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48
요즘 내 머릿속의 화두는 인간관계이다. 같은 시간이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인가 같은 류의 질문이다. 예전에는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는 것이 시간을 값지게 쓴다고 생각했더랬다. 내 시간 안에 가득 찬 사람만이 내 존재의 이유이자, 올바르게 똑바로 살아가는 척도라고도 느꼈고 그런 만남들이 내 인생을 풍족하게 해 준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그것이 한낯 착각이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대이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누군가와의 교류와 공유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인간관계라는 것에 대해 더욱 뚜렷한 정의를 내리고 싶다. 예전의 나는 그것에 대해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는지 말이다. 요즘 시대는 스스로의 시간에 집중한다는 것이 낯선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예전과 확실하게 다른 감각으로 살고 있다.
지금의 나는 오로지 나와 내 시간에 집중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여러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하고 관련된 주제에 대해 사색을 해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세계 패권국 지위에 도전하는 중국과 미국의 방책 그리고 동맹국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언론 그리고 정치의 유착관계, 저출산과 지방 소멸의 암울한 상관관계와 그보다 더 암울한 미래 전망, 되돌리기엔 늦어버린 지구 환경과 생태계. 또, 운동을 한다. 기상과 동시에 달리기에 적합한 옷으로 환복하고 내달린다. 요즘 유행한다는 미라클 모닝이 나에게 새롭거나 하지는 않는다. 깊은 새벽을 뚫는 배송하는 사람들, 출근하는 사람들, 가볍게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그 속으로 달려가는 나. 이제 막 해가 뜨려는 시간에도 삶은 왕복 4차선 도로 위에서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는 듯하다.
나 스스로의 시간과 독서 그리고 사색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첫 번째로 시간이 예전보다 굉장히 빨리 간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말하던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라는 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 표현으로 요즘의 시간을 정의해보면 마른 들판에 불 놓은 듯 시간은 빠르게 타들어 간다. 진압할 수 없는 불이 빠르고 넓게 번지고 있다. 두 번째로 누군가의 시간은 언젠가 끝이 난다는 점이다. 시간 속에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누군가 말했듯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시간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시간의 끝을 내 부모를 통해 보고 있다. 세월 속에 쇠약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의 앞날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을 필연적으로 안다. 시간의 끝이 가까워지기 전에 많은 것을 나누고 공유하며 내가 보낼 시간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