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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식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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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hyeon LIM Apr 22. 2019

한상에 다 놓고 먹을 것인가 하나씩 먹을 것인가

프랑스는 19 세기 전까지 가벼운 요리부터 본 요리, 디저트, 와인까지 음식을 한 테이블에 다 같이 놓고 먹었으나 후에 러시아의 식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주요리(Oeuvre)와 부요리(Hors d’oeuvre)를 분리하여 음식을 한 가지씩 먹기 시작하였다.


먹는 방식의 변화로 프랑스 요리는 여러 면에서 발전하게 된다.

먼저 음식을 한 가지씩 먹기 시작하면서 각각의 음식을 알맞은 온도로 먹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씩 먹기 시작하면서 식사 전체의 흐름에 대해 생각하며 맛과 재료의 조화 그리고 배열을 생각하게 되었고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조합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한 가지씩 음식을 먹게 되면서 각각의 음식에 어울리는 접시와 집기가 발전하였고 잔 역시 용도에 맞게 종류가 다양해졌다.


한식은 영양을 섭취하기에 나쁘지 않은 식단이다. 무겁지 않고, 채소를 많이 섭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음식을 한상에 다 올려놓고 먹기에 음식을 즐기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선, 간이 되지 않은 밥에 이 반찬 저 반찬 먹다 보니 각각의 음식 맛이 희미해진다.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도덕적인 관념이 있다 보니 이와 같은 현상은 더 하다.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가장 발전된 음식은 김치이다. 밥을 넘기기 위해 짭짤하게 만들어진 김치는 훌륭한 발명품이다. 밥과 김치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한식의 표상이다. 빼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식을 한 접시씩 먹으면 어떨까?

한상에 올려놓은 음식들을 순서 있게 구분하여 한 가지 요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하나하나 음식들의 의미를 온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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