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를 돌려주는 선생님

#에세이 2

by 모래의 여자



이상하게도 우리는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던 것 같다. 무슨 새끼 망아지처럼 목줄을 걸어도 금세 풀곤 사방팔방으로 친구들과 무리 지어 뛰어다니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어느 조련사도 우릴 막을 수는 없었으며, 흙먼지는 일으키는 것들을 그냥 넋 놓고 지켜보기만 했다.


나의 어린 시절, 나는 도망자였다. 게다가 쌍둥이라 둘이서 도망쳐 다녔는데, 우릴 쫓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학원 강사님들이었다. 대부분의 어린 시절은 비슷했지만 입이 많은 우리 집은 좀 더 가난한듯했다. 벌어오는 것은 정해져 있고 입이 많으니 모자란 것은 그대로 굶주림과 옷차림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렇게 빠듯한 시절에도 엄마는 우리 두 쌍둥이를 학원에 보내주었다. 당연히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 때문일 것으로 생각되며 과목은 가물가물한 기억으론 미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술학원에선 여러 가지를 준비물을 구매해 오라고 했었다. 물감과 물통 그리고 붓과 여러 소비재 등 미술에 들어가는 잡동사니들을 우리 앞에서 통보하였고, 뒤에선 집으로 연락을 한 듯했다. 엄마는 늘 우리가 말하기 전에 미리 알고 있었고 이것은 '어떤 이유'에서였다. 그런 우리의 손에 쌈짓돈을 쥐어주었는데, 후줄근한 엄마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그 돈이 어디로부터 시작하여 나의 작은 손으로 도착한 줄 그때 알았더라면 아마 그것의 무게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을 것이란 걸 부정하지 않는다.


작고 어린 나는 그런 것들을 몰랐다. 그저 돈을 주니 받았는데,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 학원 용품을 쓰는 데 사용하지 않았고 학교가 끝난 뒤 전기 쥐 모양의 돈가스를 들고 근처 오락실에 한창 유행 중이던 '삼국지, 천지를 먹다.'라는 게임 속에서 정말 천하통일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나의 분신인 쌍둥이와 함께!


그런 어느 날, 학교가 끝난 뒤에 당연하게 학원을 땡땡이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와중에 노랗게 예쁜 색을 뽐내는 우리 미술학원 차가 보였다. 목표는 우리였고 나와 쌍둥이는 얼른 피했지만 쌍둥이는 잡혀 차량 안으로 끌려들어 갔는데, 그걸 보며 너무 겁을 먹은 나는 쏜살같이 뛰어 어느 공원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학원 차량과 나의 대치는 시작되었다.


공원을 중심으로 차량은 나를 찾아 돌았다. 나도 눈치껏 차량이 도는 방향으로 빨간 벽돌의 기둥에 기대어 돌았는데, 그때를 회상해보면 그냥 가지 왜 그랬을까? 하며 종종 생각한다. 그렇게 반쯤 돌다 나 역시 잡혀 차량 안으로 끌려들어 갔다. 그 안에는 미술학원 원장님과 선생님 그리고 쌍둥이가 있었고 우린 무지막지하게 혼이 났더랬다.


요지는 이랬다. 출석률이 너무 안 좋은 쌍둥이 형제의 학원비를 받기 부끄러웠던 원장님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학원비를 다시 반납하겠다는 원장님의 제안에 엄마는 그저 꼭 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반드시 잡아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였다는 것을 집에 도착한 뒤, 엄마와 아빠에게 뚜드려 맞은 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엄마는 꽤 오랫동안 우리를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보내봤자 도망이나 칠 거라는 판단과 그 당시로 집안의 가세가 급속하게 기울었기 때문이었다. 기우는 가세 속에서 엄마는 울지 않았고 다만 우릴 보며 버텼다고, 종종 취기에 말하곤 소파에 누워 잠든 것을 보면 그때의 내 얇은 어깨를 붙잡아 꿀밤 한 대를 찧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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