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권위주의와 이에 대한 우려
세계적인 NFT 열풍 속에 중국은 4월13일 NFT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NFT의 기초 자산에는 채권, 보험, 증권, 귀금속 또는 기타 금융 자산이 포함되면 안된다.
소유권 분할이나 대량 생산으로 NFT의 대체 불가능성을 약화시키거나 편법적인 가상화폐공개(ICO)를 해서는 안된다.
플랫폼은 NFT 중앙집중식 거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NFT는 암호화폐로 거래되어서는 안된다.
플랫폼은 자금 세탁을 근절하기 위해 고객의 거래 기록을 실명 확인하고 저장해야 한다.
기업은 NFT 투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해서는 안된다.
NFT는 현재 웹3.0을 꿈꾸는 세상의 솔루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가이드라인은 어쩐지 시대를 거스르는 느낌이다. NFT의 금융화 및 증권화를 억제하겠다는 규제방안을 발표한 중국, 왜 이러한 결정을 했을까?
중국당국은 작년 11월 NFT를 "가상화폐 투자자와 자본에 의해 과장된 제로섬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눈치를 보게된 빅테크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기업들은 NFT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 수집품(Digital Collectible)'이라는 단어를 쓰며 NFT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3월31일 위챗은 NFT 거래 서비스를 중단했고, NFT전시나 소개만 할 수 있으며, 재판매는 금지한다고 발표하였다.
NFT는 처음에는 소유 및 수집의 목적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면서 투자 및 거래수단이 되어버렸다. 특히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에서 NFT로 거래가 되면서, 게임업계에서도 NFT 활용이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재판매가 되지 않는다면 NFT를 거래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현재 NFT를 거래를 막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이미 1월 정부에서 운영하는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를 통해서만 NFT 플랫폼과 앱을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법정화폐 결제만 가능한 사이트이며, 앱개발 API를 제공하여 암호화폐와 무관한 NFT발행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즉 국가 지원의 NFT 인프라를 통해 자금세탁이나 탈세를 근절하고, 법정화폐를 통해 금융당국의 감독을 철저히 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NFT를 BSN의 DDC(Distributed Digital Certificate, 분산 디지털 증서)라고 브랜딩하고, 디지털 경제에서 소유권을 확인하고 제어하는데에 활용하고자 한다. 퍼블릭 체인이 아닌 공동 거버넌스 동맹 체인으로 10개 이상의 OPB(Open Permissioned Blockchain, 공동 허가된 블록체인)를 통해 중국 특유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는 것도 디지털 권위주의의 일환이다. 모든 데이터를 정부와 기업 전체에 원활하게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며, 중국내 소유의 모든 것을 등록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활용한다면, 디지털 감시는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즉 현재 퍼블릭 체인에서 NFT를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감시할 수 있는 BSN에서라면 NFT 거래를 못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2017년 암호화폐를 금지했으나, 정부 차원의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적극적이었으며 결국 빠르게 디지털 위안화 유통에 성공했다. 현재 NFT 역시 마찬가지다. NFT를 엄격히 규제함과 동시에 암호화폐에서 독립적인 기존의 NFT 프레임워크를 깨고, 정부 주도의 NFT 인프라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민간단체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정부 중심의 디지털화를 추구하여 정권 유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함이다.
IT기업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때로는 정부 모델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도 하며, 이는 새로운 경제체계를 야기할 수 있다.
머지않아 거대 IT기업들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모델을 기반으로 (기존 암호화폐보다 더 중앙화된) 사적 화폐체계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플랫폼이 자급자족 가능한 경제적 커뮤니티화하면서 자기들끼리 우버 달러나 에어비앤비 코인으로 거래하듯, IT기업이 만드는 코인은 상품과 서비스 심지어 데이터를 거래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다.(중략) 화폐 자체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과세체계를 무시하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체계가 탄생할 것이다. <세금의 세계사>, p.257
중국은 공산정권 유지를 위하여 분산형 기술의 대표인 블록체인이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경제체계를 앞장서서 만들어나가고있다. 빅테크에 강한 규제를 하는 것도, 민간기업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당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지금 중국이 취하고 있는 방식이 웹3.0과 거리가 먼 국가 통제하의 디지털 경제 모델이지만, 흥미롭게도 가장 빠르게 디지털 경제를 그리고 있다.
물론 이는 중국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국가 주도의 블록체인 시스템에 개인정보가 기록된다면, 데이터가 분산되지 않은채 국가가 온전히 통제한다는 것이고, 이는 개인정보의 극심한 침해를 야기하는 일이다. 현재 각국 정부에서 디지털 화폐(CBDC)를 논할 때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와 정부의 악용 위험이 이슈로 거론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디지털 경제는 이원화되어 진행될까? 전세계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웹3.0 시대를 꿈꾸며 NFT를 거래하고, DAO를 만들며 탈중앙화를 꿈꿀 것이다. 반면 중국은 그 반대의 중앙집중화된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극심한 디지털 권위주의를 내세우며 국가가 통제하는 디지털 경제를 보여줄 것이다.
그런데 탈중앙화가 진행될 수록 현재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반면 중국의 디지털 권위주의는 디지털 위안화의 힘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이를 둘러싼 통화패권의 경쟁을 생각하면, 중국의 디지털 권위주의는 분명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이 과연 진정한 탈중앙화의 효율적 도구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감시와 통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한다.
블록체인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는 블록체인이 디지털 빅브라더를 와해할 기술이라는 기대이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빅브라더의 기득권을 깨고 사이버 유토피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이상주의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블록체인은 돈의 흐름을 감시하고 통제할 권력이다. 모두가 들여다볼 수 있는 분산 장부에 거래 내역을 기록한다는 것은 그만큼 감시체계가 고도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빅브라더의 권력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더욱 큰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러다가 온다>, p.109-110
미국은 그동안 디지털 화폐 도입에 보수적인 입장이었으나,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빠르게 정착되면서 디지털 화폐 도입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오히려 중국이 중앙집중화된 디지털 경제를 빠르게 안착시킨다면, 다른 나라들도 국가가 통제가능한 디지털 경제를 그리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 투명하게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정부나 기업에게 공개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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