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가 최근 NFT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 및 NFT가 규제받지 않는 투기성 금융자산이라는 우려로 400명 넘는 직원이 반대 서명을 했다. 세일즈포스가 슈퍼볼 광고를 통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NFT사업 진출을 논한다는 것은 기업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일이라면서 말이다. 회사가 기업 윤리에 신경쓰는 만큼 직원 또한 윤리적 문제까지 고려하는 시대다.
'우주 탐사사업과 메타버스 사업을 할 시간에 지구 환경에나 신경써라'는 내용을 담은 세일즈포스 슈퍼볼 광고
커뮤니티가 외면하는 NFT
사실 세일즈포스 외에도 NFT사업 진출 선언 후 커뮤니티의 반대에 사업을 접거나 지연하는 사례가 꽤 있다. Verge에 따르면 게임회사 Team17이나 GSC Gameworld는 NFT 프로젝트를 완전히 취소했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는 계획을 늦추겠다고 다시 발표했다. 디지털 아티스트를 위한 마켓플레이스 ArtStation 또한 이용자들의 환경에 대한 거센 우려 및 반발로 인해 NFT용 플랫폼 출시 계획을 취소했다.
복잡한 비즈니스 생태계
직원뿐만 아니라 이용자, 커뮤니티의 반대에 부딪힐 경우 회사는NFT사업계획을 재고할 수 밖에 없다. 물론 P2E에 열렬히 지지하는 게임이용자들도 있는 반면, 환경적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는 이용자도 있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비즈니스 생태계가 상당히 복잡함을 보여주는 예다.
지속가능한 대안, 찾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NFT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증가하면 블록체인의 에너지 소비도 늘어난다. 오래 전부터 환경적 우려를 이유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의 방식인 작업증명(Proof of Work)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으로 '합의 알고리즘'을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해왔으나, 쉬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지분증명은 작업증명보다 비용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Proof of Work(POW): 알고리즘 퍼즐에 대한 솔루션을 찾아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하는 합의 메커니즘
*Proof of Stake(POS): 트랜잭션 유효성 검사에 참여하기 위해 노드가 일정량의 이더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해야하는 합의 메커니즘
비트코인, 지속가능성에 의문
22년 1월 미국 하원위원회는 암호화폐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블록체인의 에너지 영향'에 대한 청문회를 가졌다. 작년 중국이 비트코인을 금지하면서 비트코인 채굴의 3분의1이상이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국내 채굴자들과 환경 및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에 있다. 앞으로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출처와 비용도 조사할 계획이다.
비트코인의 전력 사용량(출처: 캠브리지 비트코인 전력 소비 지수/NRDC)
대체 얼마나, 환경에 영향을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화된 플랫폼이 없으므로 그 거래에 대한 다수의 사용자들이 합의를 해야하는 시스템이다.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분산 데이터베이스 전체에 걸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비트코인의 경우 최소 51%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고도로 복잡한 알고리즘 문제를 해결하고 시도하여 처리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받는다.
새로운 암호화폐를 받는 '승자'는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가장 강력한 컴퓨터 프로세서에 달려있기 때문에 채굴 프로세스는 상당히 에너지 집약적인 프로세스가 될 수 밖에 없다.그리고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사람들이 추측 횟수를 늘려 정답을 식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프로세스는 계산능력을 더욱 높이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채굴의 수익성과 작업증명을 필요로 하는 암호화폐 가치의 증가는 기계에 전력을 공급하고 냉각하는데 점점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단 한번의 비트코인 거래에 필요한 에너지가 미국의 일반적인 가정에 70일 이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며, 비트코인 채굴 전력 소비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하여 덴마크, 칠레, 아르헨티나 국가의 에너지소비와 맞먹는다고 하니, 덮어둘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 이어 EU까지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2021년 8월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자, 채굴자들은 석탄연료를 사용하는 카자흐스탄이나,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미국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다. 결국 비트코인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미 이집트, 이라크, 카타르, 오만,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방글라데시 등 최소 8개국이 암호화폐를 금지했으며 EU도 검토중이다. 암호화폐 규제 패키지인 MiCA(암호화폐자산시장) 프레임워크의 최종 초안에 '환경적으로 지속불가능한' 합의 메커니즘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2025년 1월1일부터 EU내에서 비트코인의 불법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치는 탈탄소, 지속가능성 등을 외치는 오늘날 기조에 맞춘 흐름으로 보이나, 사실은 국가 통화의 주권을 뒤흔드는 비트코인 체제에 대한 반감에서 오는 조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라는 첨단 기술이 엄청난 에너지 소비를 통해 우리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블록체인 윤리가 필요한 시점
그런데 블록체인에서 단순히 환경문제뿐 아니라, 더 나아가 윤리적 이슈까지도 생각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2019년 10월6일 Cryptoeconomic Systems Summit에서 Rhys Lindmark는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한다면, 생명공학, 인공지능, 원자력기술처럼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해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가 던진 의문은 이렇다. 분권화된(decentralized) 조직은 어떤 의미일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만약 사용자가 규칙을 어기지 않고 이익을 위하여 프로토콜을 악용한다면, 그것은 비윤리적일까? 한편 페이스북이 제안한 글로벌 디지털통화로 인해 정치와 권력의 역학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소비자 보호가 핵심
블록체인 윤리가 필요한 이유는 소비자 보호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이 수많은 법의 테두리 하에서 규제 산업으로 불리우는 이유는 투자와 수반되는 소비자 보호 때문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영역이 나홀로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중앙화된 조직이 없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까? 현재 NFT와 관련된 수많은 법적 문제가 난립하고 있는 것도, 모두 소비자 보호와 연결된다.
개발자의 설계, 거버넌스 구조의 투명성, 커뮤니티의 참여 등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도 수많은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 DAO에 존재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 비대칭과 참가자의 야망, 동기, 가치 또는 우선순위 등을 어떻게 걸러낼 수 있는지,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바른 마음'이 필요하다.
조너선 하이트는 도덕적 체계란 가치, 미덕, 규범, 관습, 정체성, 제도, 첨단 기술 등이 진화한 심리 기제와 서로 맞물려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의 저서 <바른 마음>에서는 도덕의 3원칙을 이야기하는데, 그 중 제3원칙은 다음과 같다.
'바른 마음은 개인보다 집단의 차원에서 더 강력하다' _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
그는 왜 사람들은 이기적이면서도 이집단적인지 설명한다. 특정 상황에 처하면 자신의 자아쯤은 얼마든지 접어두고 집단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능력을 가졌다며 인간의 이중적인 본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기적인 영장류이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보다 자신보다 크고 고결한 무엇의 일부가 되려는 열망도 갖고 있다. 우리의 본성은 90퍼센트가 침팬지와 같고, 나머지 10퍼센트는 벌과 같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나머지 10퍼센트, 벌과 같은 마음으로 접근해야 될 것 같다. 블록체인 기술이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탈중앙화'라는 고결한 열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윤리를 고려해야 한다. 조너선 하이트가 말한대로 바른 마음을 갖고 벌집 속에서 살아가는 꿀벌이라도 된 듯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