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 tradition, s'il vous plaît
바게트와 버터, 그리고 커피.
언제나 만족감을 주는 조합이며 나에게 가장 강하게 남은 프랑스의 맛이다. 그동안 먹어왔던 음식과 궤를 달리하지만 한번 맛본 후 바로 나의 삶이 되었다.
잘 구워진 바삭한 껍질과 구수한 풍미. 사자마자 조금 뜯어 맛보는 건 어떤 민족적인 특성이 아니라 바게트를 앞에 두고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Une tradition, s'il vous plaît! 나는 일반 바게트가 아닌 트라디시옹 바게트(baguette tradition)를 산다. 트라디시옹이란 "전통"이란 프랑스어로 baguette tradition이라고 하면 전통방식으로 만든 바게트를 말한다. 20세기 후반, 몇몇 제빵업자들이 바게트의 단가와 유통 마진을 낮추기 위해 효모 촉진제를 넣거나 빵 반죽을 얼려 납품하면서 바게트의 맛과 품질의 저하를 야기시켰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작업 공정에서 냉동이나 효모 촉진제 첨가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프랑스 전통 빵 제조 규정에 대한 법을 만들어 자국의 문화유산을 지켜낸다. 일반 바게트와 달리 트라디시옹 바게트에는 냉동 반죽을 사용할 수 없고 첨가제나 효모 촉진제를 넣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좋은 반죽으로 제대로 발효하여 만든 바게트는 겉모습부터 장엄하다.
큼직하게 자른 버터를 바게트 위에 올려 먹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고소함을 무엇과 견줄 수 있을까. 이 와 잘 어울리는 건 커피이다. 따뜻하고 진한 커피 특유의 쌉싸름함이 빵과 버터의 고소함을 배가 시킨다.
화창한 주말 아침, 창문을 활짝 열고 앉아 바게트 버터와 함께 커피를 마시면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은 미식가가 된다.
프랑스에 간다면, 이제 "바게트 하나 주세요" 하지 말고 "트라디시옹 하나 주세요"라고 하자.
image source : https://42 info.fr/concours-pour-la-meilleure-baguette-de-tradition-franca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