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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ul 27. 2024

[인터뷰] 살롱 도스또옙스끼

서울 은평구 신사동




이번 호에서는 특별한 장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헌책방'입니다. 헌책방은 단순히 오래된 책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소로, 책 속에 담긴 지혜와 추억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헌책방에 들어서면 각기 다른 시대의 향기와 이야기가 담긴 책들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낡은 책장에 가지런히 놓인 책들은 손때 묻은 표지와 구석구석에 남은 주인의 흔적을 통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곳에서 책을 고르는 일은 마치 보물 찾기와도 같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이 당신의 마음을 울리고, 오래된 지혜를 전해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헌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기도 합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헌책방은 단순한 상점을 넘어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호를 통해 우리는 헌책방의 매력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헌책방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과 그곳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아냈습니다. 헌책방의 문을 열고, 책 속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해 보세요.

여러분의 독서 여정에 작은 즐거움이 더해지길 바랍니다.



Q. 서점 이름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A. 아시다시피 러시아의 대문호 이름이죠. 서점 창업하기 전에 몇 개의 이름을 구상했지만 기존에 있던 간판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교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호 그대로 인수하고 간판도 전화번호만 바꿔 그대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기본로고와 간판로고는 소설가 김도언 책방 전대표님이 만드신 겁니다.



Q. 책방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A. 올 7월 1일에 정식 오픈했습니다. 책방 인수하기로 결정한 건 4월 21일이고요. 페이스북 통해 시인 겸 소설가 김도언 전 대표가 책방 인수자를 구한다는 포스팅을 보고 책방에 방문해 그날 바로 결정했습니다. 5월 11일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하고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던 터라 일요일마다 오픈전까지 책방정리를 했습니다. 회사퇴사를 6월 25일 했습니다. 당초 개업 한 달 전쯤 5월 25일 하려 했으나 2년 11개월보다는 3년을 꽉 채워서 하는 게 여러 면에서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나. 인수결정하고 퇴사하기까지 시간이 왜 그렇게 안 가던지... 하지만 퇴사 전까지 야근, 특근 안 빠지고 완벽하게 마무리해 주고 나왔습니다.



Q.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실까요?

A. 추천책이라기보다는 제 인생책 네 권을 소개하고 싶습니다.《영웅문》은 10대 때 제가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책입니다. 딱 한 번 읽었을 뿐인데 얼마나 몰입해서 읽었으면 아직도 주요 문파의 고수뿐 아니라 하급무사들의 이름들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웅문 이후 김용의 전작을 다 찾아 읽고 양우생, 와룡생 등 몇몇 작가들의 책을 읽었으나 김용 소설만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해 무협지는 거기서 접었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20대 때 한국문학에 빠지게  된 소설입니다. 직장 초년시절 힘들었어 시기에 이 책을 읽고 험난한 시기를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용기를 준 책입니다. 그  당시 나왔던 박완서 전작을 다 읽고  공지영, 이문열, 김원우 한승원, 홍성원, 윤대녕, 구효서, 이순원 등 유명 소설가들의 작품들을 섭렵했습니다. 이후 한참 토지나 태백산맥 등 대하소설에 심취할 때는 무협소설로  다진 독서력이 진가를 발휘해 복잡한 인물관계도가 머릿속에 자연스럽거 그려지면서 물 흐르듯 술술 잘 읽혀 저도 놀랐습니다. 자녀들이 무협, 판타지 소설 읽는다고 나무라지 마시십시오. 독서가 습관이 되면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겨 알아서 찾아 읽게 됩니다.



Q. 서점을 차리시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어릴 때는 그저 책이 좋아서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책방을 차려 책을 실컷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저 허황된 꿈이나 다름없었죠.  훗날 바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그런 꿈은 자연스럽게 잊히게 됐습니다. 그러다 직장생활이 오래될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지치고 힘들어서 사업을 하게  됐는데 잘 안 됐어요. 다시 재취업을 하려 하니 경력이 단절돼서 예전에 하던 일을 못하게 됐습니다. 사업실패하고 처음으로 취직이 된 곳이 헌책방이었습니다. 직원 10명에 자체 사이트로 인터넷 판매도 겸하고 있어서 나름 규모가 큰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어릴 적 꿈이 다시 생각나게 됐습니다. 6년 6개월째 다니다가 책방이 멀리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고, 이런저런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중에 은퇴하면 헌책방에서 일한 경험 바탕으로 책방을 차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다가 최근까지 일하던 직장이 야근, 특근이 많아 자유로운 시간이 없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볼까 고민을 했죠. 한번 사업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창업은 생각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 하니 나이가 많아서 그것도 어려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버티다가 페이스북을 통해 괜찮은 조건에 책방이 매물로 나온 게 있어 고민고민하다가 나이 들면 건강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하루라도 젊었을 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인수결정을 했습니다.



