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주식도, 암호화폐도 아니다. 스타트업 Kalshi는 내일 뉴욕이 화씨 80도를 넘을지와 같은 사소한 주제부터, 11월까지 미국인 몇명이 백신을 접종할지, 터키가 EU에 가입할지 등의 주제까지, 다양한 아이디어에 yes 또는 no를 베팅할 수 있는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이다.
헷징의 민주화
유명 VC의 하나인 Y Combinator의 Winter 2019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공동 설립자 Tarek Mansour와 Luana Lala는 미개척 정보를 둘러싼 가치에 대한 직관을 개발하고 이를 얻기 위해 Kalshi를 시작했다고 한다. 참고로 Kalshi는 아랍어로 '모든 것'을 의미한다. 누구나 흥미를 느끼는 모든 것에 베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2명의 공동설립자는 MIT출신으로 Mansour는 컴퓨터공학/수학 복수전공에 딥러닝 과학 석사, Lala는 컴퓨커공학 전공/수학 부전공에 컴퓨터 인지과학석사. Mansour는 2016년 골드만삭스 주식파생상품 인턴으로 일할 때 투자자와 기업이 위험에 헤지할 수 있는 쉽고 저렴한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Kalshi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헷징의 민주화라고나 할까...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해 헷징하고자 금융회사에서 헤매는 것을 보고, Mansour는 왜 직접 헷징할 수 있는 상품이 없는지에 대한 의문을 시작으로 이 아이디어에 착안한 것 같다.
Kalshi는 작년 11월 미국 상품선물 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로부터 승인받았다. CEO인 Tarek Mansour는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며, 일상적인 위험을 헤지하고 완화할 수 있는 미국 금융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라고 이야기했다. 올해 2월 시리즈A 펀딩에서 유명VC Sequoia Capital, 온라인트레이딩 회사 Charles Schwap, KKR의 회장 Henry Kravis 등으로부터 3천만 달러를 모은 바 있다.
도박 아니야?
1848년 곡물 선물이 탄생하고, 농산물, 금융 파생상품까지 거래가 확장되어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사소한 아이디어나 의견까지도 자산클래스로 보고, 이벤트 계약을 제공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에 부흥하는 것인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합법적 도박으로 인정받은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스포츠 베팅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감안할 때 Kalshi가 하는 베팅이 스포츠 베팅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도박의 경우 카지노나 하우스는 결과에 관계없이 이익을 얻도록 조정한다. 그래서 도박꾼은 결국 잃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Kalshi는 이벤트 계약에 대해 베팅하는 구조지만투명하다는데...
Kalshi 작동원리
우선 본인이 베팅하는 돈은 모두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고 신용대출은 허용하지 않는다. 각 질문에 답을 맞추면 $1, 틀리면 $0을 주는 매우 간단한 룰을 가지고 있다. 물론 거래 수수료도 있다. 이벤트에 대한 yes/no에 대한 베팅 가격은 시시각각 변동된다. 예를 들면 "뉴욕에서 실내식당이 문을 닫을까요?"라는 질문에 7월15일까지는 "예"라는 대답에 2센트의 매우 낮은 가격이 책정되었지만, 7월23일 델타 변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예"라는 대답은 26센트로 치솟았고, 이후 다시 가격은 하락했다.
일반적인 선물계약과 같은 형태로 언더라잉 자산이 있고, 계약의 클로징 날짜와 만기가 존재한다. 클로징할때까지 매매를 할 수도 있고, 만기일에 맞고 틀림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해당 질문에 대해 계약이 가능한 볼륨 내에서 베팅할 수 있다.
숫자가 주는 신뢰, 규제로 인한 안정감
도박과 투자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하우스 어드밴티지 외에도 신뢰할 수 있느냐, 규제기관이 존재하는가가 아닐까싶다. 신뢰를 할 수 있으려면 무작위의 확률이 아닌 데이터를 바탕으로 할 수 있어야하며, 규제기관이 있다는건 수많은 금지사항과 제약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복잡한 금융상품도 시장에서 허용되고 판매되는데, 오히려 직관적으로 헷징할 수 있는 이러한 이벤트 계약은 왜 도박처럼 생각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는 이 시대에 이러한 아이디어가 신박한 것은 사실이다. 단순한 예스/노 게임에 수학, 심리, 인지과학 등이 개입되어 건전한 투자상품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규제기관이 이를 허용했다는 것도.
Y Combinator CEO인 Michael Seibel은 "사람들이 베팅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고 중독을 퇴치하기 위한 안전 메커니즘을 만들어 이 업계에 가져올 수 있는 혁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Kalshi를 신뢰했다. 사용자의 신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규제를 준수하는 것인데, Kalshi가 CFTC로부터 승인받고 현재 베타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규제 문제를 극복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는게 아닐지 기대하게 된다.
여론의 생각을 보는 재미
선물/옵션은 전문가들만이 하는 고위험 투자라고 생각했고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헷징에 대해서는 생각해본바 없었는데 스타트업 Kalshi가 선물계약에 기반한 투자 아이디어로 인사이트를 던져주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유사한 아이디어를 가졌던 업체들은 규제기관의 인가를 받지 못했는데, Kalshi가 승인받은 것은 또 시대적 흐름과 함께 기술의 발달이라고 생각해야될까.
사람들은 익명의 여론조사에서도 좀처럼 본인의 속마음을 꺼내놓지 않으며, 인스타나 페이스북과 같은 가상공간에서도 각자 다른 페르소나로 자신을 포장한다. 그런데 만약 자신의 의견에 돈을 투자해야한다면 진실해질 수 있을까? Kalshi가 이벤트 계약을 다루는 거래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여론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투자보다는 Kalshi를 통해 여론의 생각을 보는 재미랄까.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이러한 아이디어가 성립할 수 있을까... 일단 미국에서 Kalshi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