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차창을 때리고 바닥을 적신다.
나는 지금 지하철 입구에 서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왠지 괜찮을 거 같아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다. 집에 널린 게 우산인데.
한번 내린 비는 언제 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 알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낀다. 어느 정도 짐작할 수만 있어도 옷을 젖게 하지는 않을 텐데. 이제 곧 비의 장막으로 들어가야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하루를 날려버리듯 보내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다고 느끼는대서 오는 불안감. 이 불안감은 나에게로 들어와 기분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비가 나의 마음을 울적하게 하나보다. 언제까지 이런 걱정이 계속되려나.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다시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허기를 좀 달래야겠다.
검정콩을 섞어 밥을 하고 다시마와 대파를 우려낸 베이스에 바지락과 느타리버섯을 넣고 된장을 풀어 맑은 국을 끓인다. 조개와 버섯에서 나온 개운한 감칠맛이 처져 있던 나의 미각을 깨운다. 따뜻한 국물이 내 안으로 스민다.
원하는 인생에 다가가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일하고 돌아와선 조금이라도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쉬는 날에는 카페에 가서 책도 보고 글도 쓰면서 시간을 보내려 한다. 하지만 아등바등하다 무너지고 다시 또 해봐야지 나를 다그친다.
이 반복의 삶 중간에서 삼키는 국물이다. 이 국물은, 지금 나의 영혼에 희망을 불어넣는 매개체이다. 따뜻한 온기와 진한 개운함으로 나를 달랜다.
너로 인해 힘든 세상 조금이나마 힘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