Q. 우리 책방의 이벤트나 특징이 있나요? 

A. 흔히들 헌책방 하면 떠오르는 게 바닥부터 천장까지 발 디딜 틈도 없이 쌓여있고, 책 먼지 속에 책 찾는 것도 힘들게 되어있는 것이 생각나시잖아요. 저는 최대한 일반서점이나 북카페처럼 꾸미려고 노력했습니다. 분야별 분류도 잘해놓아서 책 찾기가 수월해지도록 했고, 손님들이 앉아서 책도 읽고, 글 쓰는 작업을 할 수도 있고, 미리 예약을 하시면 최대 열 분까지 독서모임도 가능하게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아마 헌책방 치고 이런 공간이 있는 책방은 드물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일 하시다가 있었던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까지는 특별한 손님이나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오래전에 헌책방에서 일했을 때  에피소드를 떠올려보면 절판된 책을 주문하시고 방문해서 구입하겠다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그 손님이 계산을 하시다가  책을 정가보다 왜 더 비싸게 파느냐고 따지셨는데, 오래된 책이고 구하기 힘들면 당연히 정가보다 더 비싸게 파는 것이 맞는 것인데도 막무가내로 깎아달라고 떼를 써가지고 옆에 사장님이 보시다가 책을 집어던지시고 안 팔겠다고 화를 내셨지요. 그 손님이 멀리서 왔으니까 차비를 내놓으라고 하셔서 더 이상 상대하기 싫어서 차비를 주고 돌려보냈습니다. 헌책방이라고 무조건 정가보다 싸야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책의 가치를 알아줬으면 하는 의미에서 이 에피소드를 떠올렸습니다.



Q. 책을 선정하고 진열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A. 제가 문학분야를 좋아하고 또 책방을 인수할 당시 전 대표님이 시인 겸 소설가라 문학분야의 책이 많았습니다. 문학분야의 책을 우선적으로 책장에 꽂고 진열하다 보니 다른 분야의 책들은 진열할 공간이 없게 돼서 뜻하지 않게 문학전문서점이 됐습니다. 구역별로 한국소설, 외국소설, 시집, 에세이, 문학평론•이론, 시나리오, 희곡, 고전문학 등으로 나눴습니다. 각 구역에서 특이하게 책의 크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작은 공간에 책을 최대한 많이 꽂을 수 있도록 큰 책들은 7단 책장에 작은 책들은 8단 책장에 배치했습니다.  각 책장별로 출판사, 시리즈, 작가순으로 꽂는 것을 진열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지금은 문학 위주로 진열을 했지만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다른 분야의 책들도 조금씩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Q. 어떤 분들이 이 책방에 오면 좋으실 것 같나요?
A. 지금으로서는 특정 손님보다는 어떤 손님이라도 좋으니 많이 찾아 주시면 좋겠지만 이왕이면 문학전문서점으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작가 지망생이나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편히 오셨으면 하고요. 무엇보다 진정한 책의 가치를 알아주고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손님이 오시는 것이 제일 좋겠죠.



Q. 책방지기가 꿈꾸는 앞으로의 책방 모습은?
A. 지금은 홍보가 덜돼서 그런지 방문손님이 뜸한데 지역주민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책방이 됐으면 합니다. 학생들도 유료로 스터디 카페에 가는 것보다 이곳에 와서 무료로 자유롭게 공부도 할 수도 있고, 꼭 책을 사지 않아도 되니 도서관처럼 앉아서 책을 읽고  토론도 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처음에 책방을 창업할 때도 이런 문화공간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계획했던 것입니다.



Q. 서점/책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주위에 책방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로 하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네요. 그만큼 책방운영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책 이외에는 정보습득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매체가 거의 없었지만 요즘 시대에는 스마트폰 보급과 OTT 서비스 등 다양한 볼거리가 주위에 넘쳐나니 그만큼 독서인구가 줄어들어 책판매가 저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하겠다면 책방을 운영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시작하라고 충고하고 싶네요. 단순히 책을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수단으로써 책방 창업을 하겠다고 시작하면 절대로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최소 2년은 버틸 수 있는 여유 자금과 오로지 책방운영에만 전념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꿈도 꾸지 말라고 하겠습니다.



Q. 서점/책방 지기의 고충과 슬픔
A. 아무래도 직장생활을 할 때는 고정적으로 수입이 생겼는데 책방을 운영하면서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겠죠. 임대료, 관리비 외에 의료보험과 국민연금도 다 본인부담으로 내야 되니까 오히려 직장생활 할 때보다 더 수입이 발생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버텨서 최대한 오래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서점/책방이란?
책방도 변해야 됩니다. 책방이라고 단순히 책만 팔고 끝인 게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해서 손님에게 온라인서점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독서모임은 기본이고 음악감상회, 영화감상회, 심야책방 운영 등 여러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동네 주민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게끔 다리 역할을 하는 책방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최종 목표입니다.




추가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 자유롭게 해 주시겠어요? : )


미래에는 동네 책방들이 전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하나, 둘 다시 생겨나는 걸 보면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 줘 결코 어두운 전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다시 한번 독서붐이 일어 동네 책방들이 활기차게 운영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바쁘신 와중에도 하루하루 질문에 성의껏 응해주셨습니다. 진심 어린 답변들을 통해, 책방지기님이 얼마나 성실하고 열정적인 분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매번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과 이해를 돕기 위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고,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선 따뜻한 인간미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헌신적인 자세로 임하시는 모습을 보며, 선생님의 깊은 책임감과 헌신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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