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슬럼프를 극복하는 팁 3가지
기록 생활을 하다보면 유독 다이어리를 펼치기 힘든 날이 있습니다. 글자 한 자 적는 것이 숙제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 기록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기록 슬럼프'입니다. 우리 몸은 기계가 아니기에 매일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의욕이 꺾인 날, 저를 다시 책상 앞으로 이끄는 세 가지 작은 팁을 공유하려 합니다.
빈 종이를 마주하면 누구나 정갈하고 예쁘게 채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욕심은 때로 독이 됩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기록 전체를 망친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고, 결국 펜을 내려놓게 만드니까요. 저는 그래서 수정테이프를 쓰지 않습니다. 글자가 틀리면 그저 가볍게 취소선을 긋고 이어서 씁니다. 기록은 결국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대면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선을 긋고 투박하게 이어가는 문장들 속에서, 오히려 그날의 솔직한 호흡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다이어리에 빈칸이 생기기 시작하면 의욕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며칠 밀리다 보면 '올해는 틀렸나 봐' 하고 포기하게 되는 지점이 찾아오죠. 이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칸이 정해진 다이어리를 쓰지 않는 것입니다. 날짜가 미리 박혀 있는 스케줄러나 3년 다이어리, 5년 다이어리같은 종류는 빈칸을 도드라지게 만들어 우리를 죄책감에 빠뜨립니다. 대신 날짜 양식이 없는 만년형 다이어리나 무지 노트를 사용해 보세요.
흔히 슬럼프 극복법으로 '하루 한 줄 쓰기'를 권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한 줄조차 버거운 날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그럴 때 규칙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합니다. 바로 '날짜만 적기'입니다. 아무것도 쓰기 싫은 날에도 대제목용 만년필을 들어 날짜만큼은 무조건 적습니다. 날짜는 고민 없이 적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데이터니까요. 그 아래를 무엇으로 채울지, 혹은 비워둘지는 그날의 컨디션에 맡깁니다. 한 문장을 적어도 좋고, 날짜 아래가 텅 비어 있어도 괜찮습니다.
글의 제목은 '책상 앞에 앉는 법'이지만, 사실 정말 쓰기 싫은 날엔 앉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신 '날짜를 적는다'는 최소한의 약속만은 지켜보세요. 이 작은 연결고리가 언젠가 다시 기운을 차렸을 때, 우리를 자연스럽게 책상 앞으로 되돌려 놓는 지속성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