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뚫고 괌으로

by DJDJ


2022년의 시작은 오미크론이라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신종 변이로 출발한다. 전 세계가 기존 델타변이보다도 훨씬 강력한 전파력을 띄는 오미크론이라는 도무지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다시 한번 흔들리고 있다. 일별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세계 각국은 다시금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하지만, 네가 9살이 되는 첫 번째 겨울방학을 아빠인 나는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빠는 너를 위한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년 적어도 1달 정도는 다른 나라에서 생활해 보게 하는 것이다. 남들은 영어 공부를 위해 너무 힘 빼지 말라고도 하지만, 아빠와 엄마의 생각은 영어 공부가 우선이 아니다.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너에게 그런 경험을 제공하는 이유는 언어적인 학습효과는 둘째이고 무엇보다 세상에는 많은 문화가 있고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내가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 집이 가난해서이기도 하지만, 제주도라는 폐쇄적인 환경이 더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어렸을 적 이야기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 신비로운 경험과 느낌... 그로부터 나오는 영감과 창의적인 생각들을 너에게도 주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될 수 있으면, 너무 오지가 아니라면, 다른 대륙들을 한 달 정도 경험하면서 어렸을 적 너의 견문을 넓혀주고 싶다.


그렇게 야심 차게 준비했던 첫 번째 프로젝트가 오늘... 실행되었다!


첫 번째 행선지는 괌이었다. 될 수 있으면 겨울 추위가 없는 따뜻한 곳이었으면 좋겠고, 외국인들에게 친화적인 관광지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괌을 선택했다. 알아보는 과정 중에, 스쿨링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많은 부모들에게 동지애마저 느꼈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괌에서의 한 달을 제공하였다. (물론, 엄마와의 동행이다.)


다행히 너의 엄마는 해외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어 비교적 안심이 되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너의 엄마는 헤쳐나갈 수 있으니까. 게다가 관광지라는 곳은 이방인들에게는 조금은 더 친절하고 우호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그런 걱정을 뒤로하고 보니 이제는 네가 처음 어떻게 느끼는지 그게 걱정되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이고 수영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흡족해하며 가겠다고 호기롭게 괌의 선택에 동의했던 너다.


직접 알아보기에 충분한 정보력이 없었던 탓에 유학원 같은 기관을 통해 너와 엄마를 보내게 되었다.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내 가족처럼 챙기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준비하는 과정 중에 조금은 불안한 모습들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어쨌든 오늘 새벽 5시에 우리 모두는 잠자리에서 눈을 떴다.


대한항공 비행기는 9시 인천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었다. 이제 한겨울에서 한여름으로 바뀌는 시간은 고작해야 4~5시간 남짓 남았다. 그래도 너의 승마 친구의 엄마가 대한항공 직원인 덕분에 자리도 짐도 살펴주었고 덕분에 편안하게 수속을 마쳤다. 훗날 꼭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네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누군가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해라!) 수속을 마치고 손이 가벼워진 상태였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이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마지막까지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입국장으로 들어가는 너와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하나씩 발자국을 떼며 돌아서는데, 우리와 같이 서로 껴안고 입국장 안으로 아들을, 아빠를, 친구를 보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한국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국으로 귀국하는 외국인들의 안도의 눈빛에서는 즐거움과 행복감도 읽을 수 있었다. 무수히 많은 종류의 이별이,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인천국제공항의 입국장 앞이었다. 가운데 나의 감정도 살포시 놔둔 채 자동문이 열리더니 겨울 아침의 차가운 바람이 코 끝을 시리게 하였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 괌에 도착해 국내 1등 통신사의 위엄을 체험한 국영통신사 고객인 너의 엄마는 투덜이로 변신하였고, 그렇게 언짢은 마음으로 괌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너는 어땠니? 괌에 들어갔을 때, 너의 첫 번째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아빠에게 나중에 꼭 알려주기 바란다.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위해서 때때로 너의 마음 저 먼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기억의 하나가 될 테니까. 그 마음들이 켜켜이 쌓여 너의 생각과 심장을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니까…

괌은 오래된 도시이다. 5성급 호텔들도 오래된 시설들이다. 게다가 관광지라는 특성 때문이라도 사실 모더니즘은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었나 보다. 로마는 심지어 12세기 때의 모습을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간직한 채, 관광객들에게 수십수백년을 우려먹어 왔는데, 괌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호텔은 낡았고, 상황이 그리 우아하지는 않았나 보다. 게다가 우리가 2주일 전에… 대한민국의 5성급 호텔을 구경했으니 그 격차는 말하지 않아도 가히 짐작이 간다. 실망의 연속, 게다가 보증금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미국의 문화 덕분에 엄마는 조금 지친 것 같았다. 그런 엄마의 곁을 지키는 너는 오로지 수영장에 갈 생각뿐이었겠지. 숙소가 1층인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어 달라고 이야기해 두고 너를 데리고 마트를 갔었는데 한인 마트는 늘 인기가 많아 원하는 물건도 제대로 사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오늘 기분이 별로였다. 그리고 그 곁에 너도 덩달아 마음이 별로였나 보다.


방금 자기 전이라며 통화를 했는데, 집에 오고 싶다고 벌써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생활을 잘 해 낼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게다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방과 후 수업이 조금은 타이트한 스케줄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엄마는 너와 이것저것 하려고 계획을 했었는데 이마저도 짜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다. 이제부터 한 달은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지내야 한다. 그럼, 마음가짐은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채우기 보다 새로운 것들로부터 긍정적인 부분들을 발견해 내는 것이 너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굿나잇 통화를 끊고 바로 엄마에게 문자를 남겼다. 조금만 더 용기 내서 너에게 적응하는 방법과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이 되도록 해 주기를 당부했다. 늘 그렇지만, 너의 엄마는 아빠와 생각이 나란하다.


그렇게 너의 괌에서의 첫날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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