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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Dec 21. 2021

15분안에 배달됩니다

다크 스토어의 급부상과 긱 이코노미에 대한 단상

다크 스토어의 급부상

세상은 어디까지 편리해질까. 우리는 언제쯤 만족할 수 있을까. 클릭만 하면 새벽이든 퇴근 후든 원하는 시간에 배송해주는 것에 만족하지않고, 이제는 짜장면 배달처럼 15분 안에 식료품 배송을 해주는 다크 스토어까지 등장했다. 아니 이효리의 노래 가사처럼 "Just one 10 minutes" 이 가능한 시대다.


국내 다크 스토어 현황 보도(출처: MBC)


다크 스토어의 정의 및 유래

소형 창고(Mini-warehouse)라고도 불리는 다크 스토어는 초고속 식료품 배달을 위한 주문 처리 센터로, 도심내 물류창고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성질급한 놈 구미 맞춰주는 배송시스템이 코로나 덕을 보면서 엄청나게 급성장했다. 2009년 영국의 Tesco가 온라인 쇼핑객을 위해 다크 스토어를 열었던게 시작이었지만, 코로나를 맞이하고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평소 같으면 습득하는데 10년은 걸렸을 이런 습관이 이제는 우리의 뉴 노멀이 되고 있다."
- 스콧 갤러웨이, <거대한 가속>


해외, 난리났네 난리났어

스콧 갤러웨이의 저서 <거대한 가속>에서도 식료품을 직접 보고 고르는 것을 선호했던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을 새로운 습관, 뉴 노멀이라고 일컫는다. 그래서인지 이미 돈냄새를 맡은 벤처캐피탈은 올해초 다크 스토어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했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한해 투자된 돈보다 2021년 첫 3개월동안 더 많은 돈이 투자되었다. 독일 Gorillas, 프랑스 Cajoo, 터키 Getir, 미국 gopuff 등 신생 스타트업들이 1년만에 미국과 유럽을 휩쓸며 급성장하고 있다. 기존 외식배달 업체였던 DoorDash나 Uber eats까지 경쟁에 합류하여 도심에 수백개의 매장을 점령하는 것은 어쩌면 이미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다크 스토어에 투자되는 머니 (WSJ 유튜브 캡쳐)


한국, 우리도 모르는 사이

사실 한국의 경우 이 좁은 땅덩어리에 집앞에 나가면 코앞에 편의점이 있는 상황에, 다크 스토어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내가 집순이가 아니라서 그런지도) 어쩌면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door to door' 서비스에 중독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는 이미 온라인 쇼핑객 급증에 대응, 기존의 점포를 활용하여 열심히 다크 스토어를 구축 중이다. 배달의 민족 B마트는 자체 다크 스토어를 활용하여 초고속 배송을, 올해 8월 사모펀드와 함께 요기요를 인수한 GS리테일은 GS25, GS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도심의 소매점을 활용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퀵커머스 시장에 발을 들인다. 이쯤되면 마켓컬리나 쿠팡잇츠도 모두 다크 스토어에 뛰어드는건 시간문제다. (이미 계획하고 있는지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인가

그런데 과연 다크 스토어, 초고속 배송사업은 지속 가능한 모델일까. 뉴욕에서만 7개의 서비스가 경쟁중이다. 결국 초기 무한한 자본을 투입하여 생태계를 잠식하는 한두개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당연히 기존 식료품 사업자들도 현재의 점포를 물류기지로 활용하면서 초고속 배송사업에 침투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 사업에 뛰어드는 신생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이 지속가능할거라는 확신을 모두 가지고 있는걸까?


에어비앤비나 우버의 경우, 집이나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경제를 활용한 사업모델이다. 즉 대출이자, 유지비, 직원 복리 후생비용이 들지 않는 자산 경량화 모델로 코로나 위기에도 가변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다크 스토어의 경우 물류창고로 활용해야할 공간, 즉 임대료라는 고정비용이 크게 드는 사업이다. 아마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사람들의 굳어진 습관은 지속되리라는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초고속 배송사업에 앞다투어 투자하는게 아닌가 싶다.


도시는 조용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다크 스토어의 급부상은 커뮤니티를 집어삼키고 빈 상점을 양산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긱 워커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남의집'으로 취향이 비슷한 지역 주민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당근마켓'으로 물건을 공유하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디지털 세상에서 지역 주민을 찾아 해멘다. 동네 단골손님과 주고받던 서로의 근황과 안부는 어느새 디지털 공간에서의 별점과 후기, 댓글로 대신하게 되었다. 현실에서 건네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이웃에 대한 관심은 이제 디지털 세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초고속 배송은 어쩌면 15분내 도보로 이동가능한 거리에 있는 이웃들과의 관계조차 단절시키고, 디지털 세상으로 끌어들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빈 상점의 공간을 다크 스토어가 차지하고, 더 많은 이웃들이 선반위의 물건처럼 대체할 수 있는 긱 워커가 된다면, 부의 불평등도 가속화될 것이다.


