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수필 6 - 그가 죽던 날의 소리가 밀밭에 흐르면
그는 이곳에서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았다. 세 발의 총성이 아무것도 없는 밀밭에 퍼져나갔다. 그는 자기 머리에조차 제대로 총을 겨누지 못했다. 얼마나 망설였을까. 그리고 얼마나 집착했을까. 자신의 머리에도 똑바로 총을 쏘지 못하는 그는 정말로 슬픈 사람이었다. 그저 탄알 한 발에 곧장 우아한 죽음을 맞을 수 있었더라면 그의 죽음은 조금은 덜 슬펐을 것이다. 총을 세 발이나 맞고도 밀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그렇게 집까지 걸어왔다는 그의 죽음은 잔인하도록 비참했다.
지금 누군가가 걷고 있는 이 길을 똑같이 걸었을 그를 생각해 본다. 귀 한쪽은 이미 오래 전에 잘려 하나밖에 없는 귀를 가지고, 머리에서는 녹슨 펌프에서 나오는 마중물처럼 쉴 새 없이 피가 쏟아지고, 그는 아주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을 게다. 그날도 이렇게 태양이 비치고 있었을까. 그날도 이렇게 새들의 울음소리가 한적하게 들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춥고 바람도 불고 바람소리도 나고, 모든 것이 지금과 같았겠지.
그의 슬프고 숭고한 죽음을, 그의 죽음이 걷던 길을 따라 걷는다. 그의 죽음의 흔적들이 찔꺽찔꺽한 진흙이 되어 발밑에서 자꾸만 꿈틀거린다. 그의 죽음은 오늘의 새소리가 되고 바람소리가 되고 태양이 빛을 내는 소리가 된다. 그의 죽음은 그런 청량한 소리들이 되어 귓속을 흐르고 있다. 두 쪽이나 달린 누군가의 귀를 적시고 있다.
귀를 두 개나 가진 사람은 귀가 하나밖에 없던 그 사람보다 더 숭고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 사람처럼 아름다운 죽음을 나는 죽을 수 있을까. 그가 죽던 날의 소리들이 귀에 들려오면 나의 귀에도 죽음의 소리들이 고요히 깃들어 언젠가 밀밭 같은 죽음을 죽었으면 좋겠다.