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efore 2023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am Choi Mar 12. 2021

[문학]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무라카미 하루키

(요약서 아님, 줄거리 없음)

제목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장르 : 일본 장편소설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 : (하루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을 찾고 있는 사람, 


 저자는 노벨상 수상 시즌이 되면 항상 거론되는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 키이다. 일반인에게는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을 쓴 저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소설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작가이기 때문에 큰 설명은 필요하지 않은 작가이다. 가장 최근 한국에서 번역된 책은 '기사단장 죽이기'로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항상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일본인 작가로서 한국 문학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작가이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4번째 장편소설로 1985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장편소설로, 이 책을 통해 제 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책에 약간 오컬트적인 요소가 들어있고(괴물이 등장하고, 일각수가 등장하는) 쫓고 쫓기는 추격신이 등장해서 내용이 많지만 빠른 호흡으로 읽혀 생각보다 읽는데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는다. 


 이 책을 가장 먼저 다룬 큰 이유는 지금까지 읽었던 책중에서 가장 많은 여운을 남긴 책이기도 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가장 많은 기억에 남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으로는 내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부분에 대해 소개하겠다. 


(스포 주의 : 책의 결말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뒤로 가기를..)

책을 읽은 사람들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을 우려하여 간략히 소개하자면


샤프 링을 한 계산사 26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 샤프링은 인간의 성격 패턴을 어느 한 시점에 묶어 블랙박스로 만들어 그것을 푸는 용도로 쓰는 열쇠이다. 블랙박스는 정체된 어느 한 시점에 나의 성격 패턴으로 제2의 사고 시스템으로써 뇌 안에 저장되어 있으며 주인공은 그 제 2 세계를 완벽하게 구축하고 있었다. 이것을 박사가 영상화해서 재편집한 시스템이 제 3 시스템으로 소설에서 교차돼서 이야기가 나오는 '세계의 끝'이다. 그러나 재편집에 의해 오차가 생긴 제 3 세계의 회로가 열린 상태로 2와 1의 회로를 끌어당겨 결국에는 1회로의 원래 의식상태를 잃어버리고 3의 의식, '세계의 끝'에서의 '나'로 살아갈 위험에 처하게 된다. 남는 시간 동안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에 있는 두 의식이 살아가게 되고 결국에는 '세계의 끝'에 남아있는 의식으로 살아가게 된다. 

 

마지막 결말 부분을 인용해보자면,

 그림자를 잃어버리고 나자, 이 황량한 우주의 변방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았다. 난 이제 어디로도 갈 수 없고,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여기는 세계의 끝이고, 세계의 끝은 그 어떤 곳과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세계의 끝이 나고, 고요하게 멈춰져 있다.
 나는 웅덩이를 뒤로하고, 서쪽 언덕을 향해 눈 속을 걷기 시작했다. 서쪽 언덕의 저편에는 도시가 있고, 강물이 흐르고, 도서관 안에서는 그녀와 아코디언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눈 속을 뚫고 한 마리의 하얀 새가 남쪽을 향하여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새는 벽을 넘어, 눈으로 뒤덮인 남쪽 하늘로 사라져 갔다. 그 뒤에는 내가 밟고 가는 눈이 자아내는 뽀드득거리는 소리만이 남았다. 


 고통이 없는 완벽한 세계에 남아서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되찾고 주인공의 마음은 죽지 않은 채 그림자는 밖으로 나가 숲에서 살아가게 된다. 



 만약 저자가 다른 결말을 그리게 된다면, 그 그림은 아마 이런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그림자를 따라서 세계의 끝에 벽을 통과하고 벗어나 제 1회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실제 현실세계)로 돌아가고 스스로 구축했던 의식의 핵 2,3 회로의 세계는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17세의 박사의 딸을 다시 만나게 되고, 현실 도서관에 여자를 만나며, 나중에 핀란드에 있는 박사님을 만나게 되고 조직과 기호사가 원했던 블랙박스의 샤프링은 사라지고 없는 평범한 34세 남성으로 살아갈 것이다. ( 참고로 나는 이런 결말을 오히려 원했다)


실제로 이것을 아내에게 읽게 하자 '후반 분량은 전부 다시 쓰는 게 좋지 않나'하는 말을 듣고 그대로 다시 쓰게 되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5~6번을 다시 썼다고 한다. 


여기서 마지막까지 이해되지 않아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세계의 끝'에서 등장하는 그림자가 뇌 속에서 '나'의 어떤 영역을 차지하고 사고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세계의 끝'에서 '나'와 그림자는 서로 떨어져 지내며 서로를 걱정하며 세계에 대한 의문을 품고 언젠가는 이 세계를 탈출할 것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유는 그림자의 생각과는 확실히 구분되며 마지막 결말에서는 서로 다른 선택으로 이어지며 그림자는 우물 안으로 사라진다.(죽었는지 다른 세계로 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림자가 샤프링이었는지, 또 다른 의식 회로에서 살아가는 실제 의식이었는지, 결말 이후의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신체에 대한 묘사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기억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그림자가 더 이상 '세계의 끝'에 존재하지 않음으로 인해 두 가지 세계가 동시에 살아가며 진행되는지에 대한 확정적인 답을 내릴 수는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결말에 대한 해석과 '그림자'의 역할과 현실세계에서의 실체를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사] 밀수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