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웍스를 통해 본 조각투자
4월 28일 금융위원회는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조각투자 상품의 증권성에 대해 각자 판단한 후, 자본시장법을 준수하라는 내용이었다. 뮤직카우의 경우에는 금융위가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투자계약증권으로 해석하였고, 6개월의 기한 내에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하라는 명확한 지시가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조각투자플랫폼은 각자 알아서 판단하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바람에, 투자자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현재까지 어떠한 플랫폼도 자발적으로 증권이라고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지는 않다. 미술품 거래 플랫폼 '소투'는 공지사항을 통해 회원들의 '소유권'임을 강조하며, 소유권 보호 안전 장치를 추가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안내했다. 그와 동시에 '예상 수익률'과 '예상 보유기간' 정보 제공을 삭제에 대한 안내를 하며, 보다 미술작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사실 수익률을 삭제한다고 '투자'를 위한 상품이 아니고, 온전히 '소유'를 위해 미술품을 사는 것은 아님은 우리 모두 안다. 단돈 만원이라도 어떤 미술품을 공동구매하는 행위는, 그 미술품의 가치가 우상향할 거라는 기대를 전제로 하며, 그러한 구매는 소유보다는 투자에 가까운 행위임을 말이다.
미술품 거래 플랫폼 '테사' 역시 공지사항을 통해 로펌의 법률자문을 통해 증권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미술품 아닌 명품, 한우 등 기타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들도 모두 한결같이 증권성이 아님을 주장하며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아마도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처럼 제재하지 않는 한, 조각투자 플랫폼이 스스로 규제의 영역으로 발을 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미국의 마스터웍스를 살펴보았다. 마스터웍스는 2017년에 설립되어 2018년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미술품 조각투자플랫폼이다. 국내 플랫폼과의 차이점은 크게 두가지다.
1. 마스터웍스는 작품 소유권을 증권으로 만들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을 등록하고 판매한다.
2. 마스터웍스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마스터웍스 직원과 통화가 꼭 필요하며, 회사, 아티스트, 작품 소개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하고 작품 판매를 돕는다.
마스터웍스에서 판매되는 모든 작품은 증권법에 따라 SEC에 Form 1-A의 서류로 제출 및 공시된다. 공시에는 공모가 결정, 아티스트/작품/주식에 대한 설명, 위험 요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공모가 결정은 공개 경매에서 지불한 가격에 10%의 금액을 더하여 결정되며, 향후 매각도 공개 경매로 투명하게 진행되며, 그 전에 투자자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에만 매각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 외에도 공시 서류에는 비즈니스 모델, 미술투자와 관련한 위험을 자세히 설명한다. 마치 세상의 모든 위험을 다 써놓은 듯한 느낌이다. 몇가지만 적으면 다음과 같다.
- 우리는 어떤 수익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 그림의 판매 시기와 잠재적 가격은 예측할 수 없으므로 투자자는 불확실하거나 무기한 기간 동안 클래스 A 보통주를 소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한다.
- 회화의 가치는 매우 주관적이며 감정가 및 경매 견적은 실제 실현 가능한 가치와 크게 다를 수 있다.
- 우리는 합리적인 가격에 그림의 구매자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 그림이 결국 갤러리 공간에 전시되면 그림이 훼손될 수 있으며 보험에서 모든 손해를 보상하지 않거나 보험이 손상을 보상하더라도 그림을 판매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어쨌든 각종 위험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현재 우리가 하는 미술품 투자가 안전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아무래도 웹사이트에는 이러한 위험보다 과거 경매가격 추이 및 작품에 대한 가치 설명에 무게중심을 두지만, 증권위원회의 공시서류에는 위험설명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마스터웍스의 경우 투자하기 위해서는 직원과의 통화가 필수인데, 이 때에도 직원은 연간 소득 및 순자산, 리스크 성향에 대해 묻는다. 전문투자자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서류가 아닌 통화상의 투자자와의 대화를 통해 한다는 것은 상당히 허술하다.) 우리나라처럼 일반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귀하는 구독 계약서에서 귀하가 규정 D의 규칙 501에 따라 정의된 전문투자자(accredited investor)이거나 클래스 A 보통주에 대한 투자가 순자산 또는 연간 수입의 10%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것을 진술하고 보증해야한다.
그리고 직원은 미술품 투자가 상당히 비유동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있는지 묻는다. 3년에서 5년정도 장기 투자가 될 수 있는데 괜찮은지 묻는다. 심지어 공시 서류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우리는 5년에서 10년 사이에 그림을 판매할 계획이지만 시장 상황이나 기타 상황에 따라 더 오랜 기간 동안 그림을 보유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다 마치고 투자를 할 것인지 묻는 직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더니, 얼마를 투자하겠냐고 묻는다. 투자하고자 하는 금액을 직원이 셋팅하고 나면, 나의 투자 화면은 활성화가 되어 결제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또는 이체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다시 국내 플랫폼을 생각해보자. 금융당국에서 말하는 조각투자플랫폼의 증권화는 결국 투자자 보호를 위함인데, 해외처럼 증권화하고 공시하면 될까? 사실 그보다도 우리나라는 더 타이트하게 투자자 보호를 한다. 예치금을 분리하여 관리하고, 플랫폼이 파산할 경우에도 투자한 자산이 안전할 수 있도록 사업자의 도산위험으로부터의 절연을 가이드라인에서도 강조한 바 있다. 오히려 해외는 증권화 및 공시만 했을 뿐 우리나라보다 투자자 보호가 더 잘 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해외는 조각투자 조차도 전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국내의 조각투자 플랫폼은 '투자의 민주화'를 전제로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함을 이야기하니, 해외처럼 전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만약 일반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사모가 아닌 공모로 진행해야 하며, 공모의 경우 상당히 타이트한 공시 및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조각투자의 규모 측면에서 볼 때 과연 이러한 번거로움을 감수할 만큼의 이점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규제의 영역으로 들어왔을 때에도 매력적인 투자상품이 될까.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증권화에 대한 압박은 과연 타당한 것인지, 아니면 현재처럼 투자자 보호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플랫폼이 비즈니스를 계속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인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어쩌면 정보 비대칭은 해소하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모 투자의 건전한 확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해볼 수 있을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각투자 플랫폼을 현재의 규제 틀에 맞추는 것 자체가 퇴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한번에 무너진다. 마치 테라 사태로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의심스러운 것처럼. 그 전에 조각투자 세계도 잘 자리잡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