 새로운 고객을 가만히 지나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주식거래 경험이 없는, 모바일 거래에 익숙한, 낮은 순자산의 젊은 고객은 기존의 주식/선물/옵션 등의 거래를 전문적으로 해온 고액 자산가 고객과는 다른 고객층이다. 고객 스펙트럼의 반대쪽 끝에 있는 이러한 새로운 고객에게 맞춰 차별화된 UX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기존 금융회사의 고민은 시작되었고, 인터넷은행 또는 결제회사들까지 이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Marcus를 통해 성공적인 소비자금융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수동적인 투자에 국한해서일 뿐이다. (올해 Marcus를 이끌었던 많은 임원들이 이직을 하고, 기술직군 1/4이 이탈했다는 뉴스보면 앞으로 Marcus는 또 어떨지) 로빈후드처럼 적극적으로 액티브하게 주식이든 암호화폐든 거래하고 싶은 고객에게는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서비스를 준비하거나 인수하거나 

기존의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거나 인수함으로써 대응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올해 말까지 9,000명의 직원 고용 계획을 밝혔고, JP모건은 2명의 임원을 고용했다. 이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찰스슈왑은 작년에 TD Ameritrade를 인수했고, 모건스탠리는 E*TRADE를 인수했다.  


피델리티, 새로운 서비스 준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올해 말까지 9,000명의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델리티는 올해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 기술직을 10% 늘리고, 미국 20개주에서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약 1,000명의 투자전문가 채용 및 투자센터 확장, 약 2,500명의 금융컨설턴트 및 고객 서비스 담당자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늘어나는 고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하여 오프라인 지점의 투자컨설턴트 뿐만 아니라 Youth Account와 같은 신제품이나 디지털 자산거래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JP모건, 다시 도전

JP모건은 2018년에 You Invest를 출시하였으나, 큰 성과를 보지 못한 채 2019년 JP모건 Self-Directed Investing에 흡수되었다. 경쟁에 뒤쳐져있는 Self-Directed Investing을 활성화하기 위해 두명의 임원을 고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TD Ameritrade 출신의 Paul Vienick, 골드만삭스에서 Marcus Invest 출범을 도운 Andrea Finan, 이 두명의 임원이 구원투수 역할을 할 예정이다.


찰스슈왑, TD Ameritrade 인수

찰스슈왑도 TD Ameritrade를 220억 달러에 인수하였고, 2020년 10월 합병을 마무리함으로써 6조7천억달러의 고객자산과 3천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거대한 온라인 중개회사가 되었다. 2023년 완전한 통합을 위해 진통을 겪을 예정이지만, 한편으로는 찰스슈왑의 온라인 중개 비즈니스가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 신규자산 2,570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두배 이상, 신규 중개계좌 480만개를 기록하며 성장모드를 달리고 있다.


모건스탠리, E*TRADE 인수

모건스탠리는 2020년 2월 E*TRADE주식을 약 130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2019년 비상장주식 관리회사인 Solium Capital을 인수했고, 2020년 9월에는 Parametric을 자회사로 둔 Eaton Vance 인수도 발표했었다. 모건스탠리는 이러한 채널을 자산관리 서비스 모델의 중요 부분으로 보고 M&A를 통해 약 1,400만명의 고객과 8조달러의 자산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로빈후드가 짧은 시간에 2,200만개의 고객 계정을 축적한 반면, 고객자산은 800억 달러 수준이다. 찰스슈왑이나 뱅가드의 경우 약 3,000만개 이상의 계정, 약 7조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니 관리자산에서 차이가 크다. 그래서 로빈후드가 앞으로 관리자산에서도 그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존 플레이어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어서 시장규모 확대가 예상된다.



신규 플레이어 등장

신규 플레이어들도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 Revolut는 로빈후드처럼 PFOF(Pay for Order Flow)서비스를 바탕으로 무료 주식 거래를 제공할 예정이다. 결제전문회사였던 스퀘어가 이미 주식 및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라이벌인 페이팔도 주식거래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된 개인투자자의 주식/암호화폐 거래 붐이 기존 금융회사 외에 신규 플레이어까지 끌어들이는 것을 보면, 온라인 중개 서비스가 얼마나 핫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은행, 카드사, 핀테크 모두 주식/암호화폐 브로커리지를 하고 싶어하니 말이다.



국내도 마찬가지

국내를 살펴보면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도 로빈후드와 같은 느낌으로 MZ세대의 쉽고 간편한 투자를 지향한다. 물론 로빈후드가 더 적극적이고 액티브한 거래를 추종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느낌은 있지만, 젊고 거래경험이 많지 않은 고객층이 주 타겟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지금 당장 관리자산이 많지 않더라도 소액투자를 통해 재미를 붙이게 하고 계속 앱에 머무르도록 유인하여, 향후 마이데이터 비즈니스까지 선점하는 것이 그들의 계획일 것 같다.


기존의 증권사들 또한 주식거래를 시작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쉬운 앱을 출시하였다. 삼성증권 '오늘의 투자', KB증권 'M-able mini'가 간편한 MTS를 지향하며 출시되었는데, 카카오페이증권이나 토스증권에 대한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순히 UI/UX의 기능적인 문제로 사람들이 카카오페이증권이나 토스증권을 쓰는 것은 아니므로, 간편한 MTS앱이 어떠한 재미나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을지, 새로운 고객층을 흡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어떤 진화가 가능할까

로빈후드의 게이미피케이션이나 UI/UX가 표면적으로 보이는 항목이라 많은 사람들이 흥행요소로 손에 꼽지만, 사실 그 뒤에는 3,200만의 뉴스레터와 팟캐스트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로빈후드의 콘텐츠가 있다. 골드만삭스도 월스트리트와 블룸버그 기자를 고용해서 콘텐츠 제공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올해 초 GameStop과 AMC 주식 급등에서 WallstreetBets가 투자조언과 토론으로 특정 시장을 움직인 을 보면 커뮤니티가 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온라인 중개회사가 이런 투자자 커뮤니티를 자기 플랫폼으로 가져오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율적인 참여를 통한 커뮤니티는 굉장히 매력적인 고객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없는 주식거래자들을 위해 큰 글씨와 잘 정리된 카테고리, 깔끔한 UX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고객 참여나 관여가 가능한 기능들이 시장에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사실은 공급자 사정에 의해

20세기 소비사회에서는 상품이 소비자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생산자의 사정에 의해 공급된다. 그리고 고객은 아무리 소비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금융서비스도 마찬가지 아닐까. 공급자의 다양한 사정에 맞춰 서비스는 제공되고, 고객은 한계 없는 소비를 지속하고. 그렇게 금융서비스도 진화되겠지. 어쨌든 고객의 니즈만큼 다양한 공급자의 사정도 다른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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