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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Jan 11. 2022

냉장고에 직접 넣어드립니다.

가치와 프라이버시를 교환하는 세상

월마트 InHome 서비스 확대

월마트가 2019년에 출시했던 InHome 서비스 확대를 발표했다. 기존에 60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하던 가정내 배송서비스를 올해 3,000만 고객 대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3,000명의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겠다고 하니 완벽한 라스트 마일 배송의 시대가 오는 건가 싶다.

월마트 InHome 서비스(출처: 월마트 홈페이지)


라스트 마일 배송 시대

InHome Grocery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한 다음 스마트 잠금장치를 통해 월마트 직원이 집에 들어와서 냉장고에 식료품을 넣어놓고 가는 서비스다. 반품도 같이 수거(InHome Returns)하고, 곧 약국 배달 서비스(InHome Pharmacy)도 시행할 예정이다.


라스트 마일이란 '주문한 물품이 배송지를 떠나 고객에게 직접 배송되기 바로 직전의 거리', 유통에서는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고객의 만족스러운 경험을 위해 많은 브랜드들이 박싱까지도 신경쓰지 않던가. 유통업계는 결국 신선식품의 품질유지만큼 안전하고 빠른 배송, 최근 편의성을 위해15분 배송이 인기다. 이제는 냉장고에 식료품을 넣어준다고 하니, 고객의 편의성은 어디가 끝일까.


[참고] 15분안에 배달됩니다.


온라인 식료품 배달 시장

아마도 온라인 식료품 배달 시장이 코로나로 인해 급격한 상승을 보였고, 코로나가 종결되어도 이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들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라스트 마일 여정

사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압도적 1위인 아마존은 2017년 프라임 회원 대상으로 In-Home Delivery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다. 이 때 해결해야할 문제가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올 때의 잠금해제 문제와 이들을 어떻게 신뢰하느냐이다. 그래서 아마존은 Amazon Key라는 개념을 고안하고, 스마트 잠금장치와 집안에 카메라(Cloud Cam)를 설치하여 해당 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7년, 현관문 잠금해제

택배기사가 집에 도착하면 바코드를 스캔해서 아마존 클라우드로 요청을 보내고, 클라우드는 집안 카메라에 메세지를 보내 권한을 부여하고 녹화가 시작된다. 택배기사는 문을 잠금해제하고 물건을 배송한후 문을 잠그고 가면, 고객은 배송 도착 알림과 함께 택배기사의 동영상을 받게 된다. (아마존 광고 참고)

Amazon Key 2017년

2018년, 차 잠금해제

아마존은 In-Home 배송 서비스에 이어 2018년에는 차량내 배송서비스(In-Car Delivery)를 출시했다. 배송지에 차량이 있는 곳을 입력하면 택배기사가 자동차 근처에서 트렁크를 열겠다는 승인 요청을 보내고,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승인하는 서비스다. 가정내 배송서비스에 비해 스마트 잠금장치와 카메라를 $250를 지출하고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한 집보다는 차 잠금해제가 더 쉽다. 아무래도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는 것보다 차에 들이는 것이 마음이 편한건 사실이니까.


2020년, 차고 잠금해제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2020년 3월 가정 및 차량내 배송서비스를 일시중단했다. 대신 2020년 10월 In-Garage Delivery 서비스를 5개 도시에서 시작했다. 이후 2021년 10월 차량내 배송서비스를 완전 중단하고, 차고내 배송서비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차고를 가지고 있는 집들이 대부분으로 집이 아닌 차고를 잠금해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다. (스마트 잠금장치 또한 $30 수준으로 적당하다.)

아마존 In-Garage Delivery 서비스(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왜 이렇게까지?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문앞에 배달된 택배상품들이 도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안이던 차안이던 이렇게 배송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좀 다르다. 문앞에 두고 간 택배상품이 없어지기는 커녕, 잘못 배송된 상품은 택배기사에게 전화해서 알려주거나 경비원 아저씨에게 연락해서 주인을 찾아주는 높은 시민의식(!) 덕분에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월마트처럼 냉장고에 직접 넣어주는 식료품 배송 서비스는 상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월마트의 혁신 서사

아마존이 이렇게 기나긴 라스트 마일 여정을 오는 동안, 월마트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2013년 월마트는 Click and Collect를 덴버에서 시범삼아 시작하였다. '온라인 주문 후 매장에서 물품을 수령'하는 옴니채널 전략으로 2017년에 1,000호점까지 서비스를 확장시키면서 점차 확대시켰다. 2019년에는 매장이 아닌 주차장에서 물건을 픽업할 수 있는 Curbside Pickup 서비스도 시작했다. (2020년 슈퍼볼 광고 참고, 작년에 이 광고를 보고 몇번이나 돌려봤던지. 안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월마트 2020 슈퍼볼 광고


옴니채널 전략 적중

미국의 온라인 주문 후 매장수령 서비스는 코로나를 계기로 급성장하였고, 특히 월마트는 다른 업체 대비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 Click and Collect 성장률(출처: CNBC)
US Top Click and Collect 소매점(출처: CNBC)


월마트의 대반격

그리고 '22년 1월 월마트가 2년동안 시험했던 InHome 서비스 확대를 발표한 것이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일부 시장에서 InHome을 운영해 왔으며 매장에 가거나 집에 도착하여 배달을 받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삶을 살고자 하는 고객에게 완벽한 솔루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We’ve been operating InHome in select markets over the last two years and have found it is a perfect solution for customers who want to live their lives without worrying about making it to the store or being home to accept a delivery,”
- Tom Ward, senior vice president of last mile at Walmart U.S.

아마존보다 더 편하게

아마존과는 다르게 배송기사 조끼에 부착된 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할 필요는 없다.

1. 주문: 월마트앱에서 InHome 선택

2. 배달: 고도로 훈련된 직원이 1회용 액세스 코드를 사용하여 고객의 집이나 차고의 잠금해제, 앱에서 모든 단계를 알려주며 조끼에 부착된 카메라로 전체 배송과정 기록, 고객은 배송 후 최대 일주일동안 조회 가능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 대상이라면 월마트는 월 $19.95 또는 연 $148의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이제 세상은 모든게 구독서비스다.)



가치와 프라이버시를 교환하는 세상

스콧 갤러웨이의 <거대한 가속>에서 '가치와 프라이버시를 교환하는 세상이 온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수많은 공짜앱을 생각해보면, 내 데이터를 기꺼이 내어주고 무료로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던가. 이제 편의성을 위해서라면 현관문까지 잠금해제할 용의가 있다고 하니, 편의성이 프라이버시와 기꺼이 교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언제부터 프라이버시에 이렇게 관대해졌는지, 이제 기업들은 앞다투어 프라이버시와 교환 가능한 가치 탐색에 나설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안심하고 편리함을 누려도 되는 것일까.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는 내려놓고 배송시간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면, 이제 배송기사조차 마주칠 필요가 없다면, 더 외롭고 삭막한 세상을 맞이하게 되는건 아닐까. 오프라인 상의 고객과 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온라인 상의 일대일 톡으로 대체하듯, 배송기사와 고객과의 접점마저 캠촬영과 녹화 동영상으로 대체하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필 이 시점에 내가 읽고있는 책이 마크 W. 셰퍼의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 관련 기사

- Walmart to expand InHome Grocery delivery to 30 million US households in 2022

- Amazon Key is a new service that lets couriers unlock your front door

- Amazon will now deliver packages to the trunk of your car

- How to get Amazon packages delivered to the trunk of your car

- Amazon ends service that delivers packages to Prime members' cars

- Walmart drew one in four dollars spent on click and collect — with room to grow i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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