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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Jul 04. 2022

직장인, 내 것은 어떻게 만들까

브런치 1년, 직장인의 기록

유퀴즈에서 잘 나가던 카피라이터에서 웹툰작가가 된 루나 작가의 말이 와닿았다.

"저희는 저작권이 저희에게 없다. 그래서 클라이언트, 저희는 광고주라고 많이 부르는데, 그분들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봉급 받고 땡이다"



과정에 대해 기록하기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거나, 영상을 만드는 등 커리어 이외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들이 금전적 보상의 영역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닐거라 생각했다. 오히려 '내 것'에 대한 마음 한 켠의 욕구를 충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부러웠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거나, 제휴 업체와 협업을 성공시킨다 한들, 그 작업물은 회사에 귀속된다. 만약 내가 이 과정에서 고민하는 것들을 기록한다면 어떨까. 회사에서는 결과물로 소통되기 때문에 개개인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은 기록되지 않는다. 일을 하면서 쌓이는 퇴적층, 그것을 기록한다면 그것은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굳이 일과 완전히 연관되지는 않더라도 궁금해하는 것들을 리서치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며,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브런치에 1년간 기록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상사에게 잘 쓴 보고서로 칭찬받는 것보다, 브런치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는 것이 더 나를 기분좋게 해주는 일이라니!


회사는 월급으로, 몇 년 주기의 승진으로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한다. 월급은 나의 시간에 대한 보상이며, 승진은 나의 성장에 대한 보상이라면, 그에 동의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회사 체계에 맞춰 나의 성장을 평가한다는 것이, 누군가의 주관적인 점수를 통해 평가받는다는 것이 때로는 억울했다. 적극적인 삶을 영위한다해도, 결국은 직장인으로 평가받을 때만큼은 남들과 같은 기준에서 알파벳으로 나열될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성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책으로 소통하기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점심, 독서모임을 하는 날이다. 몇년 전 출근길에 문유석 판사님의 '쾌락독서'를 읽다가, 회사 지인들에게 독서모임을 제안했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책을 소개하는 자리이다보니, 각자의 취향을 이제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 소통하면 그 사람의 진짜 고민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재미로 책을 읽기도 하지만, 삶의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갈 때 역시 책을 찾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해도 이렇게나 다른 고민을 하는구나 깨닫게된다. 우리가 책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서로간에 알 길은 없었을 것이다.


온라인으로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작년 12월 인스타에 책에 대한 기록을 본격적으로 남기기 시작했는데, 책에 대한 기록이 나의 고민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그 책을 읽었을 때 갖고있던 마음이 어떠했는지, 고민에 대한 답을 못 찾더라도 그렇게 고군분투했던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사람들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가 제일 와닿았다. 오히려 온라인에서 이런 솔직함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나 역시 그랬으니까. 느슨한 관계 속에서 때로는 자신을 더 솔직하게 드러낼 힘이 생기기도 하며, 누군가의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기도 한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브런치던 인스타던 결국은 현재 나의 생각과 마음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을 하면서 쏟아내는 결과물이 아니라 삶의 소소한 과정들을 기록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지나가는 찰나의 궁금증을 붙들어매었고, 더 깊게 관찰해야했으며, 나 스스로를 더 열심히 돌봐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야 직장인은 '내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때서야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던 직장인을 향한 부러움이 존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결과물로 나의 쓸모를 찾는 일보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는 일이 더 힘든 일이라는 것도 깨달으면서.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순간을 스쳐지나가면, 내가 했던 고민과 노력의 흔적 또한 잡을 수 없다. 글이던 그림이던 기록할 수 있다면, 순간의 나의 모습을 담을  있다. 어쩌면 학창 시절 '수, 우, 미, 양, 가'로 평가받던 때부터 회사에서 'S, A, B, C'로 평가받는 지금까지 결과에 연연해왔던 내가 그 과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순간이 이제 시작된 것 같다.


브런치를 쓴지 1년이 된 시점, 내가 고민했던 흔적을 바라보면서 나의 성장 또한 담겨있지 않을까. 나 스스로를 돌아보다보니,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까지. 바깥을 향했던 화살표를 나 자신에게 돌리는 순간, 답을 찾았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시스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결국 시스템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 해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 야마구치 슈, <뉴타입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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