시끌벅적한 디지털 세상과 달리 조용한 도시, 친구와 함께 걷는 도로 대신 배달원이 바쁘게 이동하는 도로, 구경할 수 없는 소형 창고의 증가. 생각만 해도 암울한 도시 풍경이다.



거대한 가속

다크 스토어의 급부상과 관련된 뉴스를 보며 긱 이코노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

초고속 배송사업 역시 지역기반의 재고처리 및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할지라도 결국은 디지털 노동 중개 플랫폼에 불과하다. 마트에서 장보기를 대신해주고, 문앞까지 배송해주는 노동에 대해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단지 지금은 우버가 사업 초기에 그랬듯 '네트워크 효과와 독점력'을 확보하기 위해 값싼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이 실제 우리지불해야 할 비용의 반만 지불할 수 있도록 보조금 역할을 할 뿐이다. 값싸고 편리하게 이용하다 보면 그렇게 습관으로 굳어지는 걸까. 그때에도 여전히 저렴한 비용으로 초고속 배송이 가능할까.


현재 국내 음식배달의 경우 배송비가 3천원에서 5천원까지 정상화된 현실을 보면, 초고속 배송사업 역시 한두개의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면 같은 수순을 밟게되지 않을까? 물론 너무 많은 업체가 난립해서 누가 독점력을 갖게 될지, 시장경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긱 이코노미의 민낯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의 책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원제: Hustle and Gig: Struggling and Surviving in the Sharing Economy)는 긱워커 80명의 에어비앤비, 우버, 태스크래빗, 키친서핑 등의 경험담을 통해 생생한 플랫폼 노동의 실체에 대해 말한다.


태스크래빗을 통해 역겨운 연못 청소를 하거나, 불쾌한 일을 도와야하는 경우 사실상 이웃을 돕는게 아니라 노예경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고. 우버기사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해매고,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에서 화장실은 고객전용이라며 거절 당하는 경험담을 들으면, 오히려 퇴보한 노동자의 신세를 마주하게 된다.


어쨌든 이러한 긱이코노미의 민낯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흐름의 중심에는 소비자 편의성과 혁신이라는 캐치플레이 하에 플랫폼이 자리잡고 있다.

"요즘처럼 억만장자가 되기 쉬운 적도 없었고, 백만장자가 되기 어려운 적도 없었다."
- 스콧 갤러웨이, <거대한 가속>


잃어버린 도시의 생기

옛날 이태원 경리단길이 유행했을 당시에는 곳곳에 아기자기한 지역상점들로 가득차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당연히 주말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가 되어 왠만한 맛집은 줄을 서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빈 상점이 곳곳에 보이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발걸음도 줄었으며, 활발했던 동네 분위기는 무겁고 차분하게 바뀌어 이제 더이상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가지 않게 된다.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게 되서인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 폐업 영향인지, 배달경제로 집안에서도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게 된 덕분인지, 결국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도시의 생기를 앗아간게 아닐까.


혁신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손안의 편리함을 거머쥐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효율적인 삶 뒤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눈감아도 되는지. 우리가 마주하는 편리한 세상과 그 아래 존재하는 암흑같은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균형추를 잃은 채 "혁신"이라는 감언이설에 속고만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나는 우리 동네 베스킨라빈스 단골이다.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시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방문하면 한걸음에 알아보시고 반갑게 눈인사를 하신다. 무슨 맛을 고를지 말하지 않아도 아실 정도다. 그런데 지난달 좁디좁은 매장에 무인결제시스템 기계를 하나 들여놓았다. 나는 왜 그 기계가 거기 있어야하는지, 궁금한 것을 못참고 물었다.

"고객이 원해서요. 저희는 매장이 작아서 원래 안된다는 것을, 본사에 사정해서 심지어 좌석을 없애고 놓은거에요."

아.....

코로나 때문일까. 무인결제가 편해서일까. 짧은 대화조차 불편한걸까. 난 왜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걸까.

나의 아날로그식 성향때문인걸로, 일단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참고 책

- 스콧 갤러웨이, <거대한 가속>

- 알렉산드라이 J. 래브넬,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 제레미아스 아담스-프라스,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 참고 동영상

- WSJ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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