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이의 문장에 내 마음을 보태는 시간
기록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설렐만한 특별한 공간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서울 충무로역 근처에 위치한 ‘라이팅룸’입니다. 카페도, 식당도, 일반적인 서점도 아닌 이곳은 오직 '쓰는 행위'에 집중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입니다.
이곳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미리 시간을 정해야 방문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에 모든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어 안에서 추가 결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무척 편리했습니다. 저는 예약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는데요. 입구에 진열된 문구와 타인의 기록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조차 밀도 있게 흘러갔습니다. 커튼 안쪽으로 입장하면 오직 저만을 위해 준비된 작은 자리가 나타납니다. 책상 위에는 제 이름이 정갈하게 적힌 편지와 간단한 다과가 놓여 있었어요.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 이 공간에서 내가 '환대받고 있다'는 다정함에 마음이 금세 따뜻해졌습니다. 사장님의 안내문을 읽으며 창밖 풍경에 눈을 맞추다 보니, 어느새 공간과 내가 하나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라이팅룸의 중앙에는 기록의 시간을 풍성하게 해줄 다양한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만년필과 잉크, 종이들을 마음껏 경험해 볼 수 있죠. 저는 특히 궁금했던 ‘트위스비 에코’ 만년필을 시필해 보았는데, 필기감이 무척 마음에 들어 남은 시간 내내 이 펜으로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글감이 고민될 때는 중앙에 마련된 랜덤 글감 봉투를 활용해 보세요. 제가 뽑은 키워드는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역시 기록이 그 답이 아닐까, 이 공간에서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타인의 기록물을 읽어보고 그 위에 저의 기록을 보탤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창가에 앉아 모르는 이의 문장을 읽고 내 마음을 더하는 시간은 혼자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기묘하고도 다정한 연결감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의 하원 시간 때문에 한 시간만 예약했던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온전히 이 공간을 즐기기에 한 시간은 턱없이 짧더군요. 다음에는 조금 더 넉넉히 시간을 내어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만, 이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4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계단 이용이 힘드신 분들은 불편하실 수 있고, 주차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미리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조만간 꼭 다시 이곳을 찾을 것 같습니다. 기록이 주인공이 되는 이런 소중한 공간들이 우리 곁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의 기록 나들이가 여러분의 일상에도 작은 인사이트가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