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삼자, 누나의 시점으로
가끔 지진이 나는 집에서 성인기를 마주한 동생은
"난 이혼한 집안에 배우자 못 데려와!"라는 말을 했습니다.
동생이 그렇게 강한 어조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는 적잖은 충격을 받으신 건지
집안 어른들이 모였을 때 한숨을 쉬듯 말씀하셨습니다.
무뚝뚝한 데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동생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거의 모든 남매들이 그렇듯
동생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지만,
동생 역시 저처럼 가족의 해체를 걱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 우려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저는 동생이 내뱉은 강렬한 문장에 은근히 동의했지만,
그렇게까지 반대할 일인가?라는 의문은 최근에 들었습니다.
엄마와 아빠도 제 자식들은 다 성인이 되었는데
굳이 그 관계를 존속해야 하는지 회의감을 비추기도 하고요.
동생은 아직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저도 제 의견을 강요할 필요성은 못 느끼고 있죠.
동생의 정확한 의중은 알 수는 없으나,
같은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혈육으로써
그 마음을 완강히 거부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도 과거의 저처럼 완벽한 가정,
완벽한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이혼?
바다 이모와 산 이모부의 이혼?
혹은 햇살 이모와 달빛 이모부의 불화?
아니면 본인이 보아왔던 다른 일이 있는 것인지,
그들의 일이 우리 집에도 찾아올까 두려운 건 아닌지,
라고 추측만 계속할 뿐입니다.
동생이 그런 우려를 할 만큼,
우리 집에 정녕 위기가 찾아온 것인지
새삼 걱정되기도 하네요.
불안은 쉽게 전염되니까, 잠시 감기를 앓는 것은 아닌지
짐작하고 넘기길 반복할 뿐입니다.
지진이 눈으로 보이는 갈등이라면,
감기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심리적 부담이겠죠.
저는 자식 된 도리로써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지,
아니면 반대해야 할지 여태 확실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생은 두 번째로 기울어진 것 같지만,
그가 조금 더 어른이 된 이후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제가 지금과는 180도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요.
어찌 되었든 동생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불안이 어떤 형태를 갖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은 불안으로 치부하여 더 큰 화를 입지 않도록
안전복을 준비하고 마음을 단단히 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 끝에 엄마와 아빠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결정을 할 수 있기를 빕니다.
또한 그전에 더 큰 지진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