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래의 여자 Apr 11. 2020

요즘, 기름 넣는 맛에 산다!

#에세이 12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파장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심각하다. 한국을 기준으로 확진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안심하긴 이르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겨우내 답답함을 봄까지 이어가기엔 쉽지 않았던 듯 길거리와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그것이 남긴 상처는 꽤 오래갈듯하다.


퇴근하기 전 사무실에서 읽는 모바일 신문기사엔 전 세계 코로나 19의 감염자 수치와 함께 'opec(석유수출국 기구)의 석유 감산 합의 불발'이라는 뉴스가 헤드라인으로 떠있었다. 내용은 회의 초반엔 감산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가 싶더니 멕시코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난항을 겪는다고 쓰여있었다.


헤드라인 밑으론 해당 주제에 관해 더욱 깊게 설명한 것들이 꽤 길게 달려있었고, 줄줄이 달린 그것들은 사태의 중요성을 높여주는 듯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주유소의 가격표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영향을 받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기름 사용량이 줄어들자 가격을 방어하기 위한 사우디는 감산을 요청하지만 러시아는 반대를 표명하며 이상하게도 폭발적인 증산을 시작한다. 사우디도 이에 질세라 맞장구를 치며 증산을 시작해, 유가는 유례없는 가격으로 주저앉아버렸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미국은 이 둘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 합의를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겉은 이렇게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계산기를 뚜드려본 자원강국들의 이해타산이 얽히고설키며 2016년부터 시작된 '물밑전쟁'이 지금 터진 것이다.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겉으론 두 국가의 싸움을 미국이 중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opec의 회장 격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전략적 동맹을 맺은 상황에서 미국과 '오일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즉, 사우디와 러시아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미국이 곤란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뒷 배경엔 셰일 오일 추출 기술을 통해 세계 1위의 산유국으로 급부상하며 점유율을 확대한 미국을 언젠가 확실하게 손봐줘야 한다는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홍역을 치르는 이때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덧붙이면 점유율은 산유국들에겐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다.






이렇게 자원강국들의 총소리 없는 전쟁으로 반대인 자원빈국 대한민국의 기름값은 이른바 '똥값'이 되었다. 내가 사는 인천 기준으로 휘발유는 1200원, 경유는 1070원대의 가격판을 내걸어 놓은 주유소가 즐비하다.


국제유가의 '대폭락'이라는 명사에 걸맞게 더 낮아져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높은 유류세로 인해 쉽지 않다고 보는 게 대부분이다. 참고로 한국의 유류세는 1L 기준으로 745.9원이고 거기에 부가세 10%가 붙어 800원이 조금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내 의견을 작게 적어보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지 싶다.' 러시아가 어쩌고, 사우디가 저쩌고, 미국은 이랬고 하는 그런 것들에 난 그저 싸움구경을 보듯 보고 있다. '구경 중 으뜸은 싸움구경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기름값이 떨어지면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든가 '장기적인 유가 하락이 증시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라는 식의 그런 어려운 이야기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기사의 내용 중 '유가가 폭락하면 세계경제가 위축되며, 그것은 우리나라에겐 큰 타격이다.'라는 내용의 보도를 듣곤 코웃음이 절로 나왔는데, ‘우리가 언제는 안 힘들었냐?'라고 속으로 말했다.


 이런 것들에 관한 걱정은 저 위쪽의 높으신 분들이 할 일이고, 난 기름값이 여기서 꽤 오랫동안 멈추길 바란다. 마음 같아선 창고를 임대하여 드럼통으로 꽉 채워 넣고 싶은 마음이 크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제목을 입력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