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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May 13. 2022

유동성과 테라

가치와 가치관에 대한 생각

언스테이블

스테이블코인 terraUSD(UST)는 이번 주 1달러 가치에서 폭락했고, 테라의 자매 토큰 Luna는 95% 이상 하락했다. 미국 달러와 1:1을 유지해야하는 스테이블코인 UST는 이번주 0.7달러 이하로 급락하며 달러페깅이 깨지는 모습을 보였고 시장은 암호화폐 세계의 리먼 브러더스가 되는게 아니냐며 연일 시끄럽다.


스테이블코인, 뭐였더라?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담보, 암호화폐담보, 알고리즘기반(무담보) 이렇게 3가지 유형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글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테라,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2018년 싱가포르 기반 Terraform Labs에서 만든 UST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물리적 자산이 아니라 가격을 유지하도록 장려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뒷받침된다. 복잡한 토큰발행과 코인 소각시스템을 활용하는데, UST가 암호화폐인 Luna와 공생관계에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러나 지금처럼 급락하는 시장상황에서는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테라의 창시자 권도형은 UST급락을 막기위해 현재까지 35억 달러(4조 47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사들였지만 시장의 강한 매도세를 이기지는 못했다. 100억 달러까지 비트코인을 구매하여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처럼 테라에서도 예비통화를 마련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알고리즘이라며?

그런데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결국 시장이 붕괴할 때에는 비트코인을 사서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을 방어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알고리즘 기반이기에 탈중앙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프로젝트 뒤에 있는 팀이 개입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완전히 분산되거나 독립적으로 관리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평가들은 알고리즘이 폰지 사기에 가깝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한층 더 발전될 수도 있다. 물론 시장의 신뢰는 이미 잃어버린 것 같지만...


유동성 문제

스테이블코인에서도 달러페깅이 깨지면서 코인런이 일어났다. 예금자가 동시에 예금을 인출할 때 발생하는 뱅크런처럼 스테이블코인 역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음을 이번 사태로 보여주었다.


은행은 유동성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예금보험과 중앙은행의 지원에 의존한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에도 은행과 같은 수준의 리스크 관리 및 규제를 제안했던게 아닌가싶다. 테라 사태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규제가 연내에 좀 더 빨리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치와 가치관

지금부터는 이전 글과 마찬가지로 마크 카니의 <초가치>를 읽으며 든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젊은 시절 금융 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때 나는 소중한 법칙 하나를 배웠다. 골드만삭스의 파트너였던 밥 허스트가 가르쳐준 법칙이었다. "만일 어떤 것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p.222)


은행의 역할

중앙은행은 통화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통화안정과 금융안정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민간은행은 어떤 역할을 할까? 은행은 결제를 돕고 예금과 대출을 통해 고객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유동성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면 예금보험의 지원을 받으며, 중앙은행은 최후의 대부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은행은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은행은 위기의 순간에 보호막이 되어줄 이런 여러 안전망을 제공받는 대가로 자기 행동을 늘 규제받겠다는 사회적 계약을 수용한다. (p.229)


은행은 원래 예금자와 대출자 사이 중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단순히 중개만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았다. 점차 투자은행으로 변화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다루기 시작했다. 은행은 자금을 조성하는데 단기 시장에 점점 더 많이 의존했고, 대출 채권을 증권으로 포장해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2007년 금융위기는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이 금융 위기는 증권화에 동반될 수 있는 본질적인 인센티브 문제들을 세상에 드러냈다. 여신 후 판매 모델에서는 여신기관의 인센티브들이 위험 부담자의 인센티브들과 더는 일치하지 않았다. 그 관계가 단절되자 신규 대출에 대한 보증과 지속적인 감시는 책임감에서 무모함으로 악화되었다. 그러나 가격 책정과 위험 관리는 이런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고, 이런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고객이 거래 상대방이 되면서 고객과 은행 사이에는 어떤 형태의 연대도 존재하지 않았다. 가치관이 가치에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p.232 - 233)

 

은행이 과거와 달리 증권화상품을 다루면서 돈을 벌겠다는 상당한 인센티브 체계를 가지게 되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인센티브 체계의 성립과 가치관은 가치에 영향을 줄 만큼 상당히 중요하다.


유동성 붕괴

많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이 시장에서의 높은 유동성 수준에 의존하게 되었다. (중략) 본질적으로 그림자 금융 시스템은 안전망 하나 없이 만기전환을 했다. 즉 자금 시장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건전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뜻이다. 2007년 8월에 시작된 시장 유동성 붕괴로 이런 위험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p.234)


2007년 금융위기 역시 호황의 끝물이던 몇 해 동안 유동성을 대하는 안이한 태도가 절정에 달하며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벌어진 사태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기는 어떨까?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가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을 풀리면서 2021년은 주식과 부동산시장 모두 호황을 누렸으며, 암호화폐 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이제 끝나가면서 금리를 인상하고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귀하려고 하자, 시장의 유동성이 얼어붙으며 연일 비관적인 이야기가 들려온다. 코로나 기간에 누렸던 시장의 높은 유동성에 우리는 이미 익숙해진 것일까.



유동성과 테라

테라 역시 유동성 문제에 봉착했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지금까지 규제차익을 충분히 누리고 있던 시장이다. 정부가 아직 규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사회적 계약도 수용하지 않았다. 암호화폐는 시장의 논리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짜 화폐도 아닌 스테이블코인에도 달러 페깅이라는 목적 때문에 화폐와 같은 가치를 유지하길 바란다. 결국 시장의 규제가 필요한 영역일까.


탈중앙화라는 좋은 가치관으로 포장된 수많은 암호화폐는 현재 혼재되어있다. 디지털금에 비유되는 비트코인, 법정화폐 페깅의 목적인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다양한 코인들. 어떠한 내재가치를 갖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장의 믿음만큼은 강하다.


그런데 이러한 유동성 위기 앞에서는 이러한 믿음 역시 흔들리고 있다. 이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의 페깅이 깨지며 급락하자 리먼 브라더스를 운운한다.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시장에서 책임의 주체를 찾는다.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규제를 서두르겠다고 말한다. 결국 탈중앙화는 없는 것일까. 지금 시장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본다.


여전히 헷갈린다.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닌 디지털 자산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 이상을 기대한다. 암호화폐는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또한 이를 다루는 이들은 어떠한 가치관을 지녀야하는지. 어떠한 인센티브 체계로 이 시장은 돌아가야하는지 생각해봐야한다.


세상은 G1에서 G0(소수의 국가가 세상을 좌우하지 않는 체제)로 옮겨갔다. 그렇다면 이제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패권국이 없이도 금융 시스템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조건이 붙는다. 가치관을 회복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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